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6년 미국 대통령선거 때 일이다. 당시 인기 있는 한 잡지는 전국 1000만 명에게 우편엽서를 보내 회신이 온 236만 명의 답변을 바탕으로 랜던 후보의 당선을 점쳤다. 랜던 57%, 루스벨트 43%로 집계되어서다. 반면 갤럽은 유권자 중 1500명을 추출해 면접조사를 벌인 끝에 루스벨트가 이긴다는 예측을 내놨다. 개표 종료 뒤 당선인은 62%를 받은 루스벨트였다. 갤럽의 표본 수가 적었지만, 표본의 대표성이 그만큼 뛰어났던 까닭이다. 이 같은 적중으로 갤럽은 일약 명성을 얻었다.
하지만 1948년 대선에서는 갤럽도 쓴맛을 봤다. 듀이가 트루먼에게 승리할 거라고 발표했으나, 그 반대로 나타났다. 심지어 어느 유력지는 성급하게 듀이의 당선을 보도했다가 낭패를 겪었다. 선거 후 트루먼이 잘못 예측된 그 신문을 들고 서 있는 사진이 ‘타임’지에 실려 더 화제가 됐다.
과거 우리나라의 선거 여론조사도 신뢰를 떨어뜨리는 사례가 심심찮게 나왔다. 1988년 제13대 총선의 제1야당 예측 실패(결과는 평민당), 1996년 총선 때 여당(신한국당)의 과반 의석 확보 예측 실패, 2004년 총선의 출구조사 예측 실패 등이 대표적이다. 4년 전의 20대 총선에서도 당시 여당인 새누리당이 의석 과반을 차지할 거라는 예측이 완전히 빗나갔다. 친박 공천에 반발한 ‘옥새 파동’ 등의 영향인듯 과반은커녕 오히려 더불어민주당에게 제1당의 자리를 내주고 말았다.
올 4월 총선을 앞두고 여론조사가 다시 화두를 이룬다. 여당인 민주당이 최근 공천심사를 위한 후보 적합도 여론조사에 들어갔고, 자유한국당도 내일부터 시작할 거라고 한다. 공천이 좌우될 수도 있으니 후보로서는 애가 탈 수밖에 없다. 각 정당도 여론의 향배에 민감하기는 마찬가지다. 그도 그렇지만 여론조사의 정확도에도 관심이 모인다. 조사기관들은 이번 총선부터 성별·연령·지역 등이 반영된 ‘안심번호’를 처음 적용하는 만큼, 기존 ‘자동응답(ARS)’ 방식보다 훨씬 나아질 걸로 본다.
하지만 회의적인 시각도 만만찮다. 기술적인 보완에도 불구하고 20대 총선보다 변수가 더 많다는 점에서다. 달라진 선거제(준연동형 비례대표제)에다 그와 관련한 위성정당, 보수야권 대통합 여부 등에 대한 민심을 과연 제대로 짚어낼 수 있겠느냐는 말이다. 게다가 저조한 응답률과 늘어난 무당층, ‘샤이 보수’, 투표율 등도 정확한 예측의 걸림돌로 꼽힌다. 그런 점에서 이번 총선은 여론조사기관에게도 힘겨운 시험대가 될 듯하다.
구시영 논설위원 ksyoung@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