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장재건 칼럼] “나는 바이러스가 아니다”

신종 코로나 세계적 감염, 국내외 혐오 문화 확산 속 “우리가 아산” 슬로건 등 성숙한 시민의식 돋보여

공포 극복 새 희망 기대감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나는 바이러스가 아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신종 코로나)의 세계적 확산으로 창졸간에 바이러스 취급을 받는 유럽 거주 아시아인들의 절규다. 유럽의 일부 언론조차 인종차별적 기사를 쏟아내자, SNS를 통해 광범위한 해시태그 운동으로 맞서고 있는 것이다. 비록 중국인이 대다수이긴 하지만 우리나라 축구 스타 손흥민 선수가 인터뷰 중 마른기침을 했다는 이유로 조롱과 비하에 시달린 걸 보면 남의 일 같지가 않다. 급기야 우리나라 사이버 외교사절단인 ‘반크’가 세계 최대 규모 청원사이트인 ‘체인지닷오아르지’에 차별과 혐오를 멈춰달라는 청원을 올리기까지 했다.

이 같은 혐오는 서양인의 동양인 차별에만 있는 게 아니다. 하루하루 신종 코로나 확진자가 늘어나면서 우리 사회도 혐오 바이러스에 전염되고 있다. 국내 거주 중국인에 대한 근거 없는 비난과 불신, 비하, 가짜뉴스 등이 넘쳐난다. 손흥민 선수가 당한 유럽인의 인종 차별엔 분노하면서 정작 우리 스스로 중국인을 혐오하는 이중적 행태이다. 더욱 우려되는 건 혐오의 대상이 확대되는 것이다. 이미 신종 코로나 확진자는 물론, 접촉자를 향한 시선도 곱지 않다. 증폭되는 불안감을 이해 못할 바는 아니나, 지나친 혐오감 확산은 사태를 더욱 꼬이게 할 뿐이어서 우려가 크다.

일부 정치권의 대응도 실망스러운 점이 없지 않다. 국민 불안감을 해소하기는커녕 더욱 조장하는 듯해서다. 자유한국당은 정부가 중국에 300만 개의 마스크를 지원하는 게 합당하냐고 다그쳤지만 근거 없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취약계층 마스크 지원 예산을 밀실에서 삭감했다는 가짜뉴스를 주장하기도 했다. 야당이 정부의 잘못된 정책을 비판하는 거야 당연한 일이지만, 잘못된 사실까지 무분별하게 퍼뜨리는 건 그 의도가 의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총선 정국에 어떻게든 표심으로 연계하려는 얄팍한 술수다. 말로는 초당적 대응 운운하지만 정치가 되레 혐오를 키우는 또 다른 숙주가 된 꼴이다.

정부의 대처 역시 여전히 미덥지 않다. 사스와 메르스라는 홍역을 치르고도 컨트롤타워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고, 곳곳에서 방역 등에 허점을 드러내기도 했다. 무엇보다 5년 전 38명의 목숨까지 앗아간 메르스 사태 이후 정부는 두꺼운 백서까지 펴내고 다양한 향후 대책도 발표했지만 크게 달라진 게 없었다. 물론 서울대 연구팀이 최근 실시한 시민 인식 조사에서 메르스 때보다 사회와 정부의 대응이 나아졌다는 평가도 있긴 했다. 그러나 당시보다 다소 진전됐을 뿐, 국민 불안감을 잠재우기에 역부족인 것은 사실이다. 이처럼 메르스 사태의 학습효과가 없진 않았지만 이는 정부보다 오히려 민간 영역에서 더욱 돋보였다.

신종 코로나의 확산 정도에 따라 혐오 바이러스 또한 더욱 기승을 부릴 가능성도 없지 않다. 그러나 엄습하는 공포와 불안 가운데서도 우리 사회 곳곳에서 발휘되고 있는 한층 성숙된 시민의식에서 또 다른 희망을 본다. SNS를 통해 확산된 ‘우리가 아산이다’라는 응원은 그중 하나다. 중국 우한의 교민 격리시설로 충남 아산과 충북 진천이 결정됐을 당시만 해도 지역주민의 격렬한 반대가 예상됐다. 결국 일부 주민이 격리시설 앞에 트랙터를 동원하는 등 일촉즉발의 상황이 있었지만 철거에 순순히 응해 충돌을 면했다. 여기에 더해 일부 시민은 ‘아산에서 편안히 쉬었다 무사히 돌아가길 빕니다’란 내용의 글을 올리며 격리된 교민을 따뜻하게 품었다.

이번 사태가 언제 끝날지는 모르지만 확산세가 다소 주춤거리는 모양새다. 지금이 중대한 기로일지도 모른다. 따라서 현재 정부의 철저한 방역 못지않게 우리에게 중요한 건 혐오와 배척이 아닌 배려와 공동체 의식이다. 혐오의 그림자가 여전히 어른거리긴 해도, 우리는 이미 메르스 때와는 다른 희망을 보고 있다. 거리를 메운 수많은 마스크 행렬이 팽배한 불안과 공포의 표징일 수 있다. 하지만 부정적으로만 볼 일도 아니다. 여기엔 자신의 안전 못지 않게 타인의 불안감을 해소하려는 배려의 정신도 깃들어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이처럼 마스크는 혐오가 아닌 연대의 상징이기도 하다.

