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데스크시각] 혐오를 혐오한다 /이선정

  • 국제신문
  • 디지털뉴스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20-02-12 19:16:58
  •  |  본지 26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우한 폐렴’으로 시작된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가 좀처럼 사그라지지 않는다. 지난해 12월 중국 후베이성 우한시에서 첫 환자가 나온 지 불과 두 달 뒤 전 세계 확진자는 4만5000만 명에 육박하고, 사망자는 1100명을 넘는다. 코로나19는 770여 명의 사망자를 냈던 2002년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를 벌써 넘어설 정도로 빠르고 강력한 전염력으로 다시 한번 세계를 팬더믹 공포에 빠뜨렸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창업자인 빌 게이츠가 3년 전 독일에서 열린 ‘뮌헨 안보 콘퍼런스’에서 “글로벌 전염병이 핵폭탄이나 기후변화보다 훨씬 더 인류에게 위험한 재앙을 가져다줄 것”이라고 했던 예언이 현실이 됐다.

인간의 본성일지 몰라도, 사람은 위협당하면 항상 ‘외부의 적’을 찾았다. 대중은 ‘포비아(공포증)’로 무장해 외부의 적을 만들고 비난하는 행위를 정당화한다. 이번에도 어김없이 바이러스의 진원지인 중국에 대한 포비아가 널리 퍼졌다. 도시철도 내나 관광지에서 중국말이 들리면 자리를 피하거나 손가락질한다. 온라인에서는 중국인을 향해 차마 입에 담지 못한 욕설을 뱉어낸다. 부산에선 “중국 이주민이 바이러스를 퍼뜨리려 일부러 자가격리를 하지 않고 돌아다닌다”는 헛소문까지 나돈다. 건설현장 요식업소 가사도우미 등 저임금 노동시장에서 상당한 역할을 담당했던 중국 국적의 노동자는 요즘 일감 구하기가 하늘에 별 따기라고 한다. 특히 대중을 많이 상대하는 음식점 등에서의 중국인 노동자 기피 현상은 더 심하다. “중국말이 들리면 손님이 싫어한다”는 게 이유다. 심지어 혐오 대상은 중국을 넘어 동남아인으로까지 확산한다.

그러고도 우리는 아시아인 전체를 싸잡아 혐오하는 서구사회에는 억울해한다. 유럽의 지하철에서 마스크를 쓰고 자리에 앉자 옆 승객이 다른 자리로 피했다는 한국인의 사연이나 이탈리아 호주 등 학교에서 한국계 학생의 등교를 금지했다는 소식, 한 유럽 국적기가 기내 화장실에 영어도 아닌 한국어로만 ‘승무원 전용 화장실’이라는 안내문을 붙여 불쾌감을 느꼈다는 내용의 기사에는 ‘참지 못할 인종차별’이라는 비난 댓글이 쏟아진다. “우리가 피해자인데 도매금으로 바이러스 취급을 당한다”는 분노다. ‘#JeNeSuisPasUnVirus(나는 바이러스가 아니다)’ 해시태그를 확산하며 인종차별을 멈추라고 서구사회에 주문한다.

인종차별에 대한 대항은 당연한 일이다. 이런 목소리는 더 커져 그들을 더 압박해야 한다. 그런데 말이다. 우리는 혐오해도 되지만 혐오당하면 안 되는 걸까. 국내에 있는 중국인은 물론 중국 심지어 동남아에는 확진 판정을 받지 않은 사람이 대다수다. 평범한 우리처럼. 그럼에도 그들을 보균자 취급하며 손가락질하는 게 정당한 일일까. 우리는 바이러스 취급을 당하면 인종차별이라고 반발하면서 그들은 싸잡아 ‘구별짓기’ 해도 되는가 말이다.

