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지역의 혈액 부족이 심각하다. 혈액형 전체 평균 보유분은 2.4일 치, 수요가 많은 O형과 A형은 1.5~1.7일 치밖에 없다. 적정 보유량을 5일분으로 봤을 때 절반에도 못 미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에 대한 우려로 헌혈이 급격히 준 탓이다. 부산뿐 아니라 전국 상황이 같다. 이대로라면 위급 환자에게 제때 수혈을 못 하는 사태가 벌어질 수도 있다.
통상 설 연휴와 겨울방학이 겹치는 1~2월엔 혈액 수급에 늘 문제가 있었다. 그러나 올겨울엔 신종 코로나까지 덮쳐 상황이 더 심해졌다. 최근 한 달간 부산에서 헌혈자는 평년 대비 30%나 줄었다. 5년 전 메르스 때는 확진자만 200명 가깝고 이중 38명이 사망했을 만큼 사태가 심각했는데도 헌혈 감소 폭은 지금이 오히려 더 크다. 단체 헌혈 취소 건수도 늘고 있다고 한다. 헌혈 자체가 건강한 사람이 아니면 안 되고 해당 기관에서도 위생관리를 철저히 하기 때문에 헌혈로 인한 질병 감염 우려는 없는 데도 이렇다.
필요 이상의 신종 코로나 경계심 때문에 사회 각계에서 부작용을 호소하고 있다. 그나마 경제 분야는 상황이 개선되면 회복될 여지라도 있지만 혈액 수급은 문제가 다르다. 필요한 시간에 공급이 되지 않으면 소중한 생명이 희생되는 돌이킬 수 없는 일이 벌어지고 만다. 아직까지는 국내에서도 신종 코로나 확진자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기는 하다. 그러나 모두 이미 드러난 기존 감염자로부터 옮은 케이스로 우리의 제어를 벗어난 제3의 장소에서 문제가 된 경우는 아직 없다. 감염에 대한 과도한 우려 때문에 모든 사람이 모든 일상을 멈추는 상황은 누구에게도 이롭지 않다.
헌혈은 사실 해마다 줄고 있다. 10, 20대가 헌혈 인구의 절반을 차지하는데 저출산으로 이 연령층이 감소하는 탓이 크다. 만성적인 혈액 부족을 해소하기 위해선 정부가 관리를 보다 전문화하고 의료기관에서도 소비를 최소화하는 등 장기적이고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그렇지만 지금 당장의 위기를 넘기기 위해서는 근거없는 불안감에 휩쓸리지 않고 어려움을 나누는 시민의식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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