사스와 신종플루, 메르스에 이어 신종 코로나까지 경험한 지구촌에 전염병은 주기적으로 찾아오는 불청객이 됐다. 더욱이 다양한 변종으로 강도 또한 세질 것이란 전망이다. 이처럼 불가피한 역병이라면 피해를 최소화하는 게 인류에게 주어진 숙명일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이런 여러 경험을 거치면서 전염병 못지 않게 위험한 게 서로를 적대시하는 혐오 바이러스라는 점도 뼈저리게 깨달았다. ‘나는 바이러스가 아니다’는 유럽 내 아시아인의 절규에서 보듯 여전히 갈 길은 멀다. 하지만 ‘우리가 아산이다’고 외치는 우리 사회의 건강함을 확인한 것은 수확이다. 결국 희망은 구성원 모두가 함께 만들어 나가는 것이다.

논설실장 jjk@kookje.co.kr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오늘이슈

 많이 본 뉴스RSS

  1. 1부산에 엔비디아 전용 생산라인 선다(종합)
  2. 2전국 언론인 청와대 앞 집결…“국제신문 대주주 엄벌” 촉구
  3. 3[도청도설] if, 손아섭
  4. 4부산 재정자립도 1위 강서구, 생활임금 도입 나홀로 거부
  5. 5되돌아와 수로 출구 앞에서 맴도는 부캉이
  6. 6공공 건설현장인데…추락 안전망 없고 감독 태만 부지기수
  7. 7북극항로 개척자 “유빙·극한환경서 새 희망 봤다”
  8. 8[포토에세이] 가을의 꽃 코스모스
  9. 9오늘의 날씨- 2026년 10월 23일
  10. 10가덕 공사비 증액 ‘강제’ 아닌 ‘권고’…법개정 정부 초안 논란
  1. 1가덕 공사비 증액 ‘강제’ 아닌 ‘권고’…법개정 정부 초안 논란
  2. 2北 “국경선 확성기 외 새 대응수단 대기” 연일 대남 협박(종합)
  3. 3최길수 특별감찰관 청문보고서 채택
  4. 4공소청 첫 국감 ‘李 공소 취소’ 공방…檢 총장 대행 “검토·지시 한 바 없어”
  5. 5금융위원장 "산은 부산 이전 하지 않는 것으로 정리" 파장
  6. 6더 밀릴 수 없다…지지율 위기에 정면돌파 택한 당청
  7. 7김용범·김현지 국감 증인채택 무산
  8. 8이 대통령 "중수청 지휘감독 포기하는건 탄핵사유" 野 "국무회의 참석하면 밀실지휘 없어지나"
  9. 9[뭐라노]4년에 한 번 올릴 기회…기초의회 의정비 인상 붐
  10. 10김여정 "국경선 새 대응수단 임무대기…확성기도 수일 내 가동"
  1. 1부산에 엔비디아 전용 생산라인 선다(종합)
  2. 2북극항로 개척자 “유빙·극한환경서 새 희망 봤다”
  3. 3로그인 없이 서버장악 가능…전 세계 ‘PHP’ 보안 비상
  4. 4부산시대 연 HMM, 올해만 6조원 투자
  5. 5서낙동강 수변입지에 4Bay 구조…실속 갖춘 59㎡ 단일평형 차별화
  6. 6[한 손 뉴스] 낙상·실종 막는 ‘스마트신발’…부산TP, 노약자 지원 확대
  7. 7부산 온 인도 구자라트주 대표단, 지역기업과 조선·금융 협력 모색
  8. 8부산건설사·대기업, 상생협력 머리 맞댄다
  9. 9흑백요리사 셰프, 국내산 수산물 해외 홍보 나섰다
  10. 10한은 기준금리 3% 동결…긴축 유지, 속도조절 속 내달 다시 인상 가능성(종합)
  1. 1전국 언론인 청와대 앞 집결…“국제신문 대주주 엄벌” 촉구
  2. 2부산 재정자립도 1위 강서구, 생활임금 도입 나홀로 거부
  3. 3되돌아와 수로 출구 앞에서 맴도는 부캉이
  4. 4공공 건설현장인데…추락 안전망 없고 감독 태만 부지기수
  5. 5오늘의 날씨- 2026년 10월 23일
  6. 6구조하다 놓친 익수자 숨진 채 발견
  7. 7취임하자마자…도시철 파업 막기 숙제
  8. 8특검팀, 마산합포구선관위 등 투표자수 허위 입력 6곳 추가 확인
  9. 9부산 다문화 고교생 5년새 2배…정작 한국어학급 ‘0’
  10. 10부산청년 취업 등 여전히 팍팍하네 “맞춤형 정보 절실”
  1. 1종합 6위 부산, 고른 활약에도 아쉬움
  2. 2만년 꼴찌 삼성 선두 ‘파란’…前 챔프 KCC 최하위 ‘수모’
  3. 3쇼트트랙 전설 최민정의 마지막 질주
  4. 4‘높이’ 키운 BNK썸, 2년 전 영광 재현 노린다
  5. 5호랑이 발톱 세운 김도영…돌아온 사자 포효 최형우
  6. 6축구협회장 선거, 12월 18일 추진
  7. 7요트 하지민, 레이저급 정상…전국체전 16연패 역사 쓰다
