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기고] 러시아에서 온 환자들 /허원주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20-01-22 19:58:02
  •  |   본지 25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언제부턴가 병원에 러시아 환자가 부쩍 많아졌다. 주로 사할린이나 캄차카,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암으로 진단되면 수술을 받거나 방사선 치료를 위해 부산을 찾는다. 지난 한 해, 필자는 열 명 정도의 러시아 환자들에게 방사선 치료를 해주었다. 수도권에는 모스크바에서 날아오는 환자도 꽤 된다고 한다. 이유가 무엇일까? 러시아에도 한류 의료의 바람이라도 불고 있는가.

냉전 체제 시절, 소비에트 공화국(소련) 또는 러시아라 하면 미국과 맞장을 뜨는 대국이었다. 세계에서 가장 땅덩이가 큰 나라, 미국보다 먼저 인공위성을 발사했고, 세계에서 최초로 원자력발전소를 짓고, 핵잠수함을 개발했던 나라다. 그런 나라에서 이제 방사선 치료를 받으러 멀리 부산까지 찾아 오는 것이다.

외국인이라 치료비도 만만치 않을 것이다. 우리나라 사람은 암으로 진단되고 중증환자로 등록되면 보험 수가의 1/10만 부담한다. 외국인들은 한국 보험 급여의 혜택을 받지 못하니, 보험수가보다 훨씬 높게 책정되어 있는 일반 수가를 적용받고 또 그 전액을 본인이 부담해야 된다. 어림잡아 같은 병을 치료하는 우리나라 환자들의 스무 배 정도는 지불해야 한다.

그런데 왜 하필 한국 의료를 선호하는 것일까? 지리적으로 가까워서 그런가. 대부분의 러시아 환자는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한국의 진료비가 의료수준과 비교하면 아직 무척 싼 편이라고. 그리고 유럽이나 일본, 미국은 터무니없이 높은 수가 탓에 치료받을 엄두도 못 낸다고 덧붙인다.

몇 년 전, 우리나라 유명 배우가 미국에서 뇌수술을 하고 한 달간 지불한 의료비가 5억 원에 달했다는 기사를 읽었던 기억이 있다. 보험이 없다면 그것이 정상적인 수가일 가능성이 높다.

우리나라 의료수가는 원가의 80%정도다. 보건복지부에서 인정한 수준이 그러하다. 시술하는 순간의 수고와 의료 행위에 부과되는 시간만을 책정한 금액이다. 의사가 되기까지 투자한 세월과 노력은 충분히 고려되지 못했다고 볼 수 있다. 같은 행위를 하는 동물 병원의 시술보다 값싼 항목도 많다.

어쩌면 현행 의료수가 제도는 의사들을 진료에만 집중할 수 없도록 조장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대형 병원에서는 특진비와 고급 병실료를 높게 책정하고, 인건비가 싼 전공의 인력을 24시간 풀가동하여 적자를 면하고 있다. 중소병원이나 개업의들은 보험항목에 해당되지 않는 의료행위를 개발하기 위해 안간힘을 쓸 수밖에 없다.

의과대학 졸업생들이 전공과목을 선택할 때 상대적으로 수련기간을 수월하게 보낼 수 있고, 비(非)보험 항목을 시술할 수 있는 전문 분야로 몰리는 것은 어떻게 보면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안피성’(안과·피부과·성형외과)이니 ‘정재영’(정신과·재활의학과·영상의학과) 이니 하는 말이 괜히 나온 것이 아니다.

생명과 직결되는 의료행위를 하는 외과계 전공 과목은 전공의를 구하지 못해 난리다. 이런 상황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더구나 이 같은 분야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수가라 미래가 보장되지 않으니 상당 기간 젊은 의학도에게서 외면당해 왔다. 그래서 교수들이 철야 당직을 하는 곳도 많다.

훗날, 어쩌면 우리는 급박한 심장 수술이나 뇌 수술을 받으러, 요즘 러시아 환자들이 그렇게 하는 것처럼 비싼 진료비를 각오하고 먼 나라로 가야 할지도 모른다.

우리 의료계는 원가에도 미치지 못하는 의료수가 때문에 정부에 현실성 있는 수가를 인정해달라고 매달리고, 어느 나라는 의료 수준이 열악해 쌈짓돈을 싸 들고 우리나라에 와서 진료를 받는다. 이 무슨 가당치도 않은 아이러니인가.

러시아에서 부산으로 온 환자들은 방사선 치료비 부담을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 치료 기간을 단축해 달라는 부탁을 자주 해온다. 그러기 위해선 날마다, 일 회 조사하는 방사선량을 증가시켜야 한다. 부작용이 심할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그래도 과도한 치료비가 나오지 않도록 배려해 주어야 할까.

누가 의술(醫術)을 아름답다 했던가.

