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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동진 칼럼] 제1부두, 이왕 보존하는 김에 제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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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입력 : 2020-01-23 18:49:48
  •  |   본지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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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만3700㎡, 약 4000평의 바다를 놓고 각기 입장이 다른 공공기관들 간의 갈등이 한창이다. 바다를 매립해야 생기는 땅이기에 지켜보는 시민의 입장에서 답답함을 금할 수가 없다. 두 가지 차원의 답답함이다. 하나는 그리 크지도 않은 땅을 확보하기 위해 바다 매립이라는 구시대 방식을 택해야 하는 현실이 답답한 것이고, 또 하나는 공통의 설립 목적을 가진 공공기관들 간의 갈등을 조정하지 못하는 능력 부재에 대한 답답함이다. 그 바다가 바로 ‘부산항 제1부두와 부산세관 사이의 공유수면’이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북항재개발 플랜 속의 이곳과 주변 바다는 모두 매립하기로 되어 있었다. 그런데 ‘한국전쟁기 피란수도 부산의 유산’의 세계유산 등재 작업이 본격화되며 상황은 급변했다. 제1부두가 우리나라 최초 항구시설이자, 한국전쟁 시 피란민을 품고 유엔군 참전과 구호물자의 유입구로서 전쟁의 역전과 국가 수호의 근거를 제공했던 사실이 부각되면서 제1부두는 매립과 개발의 땅에서 보존과 미래의 장소로 전환되었다. 부두를 두 동강 내도록 계획되었던 도로 선형을 변경하고, 부두 좌우측 바다 매립을 포기하고, 또 주변 토지 용도를 바꾸는 등 획기적인 변화가 진행되었다. 사실 이미 완료된 개발계획을 바꾼 것은, 그것도 변경 목적이 ‘부두 보존’을 위해 매립에 따른 개발이익을 포기한 것은 우리나라 국토 및 항만개발사에서 길이길이 남을 놀라운 결정임에 틀림없다. 그 선택에 뜨거운 박수와 찬사를 보낸다.

그런데 약 1만3700㎡ 공유수면, 즉 도로 선형 변경에 따라 발생한 또 다른 바다의 매립을 놓고 해양수산부, 부산항만공사, 부산시, 중구청 간의 치열한 눈치 보기와 갈등이 전개되고 있다. 그리 넓지 않은 면적이기에 매립해도 무슨 문제냐 하겠지만, 그 바다가 제1부두와 같은 운명을 타고난 특별한 바다이기에 고민이 큰 것이다. 해양수산부와 중구청은 많은 것을 포기했기에 그 매립만이라도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고, 부산시는 개발과 보존의 갈림길에서 어렵게 택한 결정이니만큼 이왕이면 제1부두의 온전한 보존을 위해 그마저도 매립하지 말자는 것이다.

이런 경우, 매립이 가져올 이익과 비(非)매립할 때의 이익을 객관적으로 따져보는 것이 갈등 해소의 유일한 해결점이다. 부산과 시민을 위해 이익이 많은 쪽을 택하면 되지 않겠는가. 먼저 매립이 가져올 이익은 무엇일까. 매립 후 땅의 용도가 ‘해양문화지구’로 정해져 있다. 어떤 기능이 도입되더라도, 이익의 합은 매립 후 매각비용, 건설과 분양 이익 그리고 개발 후 발생할 세금 수익 등일 것이다. 건설사를 포함한 개발 주체들은 단기 수익을, 중구청은 개발에 따른 경제 효과를 누릴 것이다. 결코 포기할 수 없는 적지 않은 규모일 것이다.

반면, 매립하지 않는다면 어떤 혜택이 있을까. 매립 대상의 바다는 제1부두와 연결된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해안 안벽으로 위요(어떤 지역이나 현상을 둘러쌈)된 곳이다. 우리나라 최고의 살아 있는 항구 흔적이라 할 수 있다. 매립하면 이 흔적은 사라질 수밖에 없다. 더 생각해 볼 점은 이 안벽이 제1부두를 지지하는, 즉 뿌리 역할을 하는 ‘돌제’라는 사실이다. 안벽이 바다로 돌출된 부두와 통합체이기에, 제1부두의 존재를 설명하는 공유수면 보존은 세계유산 등재의 중요 요건인 제1부두의 진정성과 완전성 확보의 중요한 근거가 될 것이다. 제1부두가 온전한 모습으로 세계유산으로 등재된다고 상상해 보자. 원도심과 바다로 연계된 이 일대는 부두가 세계유산인, 전 세계에서도 희소한 장소로 영원히 남을 것이다.

항구재개발 성공모델로 꼽히는 함부르크 하펜시티에 오래된 창고군이 있다. 이 창고군은 1885~1927년경 벽돌로 지은 보세창고들인데 놀랍게도 2015년 세계유산으로 등재됐다. 등재 이유 중 하나가 하펜시티 재개발로 오히려 창고군의 가치가 커졌다는 것이다. 무슨 말일까. 재개발된 하펜시티의 모습이 전혀 낯설지가 않다. 마치 창고들 사이를 걷는 것 같다. 창고의 맥락, 즉 창고의 높이와 규격은 물론 재료와 색채까지 고려된 특별한 재개발이 이뤄졌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하펜시티는 단순한 항구재개발 현장이 아닌 세계적 명소가 되고 있다.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은 셈이다. 항구 내 일부 시설에 대한 문화재 지정이나 세계유산 등재가 항구 재개발에 각을 세우는 반대 사안이 절대 아니라는 것이다. 이 진리를 40여 년 전 이미 깨달았던 함부르크가 지금 누리는 이익의 합은 도저히 계산을 할 수가 없다.

생각을 전환해보자. 우리도 두 마리 토끼를 잡아보자. 매립으로 예상되는 수익과 효과를 다른 방법으로 보장받을 수 있다면 굳이 매립이 필요치 않을 것이다. 필자의 짧은 생각으로는 부산시가 중구에 매립 용지만큼의 개발용지를 확보할 수 있도록 돕고 또한 추가 이익 발생을 위한 여러 배려에 대한 약속을 하면 어떨까. 이와 함께 온전히 보존된 제1부두와 바다를 활용한 문화관광의 특별한 비전을 제시하면 더더욱 좋을 것이다. 단기 이익에 목적을 두는 관행에서 벗어나면 좋겠다. 모두가 행복해질 수 있는 방안이자 역사, 문화, 심상, 경제 차원에서 부산에 가장 도움이 되는 길을 찾아야 한다.

‘매립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경제적이다’라는 명제! 모든 기관이 힘을 합친다면 해양수산부는 대한민국 항만재개발사에 획을 긋는 대전환의 기회를 가지게 될 것이고, 중구청은 세계적으로 희소한 항구시설을 세계유산으로 보유한 기초자치단체가 될 것이며 세계인이 찾는 매력적인 관광 거점을 가지게 될 것이다. 부산시는 공익에 앞장서는 도시상(都市像)과 항구 역사의 향유를 즐기는 시민의 행복한 미소를 얻게 될 것이다.

마침 올해가 한국전쟁 발발 70주년이 되는 해다. 또한 피란 수도 70주년이 되는 해다. ‘1만3700㎡ 매립 포기’를 70주년 기념사업으로 추진해 보면 어떨까. 말도 안 되는 발상이라 하겠지만, 필자는 확신한다. 이 ‘위대한 포기’가 분명 대한민국 피란수도사와 항만개발사를 다시 써 내려 가는 혁신의 첫해가 될 것이라는 사실을.

경성대 도시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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