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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호의 와인 한 잔] 와인의 소리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20-01-29 19:37:40
  •  |   본지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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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에는 소리가 있다. 대개 와인을 테이스팅할 때 눈으로 보고 코로 향을 맡으며 입으로 맛을 보는 세 가지 단계를 거친다. 하지만 와인을 양조할 때 발효되면서 나는 소리, 와인을 오픈하는 소리, 스파클링 와인의 기포가 올라오는 소리, 와인 잔을 부딪치며 마시는 소리, 와인에 대해 이야기하는 소리 등 와인의 소리에 귀 기울여본다면 기쁨은 더 커질 수 있다.
독일 베를린에서 와인잔으로 연주하는 거리 음악가.
와인은 마시기 위한 것이다. 그러나 단순히 마시기보다 시간을 두고 제대로 느낄 수 있다면 더 큰 즐거움을 누릴 수 있다. 와인 생산자는 생산 과정 동안 와인이 어떻게 변화되어가는지 상태를 체크하고 브랜딩과 출시를 위해 테이스팅한다. 바이어는 구매를 결정하기 위해 다양한 와인을 테이스팅한다. 기자와 와인 전문가는 좋은 와인을 추천하기 위해 테이스팅뿐 아니라 와인 품질을 구별하고 표현할 줄 알아야 한다. 마트나 아울렛에서 와인을 살 기회가 많지만 와인에 대한 상세한 이야기를 들을 수는 없다. 많은 경험과 이해를 통해 삶이 풍요로워지는 것처럼 와인도 마찬가지이다. 마시는 와인들에 대한 기억과 정보가 쌓이면서 품질을 제대로 평가할 수 있게 된다.

인간은 삶 속에서 수많은 경험을 하지만 선택적으로 몇 개 사건만을 기억한다. 자기만의 방식으로 의미를 부여하고 해석해 언어라는 매개체를 통해 이야기로 표현한다. 이러한 이야기들은 개인에 관한 것일 수도 있고 공동체 이야기일 수도 있다. 과거 경험일 수도 있고 현재나 미래의 경험에 대한 이야기일 수도 있다. 많은 사람이 와인을 마실 때마다 와인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어 한다. 어떤 것을 이해하고 공감하게 되면 단지 그것을 감상하는 것 이상으로 즐길 수 있는 것처럼 소비자도 와인 지식을 가지고 제품을 살 수 있다면 더 큰 즐거움을 누릴 수 있을 것이다.

눈이 호강했다, 입이 호강했다는 말이 있다. 와인 색을 감상하고 음식의 모양을 즐기는 것은 눈이 호강하는 것이고 와인을 마시고 음식을 먹는 것은 입이 호강하는 것이다. 여기에 와인에 대한 이야기, 와인과 어울리는 음악을 같이할 수 있다면 귀까지 호강하는 더 큰 만족을 느낄 수 있다. 세계 최고 와인 전문가 중 한 명인 영국의 제임스 존은 “좋은 음악은 우리가 느끼는 와인의 맛을 변화시킬 수 있다”고 했다. 와인을 마실 때 음악을 들으면 와인의 맛을 더 잘 느낄 수 있다는 말인데 서로 다른 감각이 모여 새로운 경험이 되고 더 큰 만족이 된다.

와인은 음악처럼 많은 이야기를 하고 싶어 한다. 어떻게 만들어지고 어디서 왔는지, 어떤 세월을 통해 숙성되고 이동되어 내 앞에 왔는지 그리고 오늘 마시는 와인을 선택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감동하고 즐거워한다. 음이 모여 화음이 만들어지는 것처럼 와인의 색·향· 맛의 풍미와 어울리는 와인의 소리는 새로운 감동의 맛을 만들어 줄 것이다. 와인은 소리로 마신다. 그래서 자신 앞에 있는 와인과, 와인을 같이 마시는 상대에게 귀 기울여야 한다.

부산가톨릭대 와인전문가과정 책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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