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반도체는 ‘산업의 쌀’로 불린다. TV부터 인공지능(AI) 플랫폼까지 우리가 사용하는 전자기기 대부분이 반도체를 기반으로 작동되기 때문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해 4월 반도체를 가리켜 “거대한 세상(산업)을 움직이는 작은 엔진(쌀)이다”고 정의했다.
우리 경제에서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은 제조업 등 주요 산업 전반에 영향을 미칠 정도로 절대적인 수준이다. 반도체 분야에서 성공한다는 것은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수십 년간 반도체 연구·개발과 인력 양성에 총력을 쏟은 결과 한국을 넘어 세계 시장을 주도하는 기업으로 성장했다. 그런 면에서 안타까운 점이 있다. 조선 자동차 등을 앞세워 국내 제조업을 이끄는 부산이 유독 반도체 분야와 관련해서는 사실상 불모지에 가깝다는 점이다. 이는 주요 반도체 기업의 수도권 집중화와 지역사회의 관련 산업 육성 노력이 상대적으로 미흡했기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그런 부산에서 반도체 인력을 양성하려는 움직임이 본격화됐다. 부산시는 반도체 중에서도 미래 신성장 동력으로 평가받는 ‘파워 반도체’와 관련해 정부가 올해부터 처음으로 시행하는 전문인력 양성(향후 5년간 총 300명 규모) 사업에 지원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비록 다른 지자체와 경쟁을 벌여야 하는 상황이지만 적어도 현시점에서는 ‘부산 선정’ 가능성이 비교적 높다는 게 시 안팎의 전망이다. 부산이 지난해 3월 문재인 대통령 주재로 열린 지역현안점검회의에서 ‘파워 반도체 산업 클러스터 조성’ 대상 지역으로 선정됐기 때문이다.
인간의 두뇌에 해당하는 일반적인 메모리 반도체와 달리 파워 반도체는 근육이나 심장 역할을 한다. 이 때문에 파워 반도체 전문 인력이 지역에서 양성되면 조선·해양·기계 등 전통 산업을 신산업화하는 시기가 빨라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더욱이 일본발 수출 규제 사태가 이미 장기화됐다는 점을 고려할 때 반도체 관련 인력이 늘어나면 부산의 소재·부품·장비 산업 역시 더 활성화될 수 있다.
시는 철저한 준비를 거쳐 부산이 선정돼야 하는 이유와 필요성을 끊임없이 정부에 각인시켜야 한다. 부산이 ‘반도체 도시’로 도약하는 모습을 기대해 본다.
경제부 serenom@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