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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숲길] 즐거움에 대한 설레임 /박희숙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20-02-06 19:37:07
  •  |   본지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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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자년 새해가 시작된 지 두 달이 되어 간다. 해마다 새해를 시작할 때 나는 지난해에 계획했다가 못했던 일과 새롭게 시작해야 할 일을 생각한다. 계획한 일 중에 내가 좋아하는 일과 잘하는 일이 무엇인가도 구분한다. 올해는 바이올린 연주를 다시 배우기로 했다. 취미로 시작한 바이올린 연주지만 실력은 초보에서 항상 머문다. 그 이유는 단순하다. 좋아하지만, 좋아하는 만큼 잘하지 못해서다. 그러다 보니 항상 배웠다 그만두었다 반복한다.

내가 강의하면서 많이 받는 질문이 ‘그림을 배우고 싶은데 재능이 없어요’ ‘어떻게 하면 그림을 잘 그릴 수 있을까요’‘지금 그림을 시작해도 될까요’이다. 그런 질문을 받을 때면 나는 “피카소가 되기를 원하시냐”고 되묻는다. 그러면 대부분 사람은 “아니요”라 대답한다. 그럼 재능은 필요치 않다고 말해준다. 굳이 화가처럼 잘 그리지 않아도 된다고, 그림을 잘 그리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리고 있다’는 자체가 중요하다고 덧붙인다. 미술대에 입학하려고 그리는 것은 아니지 않는가. 그렇기에 취미로 그림을 시작할 때 늦은 나이는 없다고 이야기해준다. 지금 이 순간 내가 무엇에 즐거움과 행복을 느끼는가가 더 중요하다.

나에게 질문했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미술 시간에 사과를 그리면 모과가 되고, 꽃을 그리면 물고기가 되어서 그림 배우는 것을 포기했다”고 한다. 학창시절 경험 때문에 그림을 시작하기도 전에 자신이 재능이 없다는 여기는 것이다.

우리는 초등학교 시절부터 모든 과목을 잘하길 원했다. 나는 특히 체육시간이 고역이었다. 몸치였던 나는 달리기를 하면 꼴등을 맡아 놓고 하다 보니 선생님께서 굉장히 혼을 많이 내셨다. 노력해도 나아지지를 않았다. 선생님께서 하시는 말씀은 항상 똑같았다. “점수를 1점이라도 올려야 한다.” 모든 과목을 잘해야 성적이 좋고, 성적이 좋으면 좋은 대학을 가고, 졸업 후에는 안정된 직장을 가질 수 있으며 경제적 안정은 행복한 가정을 이룰 수 있다는 의미였다.

초등학교 때부터 가정이나 학교나 사회에서 길들여진 생각은 취미 생활에도 적용이 된다. 등산을 가도 정상까지 올라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산을 가면서도 아름다운 경치를 바라보지 않는 것이다. 오로지 정상을 항한 목표에 충실할 뿐이다. 심지어는 산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히말라야까지 가야 한다고 한다. 히말라야에 가서도 아름다움을 보고 오는 것이 아니라 얼마나 높이 올랐느냐가 중요한 것이다. 등산뿐 아니라 낚시를 하면 대어를 잡아야 하고, 잡지 못하면 어시장에서 사와야 한다. 가족이나 친구들에게 낚시인의 면목을 보여주기 위해서다.

그림을 배우면 피카소처럼 잘 그려야 하고, 악기를 배워도 전문가처럼 연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무엇을 하든 잘하고 싶은 것이다. 잘하고 싶은 열정은 좋은 일이다. 하지만 그것에 만족하지 못하면 재능이 없다고 판단하고 금방 포기한다. 끊임없이 남들보다 잘할 수 있는 것을 찾는 것이다. 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남들에게 보이는 내가 중요해서다. 어린 시절부터 무엇이든 잘해야 된다는 고정관념이 무엇을 하든 사람들과의 경쟁 속으로 내몰고 있는 것이다.

나 역시 무조건 잘해야 한다는 경쟁의식이 있었다. 바이올린을 배우면서 실력이 늘지 않자 실망해 배움을 포기했었다. 그러다가 내가 하고 싶었던 것이라는 생각에 다시 배우기를 반복했다. 바이올린을 시작한 지 오래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실력은 늘지 않는다. 사람들에게 피카소처럼 그림을 잘 그릴 필요가 없다고 이야기하면서….

좋아하는 일은 즐거워야 한다. 남들과 경쟁을 하는 순간부터 좋아하는 일을 좋아하지 못하게 된다. 그저 그림을 배우는 순간, 음악을 배우는 순간, 등산이나 낚시하는 순간을 즐기면 된다. 잘하지 못하면 무슨 상관인가. 누구에게 보여주기 위해 시작한 일이 아닌 것을. 비루한 일상 속에 좋아하는 일을 마주보고 있다는 설렘 하나면 충분하다. 누군가에게 나를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오로지 나를 위해 시간을 쓰는 것이다.

우리는 완벽하지 않다는 것을 받아들여야 한다. 완벽한 것은 없다. 또 완벽하기 위해 노력할 필요도 없다. 완벽해야 된다는 생각이 인생을 피곤하게 만든다. 살면서 우리는 피곤하게 만드는 일이 너무 많다. 내가 행복을 느끼는 일에 피곤해하면서 할 필요는 없다. 완벽하지 않는 자신을 사랑하면서 즐거운 일을 하는 것이 경자년을 행복하게 보낼 수 있는 원동력이 될 것이다.

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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