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시장 하명수사 및 선거개입과 관련한 검찰의 공소장을 둘러싼 후폭풍이 심상찮다. 형식과 내용 양 측면에서 파문을 불러왔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법과 관례를 무시한채 공소장 비공개를 결정한 데 대한 문제점에서 출발했으나, 공소장 내용이 공개되면서 더 큰 파장이 몰아치고 있다. 물론 검찰 공소장이 완전한 팩트라고 할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막연한 주장도 아니다. 상당한 자료와 진술내용을 토대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공소장을 보면 검찰은 지난 지방선거 당시 울산시장 선거를 ‘청와대가 광범위하게 개입한 부정선거’로 사실상 결론을 내렸다는 느낌이다. 우선 공소장 서문에는 “대통령이나 대통령의 업무를 보좌하는 공무원에게는 다른 공무원보다도 선거에서의 정치적 중립성이 더욱 특별히 요구된다”고 지적, 대통령의 정치적 중립을 직접 언급했다. 그러면서 “현 정부와 여권에서는 지방 권력을 교체함으로써 국정 수행의 동력을 확보하고자 했다”고 표현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오랜 벗을 울산시장으로 당선시키기 위해 청와대 참모들이 대거 개입했다는 것이 검찰 기소의 요지다. 특히 공소장에는 ‘대통령’이란 단어가 무려 서른 차례 이상 등장한다. 이처럼 최고 통치권자인 ‘대통령’을 반복적으로 거론한 것은 문재인 대통령이 최소한 인지(認知)는 하고 있었을 것이란 암시나 다름없어 보인다. 더군더나 출마한 후보는 대통령의 ‘30년 지기’였고, 대통령은 “송철호의 당선이 평생 소원”이라고 말했었다.
그래서인지 추미애 장관은 공소장 공개를 온몸으로 막았다. 공소장 전문을 확보한 언론의 공개로 하루짜리 비공개에 그쳤지만 “공소장 원본을 유출한 것은 잘못된 관행”이라는 추 장관의 입장은 단호하다. 추 장관은 한 발짝 나아가 앞으로 모든 공소장 제출을 거부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국회에서의 증언·감정에 관한 법률과 헌법에 보장된 국민의 알권리는 추 장관의 판단과는 다르다. 여권의 지지기반인 참여연대조차 논평을 내고 “비공개 사유는 궁색하기 그지없다. 납득하기 어려운 결정”이라고 비판했을 정도다. 설령 ‘잘못된 관행’이라는 추 장관의 주장이 맞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부터 규정을 적용하는 것도 문제다. ‘형사사건 공개금지 규정’을 개정해 검찰출두시 포토라인에 서는 것을 피할 수 있도록 했는데, 그 첫 수혜자도 조국 전 장관 부부였다. 하필이면. 금년 1월 2일 취임한 추 장관은 ‘개혁’이란 명분으로 권력범죄 수사 검사들을 교체해 수사에 사실상 제동을 걸었는가 하면, 검찰총장 감찰을 언급하기까지 했었다.
어느 정권 때나 알게 모르게 선거개입은 있어왔다. 예를들면 선거를 앞두고 대통령이 특정지역을 방문해 지원을 약속하는 식이다. 이 정도는 야당도 알면서도 적당한 선에서 반발을 그칠 수 있는 수준이다. 그만큼 노골적이지는 않기 때문이다. 반발의 ‘선’을 넘었던 사례가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당시였다. 노 전 대통령은 “여당 후보가 많이 당선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가 선관위로부터 선거법 위반이라는 지적을 받았고, 결국 국회에서 탄핵됐다. 비록 헌법재판소에서는 기각됐지만 상당한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은 또 다른 차원이다. 경찰이 현직 울산시장이 야당후보 공천을 받는 당일 시장실을 압수수색했고, 청와대는 총 21차례(선거 전 18회, 선거 후 3회)에 걸쳐 경찰로부터 수사 과정을 보고받았다. 이 가운데 청와대 내에서도 대통령의 지근거리에 있는 국정상황실에도 6차례 보고된 것으로 전해진다. ‘불법이나 비리의 DNA’ 운운하던 문재인 정권 초반에 발생한 일이라고는 믿기 어려운 일들이다. 공소장 내용 가운데 ‘팩트’만 놓고 볼 때도 권력의 개입을 의심받기에 모자람이 없어보인다.
어떤식으로든 청와대의 해명이 필요한 이유다. 법 집행에 ‘성역’이 있어서는 안 된다. 그럼에도 청와대는 아직 일언반구도 없다. “짜맞추기 수사”라는 비난만 퍼붓고 있다.
이번 공소장 파문과정에서 여당은 입을 닫았다. 그게 더 큰 문제다. 여당이 국민여론을 가감없이 전달하는 역할을 하지 못하면 정권은 불행해지기 마련이다. 여당은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뒷받침해야 하지만, 또 다른 역할은 청와대의 독주를 적절하게 견제하는 것이다. 그런데 여권 내에서 누구 하나 앞장서는 사람이 없다. 당연히 반성도 있을 수 없다. 판단력이 그만큼 흐려지고 책임에 대한 두려움도 없어진다. 총선에서 승리하면 ‘이 또한 지나가리니’라는 생각인 듯하다. 그럴 수도 있겠다.
선거는 ‘민주주의의 꽃’이라고 말한다. 민주주의를 이끄는 핵심요체가 선거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선거를 왜곡시키는 일을 버젓이 저지르고도 죄책감을 느끼지 못한다면 어떻게 될까. 어떤 식이든 민주주의가 파괴돼선 안 된다. 그래서 검찰의 공소장이 틀렸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서울본부장·서울정치부장 thrkk@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