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처음 만났던 어색했던 그 표정 속에 /서로 말 놓기가 어려워 망설였지만/ 음악 속에 묻혀 지내 온 수많은 나날들이/이젠 돌아갈 수 없는 아쉬움 됐네/이제는 우리가 서로 떠나가야 할 시간…’.(015B의 ‘이젠 안녕’ 중에서)
졸업 시즌이다. 졸업식 현장에는 1990년에 결성된 한국 최초의 프로듀서 그룹 015B(空一烏飛)의 히트 곡 ‘이젠 안녕’ 가사 가운데 ‘음악 속에’를 ‘같은 교실 속에서’로 바꿔 부르는 ‘졸업식 노래’가 곳곳에서 울려 퍼지고 있다. 마지막 구절은 ‘이젠 추억으로 남기고 서로 가야 할 길 찾아서 떠나야 해요’.
그런가 보다. 졸업은 정들었던 학교를 떠나는 그들이 각자 가야 할 길을 찾아 떠나는 시작점이다. 학부모들은 자녀의 앞날이 활짝 피기를 축복하는 기원의 날이다. ‘빛나는 졸업장’ 한 장이 지니는 무게감은 남다르다.
매년 이맘때면 각급 학교 운동장에는 3년에서 길게는 6년의 시간을 보냈던 교정을 떠나는 졸업생들과 학부모들이 한데 어울려 새 출발을 다짐하는 자리가 마련된다. 현장에서는 추억을 되새기고 ‘서로 떠나가야 할 시간’을 아쉬워 하는 노래 가사에 학부모들도 덩달아 울컥한다. 그 자체가 학부모와 자녀가 함께 고생했던 시간들을 연결해주고 서로를 위로해준다.
그제 부산에서 고등학교를 시작으로 각급 학교의 졸업식이 열리고 있다. 상급학교 진학으로 이어지는 초등·중학교와 달리 고등학교 졸업식에는 대학 진학과 사회 진출, 더 큰 꿈을 위한 재도전의 길로 접어드는 순간을 맞이하는 제각각의 졸업생들이 부모들과 한 묶음이 돼 눈시울을 붉힌다. 현장에는 교장 선생님의 멋진 회고사와 동창회장의 축사가 있고, 졸업생 대표의 새로운 각오를 다지는 선서와 학부모의 박수갈채가 이어진다.
모두에게 각별한 의미를 던지는 졸업식이 올해는 다른 풍경으로 다가와 아쉽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신종 코로나) 사태 탓이다. 이번 사태가 진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자, 일부 학교는 급기야 졸업식을 취소하는가 하면 거행하는 곳에서도 ‘교실 행사’에 그치고 있다. 졸업식 현장은 학교 방송실. 이 때문에 학부모들은 졸업식 현장 밖으로 밀려나 추위에 떨면서 한 아름 꽃다발을 손에 꽉 쥐고 있었다.
2020년 졸업식 풍경은 그렇게 기록될 것이다. 올해 졸업생들은 전 세계를 덮친 신종 코로나 여파로 진한 아쉬움 속에 정든 교정을 돌아섰지만, 이 색다른 추억이 더 큰 일을 해내는 에너지로 승화됐으면 좋겠다.
강춘진 논설위원 choonjin@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