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장재건 칼럼] 설 연휴 무탈하셨는지?

지난해 추석 조국 사태 후 더욱 심해진 진영 간 갈등, 명절 밥상머리마저 살벌

새 풍속도는 비정상 사회, 정치권 통합·협치 아쉬워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올해도 어김없었다. 스마트폰의 SNS 울림이 부쩍 잦아지면서 명절이 다가왔음을 알려준다. 대충 짐작은 해도 열어 보지 않을 순 없는 노릇. 개중엔 얼굴도 가물가물한 이들로부터의 소식도 있다. 내용이야 모두가 익히 아는 대로다. ‘즐겁고 행복한 설’을 보내라는 축원이다. 하지만 일껏 보내준 명절 인사가 고맙긴 해도 별 감흥을 느끼지 못하는 건 나만의 일이 아닐 것이다. 단순히 전자기기 속 문자에서 느끼는 생경함 때문만은 아니다. 오랜만에 가족과 친지가 모이니 당연히 그래야 겠지만, 과연 명절이 모두에게 즐겁고 행복할까라는 다소 엉뚱한 생각도 한몫 했을 터이다.

즐겁고 행복해야 할 명절을 이처럼 삐딱한 시선으로 보는 게 정상적일 수는 없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명절이 일 년에 두 번 거쳐야 할 ‘피곤한’ 통과의례가 돼버린 것 또한 부인하기 어렵다. 어느새 다양한 ‘증후군’을 동반하는 반갑잖은 대상이 된 것이다. 명절 전후 이 골치 아픈 증후군의 예방과 퇴치를 안내하는 기사가 약방의 감초처럼 언론에 등장한 지도 오래됐다. 명절증후군의 실체를 단정적으로 규정 짓긴 어렵다. 그러나 그 근원에는 급속한 세태 변화에 따른 가족 구성원 간 복합적인 갈등이 자리잡고 있고, 이는 사회적 갈등의 축소판이기도 하다. 남녀 간, 세대 간 갈등이 농축돼 있는 것이다.

그래선지 자칫하다간 명절 풍경이 험악하게 변하곤 한다. 아내나 며느리에게 음식 내와라, 치워라 하며 남자들만의 술판을 벌이다간 다음 명절을 기약하기 힘들다. 눈치 없이 조카의 취직이나 결혼을 다그치다간 꼰대가 되기 십상이다. 오죽하면 명절에 피해야 할 금기어까지 소개하는 언론 기사가 넘쳐날까. 이러니 즐거워야 할 명절이 살얼음판이 아닐 수 없다. 명절 내내 일촉즉발의 긴장감이 흐르고 서로 눈치를 봐가며 그럭저럭 넘기면 다행이다.

여기까진 그렇다 치자. 그나마 세상이 많이 나아진 덕분에 배려하는 명절 문화가 어느 정도 자리잡아 가고 있는 듯해서다. 그런데 새로운 복병이 나타났다. 이른바 진영 갈등이다. 이 또한 연원이 오래되긴 했다. 진영 갈등까진 아니더라도, 가족 친지들이 오랜만에 모이는 자리니 정치 이야기가 빠질 수는 없는 법. 자연스레 명절 전 정치 현안을 두고 의견을 내다보면 다소간 삐걱거림이 없을 수는 없다. 그러나 요즘은 양상이 달라졌다. 지난해 추석 전 우리 사회를 뒤흔든 조국 사태부터다. 당시 추석 때 조국이란 두 글자는 누구도 입밖에 내서는 안 될 금기어 1순위였다. 그럼에도 결국 조국 사태를 둘러싼 언쟁으로 명절 분위기가 험악했다는 경험담이 쏟아졌다.

비록 가족 친지 간 다툼이긴 해도 조국 사태를 둘러싼 진영 갈등엔 세대도 남녀도 없었다. 대다수가 이분법적인 확증편향에 사로잡혀 한 치의 양보도 없었으니 합리적인 논쟁을 기대하긴 어려웠다. 하긴 대한민국이 두 쪽으로 갈린 판국에 가족 친지 간이라고 별 다를 수도 없었다. 지난해 추석은 이 같은 살풍경 속에 지나갔지만, 그 여파는 아직도 진행 중이다. 아니나 다를까. 지난해 추석의 학습효과 때문인지, 올 설을 앞두고도 정치 이야기는 주제만 달라졌을 뿐 첫 번째 금기어로 언론에 오르내렸다.

