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년여간 부산시를 정국의 중심에 서게 했던 이른바 ‘유재수 사건’의 전말이 연초 검찰의 조국 전 법무부 장관에 대한 공소장을 통해 대체로 드러났다. ‘유재수 사건’은 크게 두 가지로 구성된다. 우선 유재수 씨 개인 비리다. 민선 7기 부산시정의 첫 경제사령탑인 경제부시장을 맡았던 유 씨를 구속하면서 검찰이 적용한 혐의를 보면 뇌물수수, 수뢰 후 부정처사, 청탁금지법 위반 등이다. 스폰서 업체에서 용돈 골프채 자녀유학비 등을 받고, 자신이 쓴 책을 강매하고 친·인척 취업을 청탁하는 등 ‘공무원 비리의 결정판’이다.
두 번째는 유 씨가 어떻게 승승장구해 시까지 흘러들어올 수 있었느냐다. 청와대의 감찰 중단이 유 씨에게 날개를 달아준 셈이 됐다. 그리고 감찰 중단을 위해 이른바 부산 울산 경남(PK) 친문(친문재인)계 핵심이라는 인사들이 적극 나선 정황이 드러났다.
검찰 공소장을 보면 김경수 경남도지사와 윤건영 전 청와대 국정상황실장 등은 당시 백원우 청와대 민정비서관에게 “유 국장은 참여정부(노무현 정부) 때 함께 고생한 사람” “현 정부 핵심 인사들과 가까운 관계”라고 했다. 백 전 비서관은 민정수석이던 조 전 장관에게 “노무현 정부 인사들이 유재수가 자신들과 가깝고 고생을 많이 한 사람이라고 하니 봐달라고 한다”고 말했다. 2017년 10월 “사안이 중대하니 감찰을 진행하라”고 지시했던 조 전 장관은 두 달 만에 ‘감찰 중단’을 지시했다.
조 전 장관은 유 씨에 대한 감찰 무마 의혹과 관련한 검찰 공소 내용에 대해 “사실관계와 부합하지 않으며, 법리적으로 직권남용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법적 책임을 부인했다. 하지만 조 전 장관도 “민정수석으로서 정무적 판단에 미흡함도 있었다”고 정무적 책임은 시인했다.
유 씨에 대한 감찰 무마에 조 전 장관의 법적 책임이 있는지는 조 전 장관과 검찰이 법정에서 다툴 일이다. 그런데 조 전 장관도 인정한 ‘미흡한 정무적 판단’ 탓에 그 피해와 부담은 고스란히 부산시와 시민이 떠안았다. 또 김 지사, 윤 전 실장 등 PK 친문 인사들이 벌인 ‘유재수 구명’ 활동이 조 전 장관의 미흡한 정무적 판단에 영향을 끼친 요인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미흡한 정무적 판단은 비리 관료의 고삐를 풀었고, 그는 여당의 수석전문위원이라는 직함을 얻어내 결국 제2 도시의 경제사령탑까지 꿰차는 발판으로 삼았다.
유 씨 의혹이 다시 불거진 것은 2018년 12월 한 언론을 통해서다. 내용은 유 씨를 구속한 검찰의 공소장 내용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언론 보도 직후 자유한국당 김도읍 의원은 국회에서 유 씨 의혹을 정면으로 제기했다.
이때부터 유 씨는 농단 수준으로 시를 자신의 사적 방어 도구로 활용했다. 이유를 알 수 없는 오거돈 부산시장의 묵인 또는 동조 역시 유 씨가 시가 자기방어에 수단을 총동원할 길을 놓았다. ‘부산시’라는 명의가 유 씨의 해명에 동원됐고, 의혹을 보도한 언론에 대한 언론중재위 신청인에는 유 씨와 오 시장이 함께 이름을 올렸다. 언론의 정당한 비판 기능에 재갈을 물리고 또 한 번 비리를 은폐하려는 유 씨의 행위에 시가 가담한 꼴이 된 셈이다.
1년 가까이 시정 혼란을 초래한 ‘유재수 의혹’은 검찰 수사 결과 사실이 됐다. 감찰 무마가 어떻게 이뤄졌는지도 밝혀졌다. 오 시장의 유 씨에 대한 공식적 언급은 지난해 말 직원 조례에서 했다는 짤막한 유감 표명이 전부다.
부산 여권의 한 축인 민주당도 시종일관 쉬쉬하며 넘어가는 분위기다. 부산 민주당과 시가 ‘유재수 사건’으로 드러난 인사 시스템의 문제를 개선하겠다는 이야기도 들어보지 못했다
언제든 제2, 제3의 유재수가 출현할 가능성이 남아 있는 셈이다. 검찰 공소장을 보면 친문 인사들의 유 씨 구명 활동 배경에는 ‘우리 편’이라는 정서가 깊게 깔려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강조한 ‘기회의 평등, 과정의 공정, 결과의 정의’가 우리 편에게만 적용되는 원칙은 아닐 것으로 믿는다. ‘유재수 사건’의 분명한 매듭과 재발 방지책 제시는 부산 여권에 공적 책임이 있다.
정치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