잊지 말자. 1923년 관동대지진 때 수천 명의 조선인을 학살한 건 “조선인이 우물에 독을 풀었다”는 얼토당토않은 괴담이 촉발한 조선인 혐오 때문이었다는 사실을. 물론 일부 방역의 구멍은 있지만 다행히 국내 코로나19는 정부 통제 아래 잘 관리되는 형국이다. 2009년 신종 플루 때 국내 사망자는 260명이나 됐고, 2015년 메르스 때도 36명이 목숨을 잃었다. 코로나19는 확진자는 있지만, 사스 때와 마찬가지로 아직 사망자는 없다. 우리가 겨눠야 할 진정한 외부의 적은 중국인이 아닌 코로나19라는 초유의 질병이다. 치료제를 만들고 낫게 해 사람들을 일상으로 되돌리는 일이다. 이를 위해서 바이러스와 사투를 벌이는 중국에 인도적 지원도 아끼지 않아야 한다. 지나친 경계를 경계하는 일, 그게 우리가 할 일이다. 그래도 희망적인 건 우리가 광기가 아닌 이성의 시대에 살고 있다는 점이 곳곳에서 증명되기 때문이다. 일시 귀국한 우한 교민을 수용할 시설이 소재한 충남 아산과 진천지역의 일부 주민이 극렬히 ‘코로나 님비’를 외쳤을 때도, ‘우리가 아산이다(We are ASAN)’ 운동을 벌였던 아산 주민의, 포비아를 이기는 따뜻한 이성을 우리는 모두 보았다.

사회1부장


[국제신문 공식 페이스북] [국제신문 인스타그램]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많이 본 뉴스RSS