동아대병원 방사선종양학과 교수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연휴 사흘간 32만 ‘부캉이앓이’…다가오는 작별(종합)
  2. 2150년史 부산항 무대 삼은 아레나, 세계 어디에도 없는 K-팝 명소로
  3. 3이재명 대통령 넘어선 민주당 지지율에 분열 확대
  4. 4“부산관광 뜨는 지금이 적기” 호텔투자 열기 서부산까지
  5. 5분유에 소주 타 먹인 친부…여직원 2년간 추행한 임원
  6. 6양산 춘추공원 재정비…6년 만에 변경안 고시
  7. 7한동훈 ‘지뢰폭발’ 대여공세 주도…복당론 선긋는 장동혁과 대립각
  8. 8야구 없는 날에도 팬·관광객 북적…도쿄돔 일대는 미니도시
  9. 9[도청도설] 부캉이가 띄운 북항
  10. 10부산시 재정난 겪는데…시유재산 세입관리 부실 투성이
  1. 1이재명 대통령 넘어선 민주당 지지율에 분열 확대
  2. 2한동훈 ‘지뢰폭발’ 대여공세 주도…복당론 선긋는 장동혁과 대립각
  3. 3폭풍 SNS, 배우자 외부활동…총선운동 방불케 한 추석행보(종합)
  4. 4‘인천대 교수 임용 특혜 의혹’ 유승민 딸, 입건없이 10개월째 수사만
  5. 5안보·사법·與 내홍…추석 이어 국감정국 달군다(종합)
  6. 6靑 “우크라 ‘비공개 합의 없었다’는 거짓 발표”…해명·사과 요구
  7. 7與 “민생 더 챙기라는 말 많아” 野 “대선 언제냐며 시민 분노”
  8. 8[속보]유시민, 이 대통령 검찰개혁 "국민 속인 것"…명예훼손으로 고발당해
  9. 9[속보] 이 대통령 지지율 2주 연속 상승…민주 38.7%·국힘 39.4%
  10. 10北포로 송환 공개 논란, DMZ 사고 조사 지연…연휴 일파만파(종합)
  1. 1150년史 부산항 무대 삼은 아레나, 세계 어디에도 없는 K-팝 명소로
  2. 2“부산관광 뜨는 지금이 적기” 호텔투자 열기 서부산까지
  3. 3K-팝 효과 끝? 관광수지 넉 달만에 적자 전환
  4. 4늘어나는 법무수요…부산도시公 사내 변호사 찾기 안간힘
  5. 5‘사장님 퇴직금’ 노란우산, 공제·목돈 마련 든든
  6. 6한화에어로 ‘경력직 가이드라인(특정 학력·나이)’ 논란…“채용과정 개선할 것”(종합)
  7. 7금고 과당경쟁 제동…지역은행 판도 촉각
  8. 8“독자 기술이 미래 경쟁력…내년 매출 4100억 목표”
  9. 9CG 없이 대규모 전쟁·액션신 뚝딱…생성형 AI 활용 본격화
  10. 10아레나 지을때까지 땅 텅텅? 임시 야외 공연장 활용안 부상
  1. 1연휴 사흘간 32만 ‘부캉이앓이’…다가오는 작별(종합)
  2. 2분유에 소주 타 먹인 친부…여직원 2년간 추행한 임원
  3. 3양산 춘추공원 재정비…6년 만에 변경안 고시
  4. 4야구 없는 날에도 팬·관광객 북적…도쿄돔 일대는 미니도시
  5. 5부산시 재정난 겪는데…시유재산 세입관리 부실 투성이
  6. 6‘부캉이’를 市 명예 홍보대사로…온라인 투표 몰표
  7. 7금정구의원이라 믿었는데…임대보증금 1년 넘게 안 줘
  8. 8영화숙·재생원 진실규명 공로 손석주 ‘민주시민상’
  9. 9선거때 식사대접 혐의 사하구 체육회장 송치…돈봉투 수사는 무혐의
  10. 10부산지하철노조 쟁의 가결…조정 거쳐 내달 파업 예고
  1. 1오상욱 끝냈다…펜싱 男 단체 우승…승마 남동헌, 12년 만에 정상 탈환(종합)
  2. 2K-농구 황금시대…남녀 동반 우승, 3대3도 첫 金(종합)
  3. 3이강인·황인범 활용법 찾아라
  4. 4안세영, 세계 5위 가볍게 압도하며 4강행…사상 첫 2연패 도전
  5. 5[속보]강준이, AG 스케이트보드 ‘금빛 트릭’…한국 사상 첫 金
  6. 6한국 야구, 일본 꺾고 금메달…아시안게임 5연패 달성
  7. 7높이뛰기 우상혁, 2m22로 동메달
  8. 8[속보]'약속의 8회’ 한국 야구, 일본 3-1로 꺾고 AG 5연패
  9. 9우승 타이틀 박탈 위기…맨시티 ‘유죄 판단’보도에도 회장 “결백 입증하겠다”
  10. 10한국 양궁…단체전 6종목 모두 4강행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학교 통폐합 지역 맞춤형으로 접근”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해운기업 유치, 해사법원 신설 “해양수도 부산 경쟁력 키울 것”