올 설 연휴가 끝났다. 그래서 앞서 언급한 것처럼, 과연 이번 명절이 즐겁고 행복했는지 다시금 묻고 싶다. 누군가는 지난 추석 때 경험을 떠올리며 말들을 자제했겠지만, 또 누군가는 험악한 살풍경을 재연했을 것이다. 어찌 됐건 이게 대한민국의 새로운 명절 풍속도가 됐다는 건 서글픈 일이다. 우리 사회 진영 갈등이 명절 밥상머리마저 살벌하게 만들 지경이 됐다는 건 결코 정상적인 게 아니다. 서로 눈치를 보며 입을 닫거나, 다시는 못 볼 사이인 듯 등을 돌려버리게 하는 명절이 결코 즐겁고 행복할 수는 없다.

설 연휴가 끝나면서 정치권은 어김없이 고향에서 들은 명절 민심을 전했다. 하지만 그들이 전하는 민심이란 게 참으로 신기하다. 매번 자기 진영에 유리한 민심만 확인한다는 점이다. 야당은 정권 심판론이, 여당은 야당 심판론이 우세했다는 제 논에 물대기식 민심이다. 하긴 민심을 이처럼 제 입맛대로 갖다 붙이니 나라가, 가족 친지가 더더욱 두 쪽으로 갈라질 수밖에 없다. 그러면서 여야 모두 통합과 협치를 외쳐대니 이런 코미디도 없다.

어느 사회든 갈등이 없을 수는 없고, 이는 가족 친지 간이라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사회적 갈등이 지나쳐 가족 친지 간 갈등을 증폭시키는 지경까지 이르면 문제는 달라진다. 가장 작은 가족 공동체마저 정치판 갈등에 휩싸이는 사회가 온전히 발전하기를 기대하긴 어렵다. 그러니 다가오는 올 추석 땐 또 어떤 폭탄이 갈등의 기폭제가 될지 걱정이 앞선다. 이러다간 그야말로 이번 명절엔 싸우지 말고 무탈하게 보내라는 덕담이 오가는 이상한 세상이 오는 건 아닌지 모를 일이다.

논설실장 jjk@kookje.co.kr


[국제신문 공식 페이스북] [국제신문 인스타그램]

