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까지 대한민국 남자세계에서는 항상 떠올랐던 화두가 두 개 있었다. 축구와 군대 이야기다. 딱히 내세울 것이 드문 남자들은 더 요란했다. 특히 축구 이야기는 군대를 갔다 오지 않은 남자들도 끼어들 수 있어 더 인기였다. 그 때문에 애인의 동료 모임 등에 동석했다가 뜬구름 잡는 식의 축구 얘기만 듣다가 질렸다는 여성도 적지 않았다. 축구 이야기만 나오면 신이 난다는 애인과 헤어졌다는 일부 여성의 지나간 이야기가 이 시대 표현대로 ‘웃픈’ 풍경으로 다가온다.
한일 축구전 관람기는 빼놓을 수 없는 이야기 아이템이다. 당시 한일전을 기다리는 남자들은 언제나 신중했다. 어떤 이는 경기를 TV로 시청하던 중 잠시 소변을 보고 온 사이 골을 먹었다고 자책한 뒤 다음부터는 한일전 TV 시청 내내 방광이 퉁퉁 붓는 고통을 견디며 소변 한 번 보지 않고 버텼다고 한다.
이제 한국 사회에서 축구 이야기는 주요 소재의 뒷전으로 밀렸다. 그래도 그제 밤 한국 축구가 올여름 일본 도쿄에서 열리는 올림픽의 본선 진출을 확정한 것은 기분 좋은 소식이다. 1988년 서울올림픽을 시작으로 9회 연속 올림픽 본선 무대를 밟은 세계 최초의 국가라는 기록도 남다르다. 그다음으로 올림픽 연속 출전 횟수가 많은 나라는 이탈리아로 7회다.
한국 축구가 올림픽 무대에 첫 모습을 보인 것은 1948년 런던대회. 이후 1952년 헬싱키올림픽은 참가 신청만 하면 본선 진출이 가능했는데 당시 이승만 정부에서 ‘축구는 선수 숫자가 많은 단체 종목이라 경비가 많이 든다’는 이유로 허가하지 않았다. 1956년 멜버른올림픽 예선에서는 일본과 홈앤드어웨이 방식으로 2경기를 치러야 했지만, 우리 정부가 일본의 방한을 허용하지 않아 일본에서 2경기를 모두 가졌다. 1960년 로마올림픽에서는 대만과 치른 마지막 플레이오프 1차전을 이겼으나, 2차전에서 심판 판정에 항의하다 몰수패를 당했다. 그리고 1964년 도쿄올림픽을 통해 16년 만에 올림픽에 출전했다. 결과는 조별리그 전패.
이번 대표팀은 올림픽 예선에서 전승 기록으로 9회 연속 본선 진출이라는 금자탑을 이뤘다. 상대에 따라 분석하고, 그에 맞는 선수를 먼저 내보냈다. 도쿄 본선에서는 한국 축구가 이전 올림픽 무대와 비교되는 빛나는 성과를 기대할 만하다. 우선 설날 연휴 기간인 모레 밤 사우디아라비아와 맞붙을 결승전을 승리로 이끌고 그 여세를 몰아갔으면 좋겠다. 당분간 축구 이야기가 만발할 것으로 보인다.
강춘진 논설위원 choonjin@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