  1. 1‘분하다 준태티’? 반하다 ‘승리의 티’
  2. 2얼마 만에 맑은 날…더워도 좋아
  3. 39이닝당 볼넷 4개…“류현진 낯설어”
  4. 4진해만 양식장 역대급 장마에 초토화
  5. 5채용 비리 혐의 창원문화재단 전 대표 벌금형
  6. 6부산 민주당, 성추행 의혹 시의원 제명
  7. 7여야 지지율 역전…통합당 ‘좌클릭’‘호남구애’ 통했다
  8. 8영업익 줄고 부채 늘었는데…직원 뽑고 연봉 올린 공기업들
  9. 9한국 땅 밟은 이그부누, kt 배려에 ‘의리슛’ 쏠까
  10. 10LPGA 상하이 코로나 탓 취소
  1. 1문 대통령 하동·합천 등 2차 특별재난지역 선포
  2. 2부산대, 고현철 교수 5주기 추도식 거행
  3. 3부산 민주당, 성추행 의혹 시의원 제명
  4. 4여야 지지율 역전…통합당 ‘좌클릭’‘호남구애’ 통했다
  5. 5영업익 줄고 부채 늘었는데…직원 뽑고 연봉 올린 공기업들
  6. 6부산시 10년간 성희롱 고충접수 단 3건
  7. 7오거돈 사태 덮기 급급했던 부산 민주당 ‘미투 연타’에 패닉
  8. 8통합당 부산시장 보선 공천…원외는 컷오프, 현역은 혈세 변수
  9. 9또 민주당발 성추행 의혹…“시의원이 식당직원 신체 접촉”
  10. 10문 대통령 열차 대책회의하며 하동행…“지원 실행 속도가 관건”
  1. 1금융·증시 동향
  2. 2연금복권 720 제 15회
  3. 3대형마트 황금연휴 빅세일…슬기로운 쇼핑생활
  4. 4낚시터 안전 지킴이 연내 배치…어선 위치정보 감시체계 구축
  5. 5주가지수- 2020년 8월 13일
  6. 6맛집 찾아 떠나는 여름휴가, 올해는 백화점·마트로 가자
  7. 7‘뉴딜펀드’ 3억까지 5% 저율과세
  8. 8불법 공조조업 3번 땐 어업허가 취소
  9. 9K-무인수중건설로봇 베트남 공사 투입됐다
  10. 10부산항 상생협업 아이디어 공모
  1. 1울산서 확진자 접촉 중학생 코로나19 확진
  2. 2부산 코로나19 추가 확진 4명…러 선박 수리→부경보건고 전파 추정
  3. 3멧돼지 잡으려다 … 총기 오발 추청 1명 사망
  4. 4국내 코로나19 신규 확진 이틀 연속 50명대…지역발생 41일 만에 최다
  5. 5경남교육청, 9월 1일자 교육공무원 454명 인사
  6. 6코로나 확진자 들린 PC방·동전노래방 전자명부 허점
  7. 7부산 수영교에 포트홀 … 폭 1m·길이 4m
  8. 8부산 을숙도대로 싱크홀에 차량 바퀴 빠져 … “절대 감속해야”
  9. 9사하구 코로나 확산…교육시설 47곳 원격수업
  10. 10코로나19 감염자 행세한 유튜버 집행유예
  1. 1LPGA 상하이 코로나 탓 취소
  2. 2한국 땅 밟은 이그부누, kt 배려에 ‘의리슛’ 쏠까
  3. 39이닝당 볼넷 4개…“류현진 낯설어”
  4. 4‘분하다 준태티’? 반하다 ‘승리의 티’
  5. 5‘세비야vs맨유’ ‘샤흐타르vs인터밀란’ UEFA 유로파리그 4강 대진표 완성
  6. 63연패 부산, 14일 성남전서 반등 노린다
  7. 7벤치클리어링 유발 휴스턴 코치 엄벌
  8. 8이달 11이닝 1실점…류현진, 돌아온 ‘괴물 지표’
  9. 9스트레일리 QS에 김준태 만루포... 롯데, NC에 8-4 제압 '6연승'
  10. 10올스타전 없는 팬투표…롯데, 8년 만에 ★ 싹쓸이?
우리은행
21대 국회 대해부
PK 당선인의 ‘인생 입법’- 김두관·서병수 진심 인터뷰
21대 국회 대해부
PK 당선인의 ‘인생 입법’- 울산 경남 당선인 역점 법안
강동진 칼럼 [전체보기]
2020년 지금 우리에겐 취사선택권이 없다
세계유산은 희생 없이 절대 가질 수 없다
기고 [전체보기]
반도체·물산업 클러스터와 부산 /김영부
동천을 살릴 슬기로운 방법 /이용희
기자수첩 [전체보기]
해도 해도 너무 하는 베토벤 /권용휘
가덕신공항, 대통령이 결단할 때 /김해정
김용석 칼럼 [전체보기]
삼각 교수대와 황금 요강
누가 바람과 함께 사라질까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온고지신과 뉴트로
불교의식 음악과 춤 단상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해수부, 언제까지 쉬쉬 할건가 /유정환
부산형 뉴딜의 성공 조건 /이석주
도청도설 [전체보기]
28년만의 휴가
수해 정치
문태준 칼럼 [전체보기]
이주의 시대와 문학
손편지의 위로
박상현의 끼니 [전체보기]
음식 관광 상품의 쓸모
기내식과 고추장
사설 [전체보기]
‘깜깜이 감염’ 조용한 전파 확산 부산 심상찮다
통합당에 지지율 역전 여당, 민심 무겁게 받아들여야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청년 기본소득이 ‘가짜 기본소득’인 이유
‘기본소득’을 반대하는 이유
이수훈 칼럼 [전체보기]
기후위기 그리고 그린 뉴딜
6·25전쟁, 끝내야 한다
이은화의 미술여행 [전체보기]
명작이 된 습작
세계 최초의 추상화가
이홍 칼럼 [전체보기]
외국인 근로자 문제, 어떻게 해야 하나
경제 후폭풍이 몰려오고 있다
장재건 칼럼 [전체보기]
공공기관 추가 이전, 희망고문 되나
불신의 벽 넘어야 할 행정수도 이전
조영석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더위에 지친 당신께 이 곡을
베토벤 ‘월광소나타’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와인은 마음!
와인과 여행
특별기고 [전체보기]
‘도시국가’시대 市長의 역할 /정해문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신윤복의 ‘저잣길’
겸재의 신비한 그림 ‘사직송’
  • 2020국제환경에너지산업전
  • 행복한 가족그림 공모전
  • 국제 어린이 경제 아카데미
  • 유콘서트
  • 2020 어린이 극지해양 아카데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
스토리 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