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 기여를 조건으로 5000㎡ 이상의 도심 유휴지를 개발할 수 있도록 토지 용도를 재지정해주는 도시계획 변경 사전협상제도가 ‘합법적 특혜’ 논란에 휩싸였다. 부산시는 사전협상제를 시행하면서 시설물을 설치하는 대신 현금이나 토지 납부로 공공에 기여토록 하고, 시민토론회를 열어 투명성과 공정성을 강화한다는 운용지침을 마련했다. 하지만 시가 부산에서 처음으로 해운대구 재송동 한진CY 부지에 대한 사전협상을 진행하면서 지침과 다른 행태를 보였기 때문이다. 한진CY 부지에 대한 도시계획 변경이 ‘제2의 엘시티’가 될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오는 마당이니 예삿일이 아니다.
한진CY 사업자인 삼미디앤씨는 5만4480㎡의 부지에 최고 69층 규모의 주상복합시설 7동(3071가구)을 짓기 위해 현재 준공업지역인 이곳 용도를 상업지역으로 변경해줄 것을 시에 신청한 상태다. 그에 따른 공공기여금은 1100억 원을 제시했다. 그런데 시는 지난해 10월 2차 시민토론회를 비공개로 개최한 뒤 별다른 여론 수렴 작업을 하지 않고 있다. 게다가 1100억 원의 공공기여금이 합당한 수준인지에 대한 검증 결과도 제시하지 않았다. 그러면서 한진CY 부지가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상업기능 도입이 필요한 지역”이라는 입장을 밝히고 있으니, 특혜 우려가 제기되는 건 당연한 일이다.
한진CY 사전협상은 해당 사업만이 아닌 기장군 한국유리 부지를 비롯한 사전협상 대상지로 지정된 9곳의 본보기가 된다는 점에서 그 중요성이 각별하다. 한국유리 사업자인 동일과 시는 부지 개발을 두고 이미 두 차례나 계획안 제출과 반려를 되풀이하며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자칫 한진CY 부지에 특혜성 용도 변경이 이뤄질 경우 부산 전역에 난개발 바람이 불 게불을 보듯 뻔하다.
지역경제 활성화는 시만의 바람이 아니다. 시민 모두의 소망이다. 인구 유출 가속화 등 부산의 미래가 온통 잿빛이니 오죽하겠는가. 그렇다고 엘시티 사태를 재연할 수는 없다. 그건 행정의 투명성·공정성 훼손은 물론 지역민주주의의 토대를 허무는 자살행위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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