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태알인 명란은 국제적으로 매우 독특한 생산·소비 구조를 갖고 있다. 한 해 평균 수확되는 명란은 5만t정도. 이를 미국과 러시아 단 두 나라가 생산하고 전량 수출한다. 수출된 명란을 전량 수입하는 나라 역시 한국과 일본 단 두 나라. 5만t 가운데 5000t을 한국이 소비하고 4만5000t은 일본이 소비한다. 한국은 그 5000t 가운데 절반은 알탕용으로, 절반은 명란젓을 담그는 데 쓴다. 하지만 일본은 4만5000t 거의 전량을 명란젓을 담그는 데 사용한다. 이처럼 소비량이 많은 것은 ‘일본인이 좋아하는 밥반찬’ 부동의 1위가 ‘멘타이코(명란젓)’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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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에서 건너간 명란젓은 일본인이 가장 좋아하는 밥반찬이다. |
이쯤 되면 명란젓 종주국이 일본이 아닐까 생각하기 쉽지만 천만의 말씀. 명란젓 종주국은 의심할 바 없이 한반도다. 문화·기술이 한반도에서 전래됐다는 사실을 신경질적일 정도로 인정하기 싫어하는 일본인들조차 명란젓만큼은 한반도가 원조임을 인정한다. 그것도 일본 최대 명란젓 제조회사(후쿠야) 창립자가 직접 밝힌 사실이다.
나는 가끔 일본의 음식점에서 도자기 종지에 담긴 명란을 보면 그렇게 서글플 수 없다. 도자기는 임진왜란을 거치면서, 명란은 일제강점기에 한반도에서 일본으로 전해졌다. 그리고 제가 태어난 곳에서보다 더 화려하게 부활했고 애정을 듬뿍 받는다. 일본에서 그 둘을 만나면 지켜주지 못해서, 미처 알아봐 주지 못해서 못내 마음 한편이 아리다. 특히 일본인의 끼니 깊숙이 자리 잡은 명란젓을 보면 더욱 안타깝다.
시장규모 면에서 굳이 일본을 이기려고 애쓸 필요는 없다. 하지만 명란젓 종주국 위상을 되찾자면 최소한 그들보다 명란젓을 자주 다양하게 즐길 줄은 알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다음 두 가지만 꼭 기억하자.
첫째. 알의 형태와 크기에 집착하지 말자. 명란은 대개 알 형태가 완전하고 클수록 비싸다. 이는 외관을 기준으로 한 상품성 차이일 뿐 맛에는 거의 차이가 없다. 크고 비싼 명란을 고집하느니 차라리 작고 싼 명란을 자주 드시는 편이 낫다. 자주 먹다 보면 맛에 대한 기준도 자연스레 형성된다. 둘째. 명란젓이 짜다는 선입견은 버리자. 재래식 명란은 염도가 7∼15%로 높지만 최근에는 염도 4%대 저염 명란도 많이 생산된다. 대신 염도 7% 이상인 명란은 냉장 상태에서 40일 이상 유통이 가능하지만 저염 명란은 7∼10일이 고작이다. 그래서 저염 명란은 대부분 냉동 상태로 유통된다. 염도가 높고 자칫 방부제 같은 첨가물이 쓰였을지 모르는 냉장 명란보다는 차라리 염도가 낮고 방부제를 쓰지 않은 냉동 명란이 안전하다.
음식 칼럼니스트라는 직업적 전문성을 걸고 내가 자신 있게 말씀드릴 수 있는 한 가지는, 따끈한 쌀밥에는 스팸보다 명란젓이 확실히 한 수 위라는 사실이다. 맛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