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지중지하는 오디오의 스위치를 켜고 조금 뜸 들인 뒤 예쁜 전구 모양 진공관에서 불빛이 은은히 새어 나오면 턴테이블에 LP 한 장 올려놓고 음악에 귀기울인다. LP는 역시 옛날 빈티지 오디오 시스템으로 들어야 제맛이 나는가 보다. 필자는 1960년대 중학생 시절부터 LP를 한두 장씩 사기 시작했다. 처음엔 해적판이라 불리던 복제판(백판)과 미군 PX에서 나오는 소량의 LP가 거의 전부였다. 당시 레코드 가게에서도 해적판을 많이 팔았는데 음질은 좋질 않았지만, 그다지 비싼 편이 아니었고 레퍼토리도 다양해 음악팬의 사랑을 많이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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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턴테이블 위에 올려진 LP 음반. |
그러다 1970년 초 국내에서도 외국 라이선스 LP가 나오기 시작했는데 품질 면에서 획기적으로 고급화됐지만, 가격이 비싸 구입하기 쉽지 않았다. 라이선스 LP 한 장이 짜장면값의 10배쯤 되었으니. 그 시절엔 동네마다 조그만 레코드 가게들이 있었는데 스피커를 내놓고 길 가던 행인들에게 음악을 들려주곤 했다. 그때 들었던 트윈폴리오의 ‘하얀 손수건’이나 카펜터스의 ‘예스터데이 원스 모어(Yesterday Once More)’, 비틀스의 ‘렛잇비(Let It Be)’ 등은 지금도 아련한 추억 속 레퍼토리로 남아 있다. 이후 약 20년간 LP 전성시대가 이어졌지만, 1980년대 후반부터 CD가 본격적으로 생산되면서 90년대엔 CD 시대로 넘어갔고, LP 생산은 중단됐다.
음원을 다운받아 스마트폰으로 듣는 편리한 시대가 됐지만, LP의 향수를 잊지 못하는 음악 애호가는 여전히 남아 있었다. 그러다 언제부턴가 턴테이블로 LP를 듣는 애호가가 늘면서 LP를 새로 찍어내는 등 아날로그 복고 열풍이 일고 있다. 아날로그 소리는 CD 등 디지털이 만들어 내는 소리와 사뭇 다르다. 디지털 음원은 불필요한 소리를 다 깎아내고 맑고 깨끗한 소리만을 키우기에 차갑고 단조롭게 느껴지지만, 아날로그 소리는 음량이 풍성할 뿐 아니라 감성적인 면에서도 많은 차이를 느낄 수 있다. 빈티지 아날로그 음원은 현대 현대 하이엔드 기계가 재생할 수 없는, 빈티지만이 갖는 기술적 영역이 있어 가장 자연스럽고 편안한 느낌을 안겨 준다.
LP는 CD보다 사이즈가 큰 재킷 표지만으로도 볼거리가 있고 재생하는 과정이 복잡하고 불편해도 기계를 만지작거리는 묘한 즐거움을 준다, 그러나 LP 소리가 CD 소리보다 결코 낫다고는 할 수 없다. CD 개발자를 비롯한 디지털 음향 전문가들은 CD가 아날로그 음반보다 훨씬 원음에 가깝다고 한다. LP가 낫다, CD가 우월하다는 등은 단지 음악을 듣는 사람의 주관적인 견해일 뿐 어느 것이 우월한지는 음악 취향에 따라 다르다. 어느 날엔 LP가 좋고, 또 어떤 음악을 들을 땐 CD가 좋을 수 있다.
겨울비가 내린다. 토마소 알비노니의 ‘현과 오케스트라를 위한 아다지오’를 들어볼까 한다.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이 지휘하는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1973년도 녹음으로(CD는 대부분 1981년도 녹음이다).
필하모니 대표·음악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