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생이었던 필자의 손에는 항상 투박하게 잘린 종이 신문 기사가 있었다. 논술을 잘하려면 신문을 읽어야 한다는 주장을 그때는 맹신했다. 필자는 부산 토박이였으나, 파일에는 중앙지 기사가 가득했다. 온갖 사회적 관심은 중앙을 향했다. 시험 문제에도 지역 사안은 홀대받는 신세기도 했다. 대학생이 돼 학보사에서 일하며 지역 사안에 관심도를 높이고자 지역지를 읽었다.신문을 정독하는 내내, 푸근한 사람 냄새가 났다. 필자가 있는 부산, 그 안에 금정구, 남구, 부산진구, 사상구 등에서 일어난 일을 읽고 이 사람 저 사람 이야기를 들으며 비로소 부산지역의 구성원이 된 느낌이었다. 뿌리 깊게 자리한 지역의 정서나 분위기는 그 지역민의 가슴과 지역지에 기록되기 때문일까. 본인이 나고 자란 곳의 가치는 일생의 무엇과 맞바꿀 수 없는 절대적인 울림이 있다. 그래서 나 그리고 우리의 삶이 담긴 지역지가 소중하다. 지역지에는 중앙지에서 찾을 수 없는, 지역민만이 공감하는 이야기가 있다. 지역민이 체감하는 경제적 불안이나 제도 부재로 인한 부조리함 등을 기자가 기사로 드러낸다. 이러한 기사는 특정 기구의 잘못을 엄하게 지적해 더 나은 상황으로 지역민이 살맛 나게 살 수 있게끔 유도한다. 지방자치단체가 지역민을 위해 어떻게 예산을 운용하는지, 지역 사람들의 복작복작한 일상도 조명해준다.
지역지 속에는 여러 사람의 인생 이야기가 담겨 더 정겹게 느껴진다. 지역지가 있기에 비로소 지역민의 공통점이 생기고 소속감이 만들어진다. 이는 지역에 대한 애착과 지역민만이 느끼는 지역 정서를 더 강화한다. 또한, 지역민의 생각이 공유되고 여러 여론을 만들어 중요한 결정을 할 수 있다. 곧 지역민의 안전하고 따뜻한 삶을 위해 노력하는 기자가 있고, 기자의 문제 의식을 담아 독자에게 전해주는 매개체인 지역지가 있기에 더 나은 방향으로 지역이 변화할 수 있는 것이다.
2020년을 맞아 국제신문은 부산 이야기를 담은 기획을 펼쳐내고 있다. 대학생으로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기획은 ‘청년 졸업 에세이-1985년생 김지훈·김지혜’였다. 주민등록상 인구 통계를 파악하니 수도권에 대한민국 전체 인구의 50% 이상이 몰렸다는 기사를 읽었다. 이러한 현상 속에서 시의적절하게 부산지역의 쇠퇴를 막기 위한 국제신문의 고민이 새해 기획에 녹아 있다. 이 기획은 청년이 대학을 졸업하고 탈부산해 수도권에 정착하면서 겪는 현상을 설명한다. 부산에 정착한 청년들 저마다의 이유도 분석한다.
부산에서 지형적으로 특이한 너른 평지가 있는 둔치도와 맥도의 발전 가능성을 모색하는 ‘낙동강 하구를 국가도시공원으로’ 기획도 볼 수 있다.
이외에도 부산 경제를 주목한 기획 ‘올해 부산 부동산 전망’과 ‘2020년에 그린 부산’, 문화계 활황을 기원하는 기획 ‘새해 부산 문화계 기상도’로 독자에게 다가간다. 필자는 신년 기획만을 이야기했으나, 국제신문 지면의 일부 지면을 제외하고는 모두 부산 냄새가 나는 기사로 가득하다.
49년 만에 고 윤이상 작곡가는 고국 땅을 밟았다. 1956년 작곡 공부를 하고자 독일로 유학 갔으나 고국 땅을 밟기 힘든 상황에 부닥친다. 동베를린 간첩단 사건에 휘말려 온갖 수난을 겪은 것이다. 많은 이의 호소로 결국 윤이상은 석방됐으나 정부의 감시에 몸과 정신이 쇠약해졌고, 국적을 독일로 바꾸는 선택을 한다. 그 이후 그에게 고향은 먼 곳에서 바라볼 수밖에 없는 곳이 된다. 고국을 그리워하는 그의 아릿한 마음이 ‘나의 땅, 나의 민족이여!’ ‘광주여 영원히!’ 곡에서 드러나기도 했다. 고국으로 향했던 그의 일편단심 염원에 필자는 궁금해진다. 그에게 고향은 무엇이었는가. 몸과 정신은 힘들었지만, 왜 고향은 가슴을 벅차게 하는가.
고향은 결국 ‘나‘라는 존재를 지탱하는 한 요소이기 때문이다. 필자를 비롯한 부산 지역민은, 이곳에서 났거나 자랐거나 사는 우리는 중앙보다 지역 이야기에 더 귀 기울여야 하지 않을까. 그래서 오늘도 부산 냄새가 물씬 풍기는 국제신문을 읽는다.
부산대 의류학과 4학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