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통령 선거의 첫 관문인 아이오와 코커스에서 피트 부티지지(38) 전 인디애나주 사우스벤드 시장이 돌풍을 일으키면서 ‘퍼스트 젠틀맨’이 함께 부각됐다. 민주당 대선 경선 주자인 그는 유력 후보인 버니 샌더스 상원 의원을 2위,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을 4위로 밀어내며 선두를 차지했다.
아이오와 코커스는 뉴햄프셔 프라이머리와 함께 대선 표심을 점치는 풍향계로 여겨진다. 2008년 아이오와 코커스에서 초선 상원의원 버락 오바마가 ‘대세론’을 내세운 힐러리 클린턴을 누르고 미국 첫 흑인 대통령의 계기를 마련했다. ‘백인 오바마’란 별명의 부티지지가 오바마 전 대통령처럼 민주당 경선을 거쳐 대선 고지에 오를지 섣불리 점치기 어려우나 신선한 충격임에 틀림없다.
그만큼 부티지지는 흥행 요소가 많다. 인구 10만 규모 도시 시장 출신이며, 앞서 유럽 소국인 몰타의 이민자 가정에서 자라 하버드 대학과 영국 옥스퍼드 대학에서 공부했다. 시장 재직 때 휴가를 내고 아프가니스탄에서 해군 정보장교로 파병근무를 한 뒤 복귀했다는 점도 눈에 띈다.
또 그는 동성애자임을 공개한 대선 후보다. 2015년 동성애자임을 공개한 그는 2018년 중학교 교사인 ‘남편’과 결혼했다. 만약 그가 대통령이 된다면 우리는 ‘퍼스트 레이디’가 아니라 첫 ‘퍼스트 젠틀맨’을 보게 된다.
그 배경엔 미 연방대법원의 동성 결혼 합법화 결정 등 성적 지향에 대한 포용성이 있다. 이 문제는 미국 대선 레이스를 좌우하는 중요한 이슈 가운데 하나임이 분명하다.
두 달가량 앞으로 다가온 총선에서 젠더 이슈가 어떻게 수렴될지 궁금하다. 수술을 거쳐 여성이 된 성전환자가 숙명여대 입학을 끝내 포기했다. 지난해 성전환 수술을 받은 그는 법원으로부터 성별 정정 허가를 받아 법적으로는 여대 지원에 결격 사유가 없다. 앞서 남성으로 군에 입대한 한 육군 하사는 성전환 수술을 거쳐 여군으로 근무하려 했으나 강제 전역당했다. 이처럼 우리나라에서 ‘성적 지향’의 현실적 벽은 여전히 높다.
숙명여대 입학을 포기한 트렌스젠더는 “성숙한 사람에게 미지의 존재에 대한 공포는 더 알아가고자 하는 호기심이 되어야지, 무자비한 혐오여서는 안 된다”고 했다. 금태섭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를 두고 “이 사회의 정치인으로서, 그리고 무엇보다 비슷한 또래의 아이가 있는 부모로서 미안하다”고 자신의 페이스북에 적었다. 선거를 통해 시대정신이 발현된다면 젠더 이슈도 제대로 다뤄져야 할 때다.
정상도 수석논설위원 jsdo@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