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이 머무는 위치’를 연구하던 독일의 생리학자 골츠는 1869년 개구리에 관한 실험 결과를 발표했다. 개구리를 넣은 물을 데울 경우 뇌를 제거한 개구리는 물이 끓을 때까지 남아 있다 죽지만, 온전한 개구리는 물 온도가 섭씨 25도에 이르면 뛰쳐나온다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동시대의 다른 생리학자들은 실험을 통해 이견을 제시했다. 온전한 개구리도 물을 천천히 데우면 끓는 물에서 뛰쳐나오지 못하고 죽게 된다는 것이었다. 이런 연구로 탄생한 게 ‘삶은 개구리 증후군’ 이론이다. 이 이론은 점진적으로 고조되는 위험은 미리 인지하지 못하거나 그에 대해 조기 대응을 못해 결국 화를 당하게 된다는 사회경제학적 해석으로 이어졌다.
그 사회경제학적 의미를 적절히 짚은 이가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크루그먼 미국 뉴욕시립대 교수다. 그는 2009년 ‘뉴욕타임스’ 기고문에서 미국 경제를 ‘삶은 개구리 증후군’에 비유했다. 2008년 터진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주택 담보대출) 파산 사태의 급한 불을 끈 것 같지만, 실제 고용 상황이 서서히 악화되면서 더 심한 위기가 초래될 것이라는 주장이었다. 위험을 충분히 인지한 시점에 정책을 펴면 경제 회생의 기회를 놓치게 되니, 그 전에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는 얘기였다. 크루그먼 교수의 지적은 경제에 그치지 않았다. 그는 ‘삶은 개구리 증후군’ 문제는 경제보다 환경 쪽이 더 심각하다고 했다. 미국의 파리기후변화협약 탈퇴로 인한 환경위기 심화를 생각하면 그의 지적은 미래를 내다본 탁견이 아닐 수 없다.
환경위기가 가속화하는 것일까. 환경부가 지정한 ‘기후변화 지표종’인 북방산개구리가 지난해보다 27일 빠른 지난달 23일 지리산에서 올해 첫 산란을 했다고 한다. 산란일이 이처럼 앞당겨진 건 지난해 12월 전국 평균기온이 평년(1.5도)보다 높은 2.8도를 기록하는 등 올겨울의 이상고온 현상에서 기인한다. 지난해 전 지구의 기온 또한 2016년에 이어 기상 관측을 시작한 1880년 이후 두 번째로 높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같은 전염병의 글로벌 유행도 기후변화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기온 상승 등 기후변화는 병균의 전염력을 강화한다.
문제는 그 관련성을 애써 부인하거나 외면하는 데 있다. 인류를 ‘끓는 지구 속 삶은 개구리’ 처지로 몰아가는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가 그 중 하나다. 이대로 삶은 개구리 신세가 되어야 하는지, 신종 코로나는 또 하나의 화두를 던진다.
이경식 논설위원 yisg@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