  8. 8부산시설공단 여자핸드볼팀 전국체전 2년 연속 금메달
  9. 9마무리 캠프 코앞인데…롯데 감독·단장 인선 언제쯤
  10. 10유럽 강호 맞서는 김시우·임성재
우리은행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학교 통폐합 지역 맞춤형으로 접근”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해운기업 유치, 해사법원 신설 “해양수도 부산 경쟁력 키울 것”
강동진의 도시이야기 [전체보기]
바흐를 찾아간 나, 한국을 꿈꾸는 그녀
세계유산위원회, 부산의 시간을 세계와 나누다
경제프리즘 [전체보기]
소비 아닌 문화 생산 주체 오페라하우스
한국 갯벌의 2단계 확대 등재 의미
과학에세이 [전체보기]
진짜 질문의 시작
AI 시대, 부산 R&D의 대전환
국제칼럼 [전체보기]
원칙이 흔들린 대가
‘빵과 책’·양자경·강말금 그리고
기고 [전체보기]
‘2028 세계디자인수도 부산’의 과제
배의 피부를 지키는 기술은 도장이다
기자수첩 [전체보기]
금고 이사장 전횡, 지금도 진행중
엘리트 자평해온 市 공무원…생중계 회의서 능력 입증을
김준희의 클래식 인사이트 [전체보기]
여름의 끝자락, 브람스
여름날의 애상, 왈츠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다대포에서 만난 퇴계 이황
세종시대 음악이 전해진 이유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AX·반도체 전시회 5개 동시에 열렸는데…
북극항로, 첫 배보다 중요한 것은 다음 배다
도청도설 [전체보기]
if, 손아섭
교육이라는 희망
독자 투고 [전체보기]
새로운 시작 ‘황혼 이혼’
무료 화장실 깨끗하게 쓰자
메디칼럼 [전체보기]
25년을 간직한 리플렛 세 장
요추부 척추관협착증, ‘메포츠’로 극복하기
목지수의 도시브랜드 산책 [전체보기]
랜드마크 시스템의 시대
북항 돔구장에서 야구 보며 사우나를
박지욱의 뇌력이 매력 [전체보기]
건망증, 이렇게 잡자
운동으로 해마를 키우자
박진희의 컬처 픽 [전체보기]
‘부캉이’ 스펙터클에서 공존으로
부산 문화정책, 지금 필요한 선택
사설 [전체보기]
기초의회 의정비 증액, 합리적 기준이 필요하다
특별감찰관 부활, 임명보다 실질적 감찰이 중요하다
세상읽기 [전체보기]
‘이불 킥’의 순간에 도움 될 심리학 지식 한 스푼
문화예술의 시대
안재철의 연결하는 공간 [전체보기]
지구와 도시의 연결을 묻다
해양수도 부산, ‘제3의 경계 공간’
엄길청의 문전성시 [전체보기]
말과 현실이 너무 다른 부산
반도체와 부산
이보성의 미술 현장 산책 [전체보기]
두 미술관, 각자의 역할을 묻다
시장이 강해진 것일까, 비엔날레가 약해진 것일까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복지의 ‘필요 원칙’과 포퓰리즘
보건의료에서 지방정부 역할과 ‘정책 의료’
이정구의 맛과 건강 [전체보기]
미식과 오래 씹기
이제명의 오션 드림 [전체보기]
광복 81년, 다음은 바다의 산업 주권
HMM 부산 이전, 해양수도의 시험대
이홍의 세상현미경 [전체보기]
대규모 대미 투자, 기회인가 위협인가
국제질서의 지각변동과 한국의 성장경로
정쾌호의 부동산 탐구생활 [전체보기]
부산 아파트 10년, 이중 양극화와 위상 추락
미분양의 경고, 지방 맞춤 ‘출구전략’ 서둘러야
주재민의 명당을 찾아서 [전체보기]
사람은 갔어도 명당은 남아 있다
조선 8대 명당 중 하나인 정문도 묘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추석의 식탁, 가족을 잇는 와인
오스트리아 와인,빈의 시간을 마시다
특별기고 [전체보기]
‘해양수도 부산’ 토대부터 바로 놓아야
당론 따를지 역사 따를지 양심의 선택을
하순봉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박자와 기보
국민악파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이대원의 ‘온정리 풍경’
유영국의 1957년 작 ‘사람’
CEO 칼럼 [전체보기]
청년 떠나는 지방, 수도권 인구 분산해야
거울 속의 외계인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