 많이 본 뉴스RSS

  1. 1부산 사하구, 전 구민에게 마스크 무상 배부
  2. 2김세연·백종헌·황교안 ‘삼각 악연’, 금정 막장 공천 낳았다
  3. 3확진자 급증 일본 도쿄, 도시봉쇄 우려에 식료품 사재기 파동
  4. 4부산 추가 환자 1명 발생…또 해외 유입, 이번엔 영국
  5. 5[국제칼럼] 한 방에 훅 간다 /강춘진
  6. 6묘수풀이 - 2020년 3월 27일
  7. 7“자치분권 입법, 권한 지방이양 우선돼야”
  8. 8동의과학대, 공공스포츠클럽 공모사업 신규 사업자 선정
  9. 9[서상균 그림창] 기적회생x2
  10. 10롯데 전지훈련 평가 <하> 타선
  1. 1천안함 피격 10주기 … 해군, 2함대서 추모식
  2. 2권영진 대구시장 실신… 병원서 의식 되찾아
  3. 3부산도 후보등록 시작 … 민주 ‘코로나 극복’ vs 통합 ‘정권 심판’
  4. 4부산 부산진구 “주민에게 1인당 5만 원씩 지급”
  5. 5통합당 이헌승 의원, 1년새 재산 6억6000여만 원 늘어
  6. 6‘미투 의혹’ 김원성 무소속 출마 공식 선언
  7. 7미래통합당, 선대위원장에 김종인 전 민주당 비대위 대표 영입
  8. 8김태호 전 경남지사, 거창서 무소속 후보 등록
  9. 9부산진구, 민생안정 위해 230억원 예산 편성
  10. 10부산경상대-연제구 반려동물 놀이터 조성·운영 위한 업무협약 체결
  1. 1 청년전세자금대출 만 34세 이하로 확대
  2. 2 거래소 이사장도 화훼농가 돕기 동참
  3. 3금융·증시 동향
  4. 4주가지수- 2020년 3월 26일
  5. 5우려와 기대 교차하는 증시···코스피 3일만에 하락
  6. 6파크랜드, 청년에 정장 빌려주는 ‘드림옷장’ 무상 운영
  7. 7마리나 선박 원스톱 지원센터 ‘굿 디자인’ 뽑는다
  8. 8미국 경기부양책 가결에 증시는 상승.. 아시아증시 혼조세
  9. 9야마하골프, 2020 리믹스 원정대 모집
  10. 10정부, 청년 전용 전세자금 대출 대상 연령 만 34세 이하로 확대
  1. 1부산 코로나19 확진자 1명 추가 20대 영국 유학생…총109명
  2. 2 전국 흐리고 비…제주·남해안 강한 비
  3. 3장덕천 부천시장, '경기도형 재난기본소득' 비판으로 도의원들에 비난받아
  4. 4울산 코로나19 확진자 발생 미국서 온 15세 남학생
  5. 5부산진구와 수영구, 주민에 5만 원 지급
  6. 6제주, 7번째 확진자 발생…유럽 유학생 귀국해 확진 판정
  7. 7부산 기초지자체들 현금 푼다 … 지역화폐·선불카드·기본소득 등 형태 다양
  8. 8대전 보험설계사 코로나19 확진…첫 증상 후 20일간 활보
  9. 9온천교회 코로나19 집단발생 왜? … “손 씻기 없고 마스크도 일부만"
  10. 10경남 코로나19 확진자 1명 추가, 총 87명…태국 다녀온 40대
  1. 1롯데 전지훈련 평가 <하> 타선
  2. 2올림픽 연기에 진천선수촌도 휴식…선수들 집으로
  3. 3손흥민 “팔 부상으로 못 뛴다고 하기 싫었다”
  4. 4윔블던테니스 연기 여부 다음 주 결정
  5. 56월로 미룬 도쿄올림픽 야구 최종 예선, 다시 연기 결정
  6. 6올림픽 특수 물거품…일본 7조 천문학적 손실 불가피
  7. 7기존 출전권 유효?…꿈의 무대 준비하던 태극전사 혼란
  8. 8유럽 축구계 코로나19 성금 릴레이
  9. 9기량 만개한 kt 허훈, MVP 입 맞출까
  10. 10파리올림픽 조직위 “도쿄올림픽 연기돼도 2024 파리올림픽 예정대로 개최”
한국전쟁 70년…분단인 통일인
독일 통일과정 7대 과오
한국전쟁 70년…분단인 통일인
다시 읽어보는 한 ‘분단인’의 삶
강동진 칼럼 [전체보기]
그럼에도 봄은 오고 있다
제1부두, 이왕 보존하는 김에 제대로
기고 [전체보기]
국제관광도시로 가는 부산 킬러콘텐츠 /장순복
‘코로나19 예절’시민운동을 전 세계로 /권헌영
기자수첩 [전체보기]
양산 도로 침하 사고의 교훈 /김성룡
적극적인 해양수산부를 원한다 /유정환
김용석 칼럼 [전체보기]
히포크라테스의 거울
개혁을 위한 아카데미상은 없지만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귀하디귀한 악기 ‘편경’
강강술래와 농악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부산시의 뒷북 /하송이
자화자찬이 아니라 묵묵하게 /정옥재
도청도설 [전체보기]
봄꽃, 피나 지나
초유의 올림픽 연기
문태준 칼럼 [전체보기]
여든 살 어머니의 만학
상월선원의 천막결사
박상현의 끼니 [전체보기]
아시정구지의 추억
깻잎무침 두 장 컵라면 하나
사설 [전체보기]
초중고 온라인 개학 대비책 혼란 없도록 치밀해야
소상공인 등 금융지원, 신속 절차로 실효성 높이길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국민건강보험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려면
인구 절벽 시대, 복지 대타협 급하다
이수훈 칼럼 [전체보기]
허황된 중국경사론
“한미동맹, 이상없다”
이은화의 미술여행 [전체보기]
전쟁의 얼굴
호의가 낳은 명작
이홍 칼럼 [전체보기]
코로나의 도전과 한국인의 응전
한국 경제 회복탄력성이 관건이다
장재건 칼럼 [전체보기]
코로나가 지구촌에 던진 경고
코로나 최전선 지방정부엔 여야가 없다
조영석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바흐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
‘사계’ 연주의 전설, 이 무지치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와인의 르네상스
영화 ‘사이드웨이’가 말하는 것
특별기고 [전체보기]
‘도시국가’시대 市長의 역할 /정해문
‘코로나 19’ 반드시 이겨낼 것이다 /곽붕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우봉 조희룡의 매화서옥도
심사정 지두화 ‘절로도해도’
  • 낙동강수필공모전
  • 2020하프마라톤대회
  • 2020 어린이 극지해양 아카데미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
스토리 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