강동진의 도시이야기 [전체보기]
바흐를 찾아간 나, 한국을 꿈꾸는 그녀
세계유산위원회, 부산의 시간을 세계와 나누다
경제프리즘 [전체보기]
소비 아닌 문화 생산 주체 오페라하우스
한국 갯벌의 2단계 확대 등재 의미
과학에세이 [전체보기]
자동화의 세상에서 지능화의 세계로
인간만의 영역 ‘관광과 과학’의 결합
국제칼럼 [전체보기]
나림 이병주, 더 일찍 법(法)으로 통(通)했다
추석 밥상에 오를 이재명 정부의 성적표
기고 [전체보기]
존엄 보장하는 부산형 청년보장제 되기를
복합재난에 강한 도시의 조건
기자수첩 [전체보기]
금고 이사장 전횡, 지금도 진행중
엘리트 자평해온 市 공무원…생중계 회의서 능력 입증을
김준희의 클래식 인사이트 [전체보기]
여름의 끝자락, 브람스
여름날의 애상, 왈츠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세종시대 음악이 전해진 이유
영산회상, 불교음악에서 풍류음악으로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솔직할 수 있는 용기, 당신에게도 닿기를
히말라야의 경고
도청도설 [전체보기]
부캉이가 띄운 북항
작자 미상
독자 투고 [전체보기]
새로운 시작 ‘황혼 이혼’
무료 화장실 깨끗하게 쓰자
메디칼럼 [전체보기]
‘공동선(Common Good)’으로서 간병 복지
직업병에 대한 자세, 무지와 고의 사이
목지수의 도시브랜드 산책 [전체보기]
랜드마크 시스템의 시대
북항 돔구장에서 야구 보며 사우나를
박지욱의 뇌력이 매력 [전체보기]
건망증, 이렇게 잡자
운동으로 해마를 키우자
박진희의 컬처 픽 [전체보기]
부산 문화정책, 지금 필요한 선택
지독한 집념이 세운 로컬 자산, 대한도기
사설 [전체보기]
DMZ 지뢰 추정 폭발 사고, 엄정·신속한 진상 규명을
미중 한반도 논의…북미 대화 국면서 한국 역할 중요
세상읽기 [전체보기]
북항 찾은 상어 ‘부캉이’와 잊힌 갈매기 ‘부기’
‘지방시대위’ 부산 이전, 다시 뛰는 대한민국
안재철의 연결하는 공간 [전체보기]
지구와 도시의 연결을 묻다
해양수도 부산, ‘제3의 경계 공간’
엄길청의 문전성시 [전체보기]
말과 현실이 너무 다른 부산
반도체와 부산
이보성의 미술 현장 산책 [전체보기]
시장이 강해진 것일까, 비엔날레가 약해진 것일까
아트부산, 숫자 이후의 질문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보건의료에서 지방정부 역할과 ‘정책 의료’
행위별수가제와 인두제, 오해와 진실
이정구의 맛과 건강 [전체보기]
미식과 오래 씹기
이제명의 오션 드림 [전체보기]
광복 81년, 다음은 바다의 산업 주권
HMM 부산 이전, 해양수도의 시험대
이홍의 세상현미경 [전체보기]
국제질서의 지각변동과 한국의 성장경로
한국이 가진 자산
정쾌호의 부동산 탐구생활 [전체보기]
미분양의 경고, 지방 맞춤 ‘출구전략’ 서둘러야
6·3 부산시장 선거, 부동산 정책의 길
주재민의 명당을 찾아서 [전체보기]
조선 8대 명당 중 하나인 정문도 묘
금가락지가 땅에 떨어진 형국, 곡전재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추석의 식탁, 가족을 잇는 와인
오스트리아 와인,빈의 시간을 마시다
특별기고 [전체보기]
‘해양수도 부산’ 토대부터 바로 놓아야
당론 따를지 역사 따를지 양심의 선택을
하순봉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박자와 기보
국민악파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이대원의 ‘온정리 풍경’
유영국의 1957년 작 ‘사람’
CEO 칼럼 [전체보기]
의료 전문성이 병원 밖 나가는 길 열어야
청년·노인 예산은 경쟁 관계가 아니다
  • 2026 국제환경에너지산업전
  • 국제골프아카데미
  • 부산국제마라톤
  • 어린이청소년경제아카데미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