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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제조업 몰락은 곧 동남권 몰락 /남종석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20-01-21 19:26:47
  •  |   본지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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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인구의 평균 연령은 44.5세로 특별·광역시 중 가장 ‘나이 든 도시’(국제신문 지난 12일 자 보도)로 나타났다. 2000년부터 2017년 사이 부산의 인구증가율은 -0.38%로 16개 광역시·도 중 전남 다음으로 인구 감소가 심각하다. 인구 감소의 핵심적 이유는 20, 30대 인구층의 지속적인 순유출이다. 그나마 위로가 되는 것은 김해, 양산으로 유출되는 인구가 많아 ‘광역권’ 수준에서 보면 심각하지 않다는 사실이었다.

그러나 이런 위안도 그만둘 때가 되었다. 경남의 인구증가율도 음으로 돌아섰기 때문이다. 2014년 경남 15세 이상 인구는 2만7700명 증가했지만 2018년은 4 700명 느는 데 그쳤다. 이조차도 자연증가 등을 제외한 순이동만 따져보면 5008명 감소다. 2018년 경남 전체 인구도 음의 성장을 기록했다. 인구증가율 감소 원인도 부산과 같다. 직업을 찾기 위해 20, 30대가 경남을 떠나기 때문이다.

2017년 광역자치단체별로 지역경제성장률을 비교해보면 경기도는 6.6%인 반면 부산 1.6%, 울산 -0.7%, 경남 -0.7%이다. 17개 광역시·도 중 울산과 경남이 공동 15위, 부산은 11위다. 2017년 전국 경제성장율은 3.2%, 동남권은 0.0%였지만 경기도는 6.6%였다.

2018년 전국 성장률은 2.7%였지만 동남권은 -0.3%이다. 최근 8년간 동남권 경제성장율은 전국 평균에 꾸준히 미달했다. 2017, 2018년 결과가 단기적인 것이 아니라는 의미다.

지난 수십 년간 동남권 경제는 자동차, 조선, 기계, 석유화학 등 수출주도 제조업이 이끌고 여기서 나오는 수요력이 서비스업 성장을 견인하는 구조를 유지해왔다.

부산조차 항만, 관광 등 자원이 풍부하지만 제조업을 무시할 수 없다. 2010년 이후 세계수요 감소, 중국 수출 둔화, 제조업 경쟁력 약화 등 요인으로 제조업 성장률이 급속히 하락하며 일자리 감소, 임금 상승 억제, 소비 위축이 동시에 일어났다. 소비 도시 부산은 울산, 창원 등의 고임금 블루칼라 노동자의 수요 감소로부터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는 구조다.

더군다나 부산의 주력제조업인 조선기자재, 자동차 부품 제조업, 철강금속 산업은 대부분 울산, 경남 지역 소재 각 업종 선도기업에 납품하는 협력기업이다. 동남권 주력제조업의 경쟁률 하락, 침체는 부산 경제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동남권 주력 제조업의 침체의 주된 원인은 2000년대 이후 본격화된 ‘한국 경제의 디지털화’에서 이 지역이 동떨어져 있었기 때문이다. 2000년대 중국 특수로 조선 자동차 기계 철강 산업은 큰 산출 증가를 이뤘고, 기업은 이런 호황 속에 안주했다. 중국은 동남권 주력업종을 추격했고 조선이든 기계든, 기타 부품이든 자국 내 공급체계를 잘 갖췄다. 중국 특수가 사라지는 시점에 세계 금융위기와 장기불황이 닥쳤다. 세계 수요가 급감하면서 동남권 경제도 급속히 침체했다.

필자가 수행하는 경상남도 주력 제조업의 업종 간 거래네트워크 결과를 보면 조선, 자동차, 기계, 철강금속 업종 내 거래관계는 매우 조밀하게 짜여 있지만 이들 업종과 전자, 통신, 시스템통합 등 미래 산업 업종들 간 거래관계는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난다. 주력 제조업과 신산업 융·복합이 거의 이뤄지지 않는다는 의미다. 부산 울산도 마찬가지다.

제조업의 구조 고도화, 디지털화가 이뤄지려면 한편에서는 부울경 스타트업 지원과 함께 다른 한편에서는 ICT 업종 선도기업도 적극 유치해야 한다. ICT 업종 선도기업이 유치되면 그와 관련된 기업의 스타트업도 활성화된다. 한국 산업생태계에서 이 현실을 무시해서는 안 된다. 여기에 생산자 서비스와 물류, 관문공항을 갖춘다면 동남권은 동아시아 주요 도시로 도약할 수 있다.

말은 쉽지만 실행은 어렵다. 이 모든 것이 가능하려면 광역자치단체들 간의 협력이 필수다. 많은 장벽이 있음을 우리는 안다. 그러나 광역자치단체 간 공동 노력이 실패한다면 동남권 제조업 몰락은 지속될 것이고, 청년은 계속 이탈할 것이며 부울경에는 공무원, 공기업 말고는 제대로 된 일자리가 얼마 남지 않을 것이다. 이제 동남권은 새로운 무엇인가를 해야 할 시점이다.

경남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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