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지난해 10월 1일 신중국 건국 70주년 열병식을 역대 최대 규모로 치렀다. 시진핑 국가 주석은 이날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 중국몽(中國夢)을 실현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 주석은 이를 위한 타임테이블로 중국 공산당 창당 100년인 2021년과 신중국 건국 100년인 2049년 등 ‘두 개의 100년’을 내걸었다. 중국 ‘굴기(崛起)’의 완결판이다.
미국과의 무역전쟁, 홍콩의 민주화 시위라는 양대 악재에도 불구하고 충분히 큰 소리칠 만한 상황이었다. 중국은 숙원인 전면적인 ‘소강(小康)’ 사회 진입을 눈앞에 뒀고, 인류 최초 달 뒷면 탐사를 성공하며 우주 굴기를 과시했다.
전면적 소강 사회는 시 주석이 처음 권력을 잡은 2012년 중국 공산당이 설정한 목표이다. 그해 11월 8일 중국 공산당 제18차 전국대표대회에서 2020년까지 전면적 소강(小康) 사회 건설을 완료하고 2021년부터는 모두가 잘 사는 ‘대동(大同)’ 사회로 나선다는 장기 발전계획이 나왔다. 총서기로 중국을 이끌 새 지도자가 된 시진핑이 짊어진 큰 짐이었던 셈이다.
소강 사회는 중국의, 중국 공산당의 지상과제다. 기본적인 의식주가 충족되는 ‘온포(溫飽)’ 사회를 거쳐 전 국민이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삶의 질이 보장된 소강 사회를 이루자는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대동이라는 선진 복지 사회를 만들자는 단계적 발전론이다.
이는 중국인이 신중국이라고 부르는 중화인민공화국 건국에 앞서 2500여 년 전 공자에서 비롯된 오랜 꿈이기도 하다. 한나라가 유가를 통치 이념으로 내세운 이래 역대 황제도, 중화인민공화국을 선포한 마오쩌둥도, 개혁개방을 표방한 덩샤오핑도 실현하지 못했다. 국민이 ‘등 따습고 배 부른’ 단계에 머무르지 않고 풍족하고 편안한 삶을 영위하는 소강 사회는 중국몽의 1단계 과업과 다름이 없다. 이를 시 주석이 하고 있는 것이다.
그 바탕은 경제다. 지난해 11월 11일 열린 세계 최대 쇼핑 이벤트인 중국 알리바바의 광군제에선 1시간에 우리나라 돈으로 17조 원에 육박하는 주문이 쏟아졌다. 그 많은 물량을 정해진 시간 내에 배송하는 과정엔 미국과 패권을 다투는 인공지능(AI) 굴기가 있다. 제조업 굴기도 진행 중이다. 미중 무역전쟁의 도화선이기도 한 ‘중국제조2025’ 프로젝트다.
그 구체적인 성과가 올해 나타나기 시작했다. 중국은 지난달 15일 미국과 1단계 무역합의에 서명하며 앞으로 2년간 2000억 달러어치 미국 제품을 구매하기로 약속했다. 무역전쟁 18개월 만의 첫 합의로 급한 불을 껐다. 희소식이 곧이어 나왔다. ‘소득 1만 달러 시대, 국민 14억 명 시대’ 선언이다. 지난달 17일 중국 국가통계국은 중국인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지난해 1만276달러로 1만 달러 관문을 넘어섰으며, 인구도 지난해 기준 14억 명을 돌파했다고 밝혔다. 1인당 GDP 1만 달러는 중국이 소강 사회 진입의 발판으로 생각하는 수치다. 하지만 성장에 초점을 맞춘 정책은 빈부 격차를 초래했다. 2017년 중국의 지니계수는 0.467. 지니계수가 0.4를 넘으면 불평등 정도가 매우 심각한 것으로 판단한다.
시 주석 입장에선 내년 7월 중국 공산당 창당 100주년 기념식에서 소강 사회를 이루었노라고 선언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었다고 생각할 수 있겠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스멀스멀 퍼지는 바이러스의 굴기를 놓쳤다. 우한에서 시작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신종 코로나)의 대처는 시 주석의 리더십에 의문을 품게 만들었다. 경제 과학 굴기도 중요하지만 보건위생은 소강 사회를 위한 기본이다. 2003년 발생한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는 정보 투명성과 초기 대응, 보건위생 수준 향상이 얼마나 중요한지 확인하는 계기였다. 그러나 신종 코로나 대응은 이 같은 교훈을 망각한 채 구습을 되풀이하는 듯한 모양새다.
글로벌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7%에 달하고, 반도체와 자동차 세계 최대 시장이며, 세계 관광업계에서 가장 큰 손님인 중국이다. 신종 코로나는 중국은 물론 전 세계의 우환이 됐다. 중국 칭화대 AI 연구팀은 신종 코로나 환자 수가 이달 말까지 6만 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또 워릭 매키빈 호주국립대 경제학 교수는 신종 코로나의 글로벌 경제 피해가 최대 1600억 달러, 192조 원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시 주석은 지난해 열병식에서 “중국의 어제는 인류 역사책에 쓰여 있고, 중국의 오늘은 인민의 손으로 만들고 있으며, 중국의 내일은 더욱 아름다울 것”이라고 했다. 마오쩌둥을 능가하는 국가권력 장악으로 ‘시황제’라 불리는 시 주석이 리더십을 제대로 발휘하지 않은 한 소강 사회는 물론 중국몽도 기대할 수 없다.
수석논설위원 jsdo@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