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여곡절 끝에 지난 1월 13일 패스트트랙에 올랐던 수사권조정안(형사소송법,검찰청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지난해 4월 패스트트랙에 상정될 때부터 국회에서는 찬성·반대의 대치 양상으로 전개됐지만, 국민은 수사권 조정이 어느 권력기관이 잘하고 못하고의 문제가 아니라 형사사법 시스템의 문제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검경수사권 조정에 60%가량이 찬성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형사사법 시스템은 선진국 형사사법 시스템과 어떤 차이가 있을까? 선진국 형사사법 시스템은 수사는 경찰, 기소는 검찰, 재판은 법원이 행하도록 함으로써 분권을 통해 서로 견제와 균형을 이루도록 하고 있다. 흡사 삼각형의 결정 조건과 비슷하다. 다른 도형은 한쪽을 꾹 누르면 찌그러지지만, 삼각형은 세 변이 주어졌을 때 딱 한 가지 모양으로만 만들어지기 때문에 눌러도 모양이 변하지 않는 안전성을 가진다.
우리나라 형사사법 시스템은 어떨까? 이를 알기 위해서는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그 시작은 일제강점기 식민지 통치와 약탈을 목적으로 형사법을 장악하기 위해 검사에게 모든 권한을 부여하면서부터이다. 해방 후 1954년 형사소송법 제정 당시 검찰총장과 국회의원이 수사와 기소가 분리되는 게 맞다고 했지만, 6·25전쟁 직후 사회 안정을 이유로 일제강점기 제도를 그대로 받아들이면서 검찰에 기소독점·기소재량·직접수사, 수사지휘권, 영장청구 독점권 등이 집중됐다. 이에 따라 권한이 분권화되지 못하고 한쪽으로 치우치면서 견제와 균형이 어려운 형사사법 시스템이 됐다. 그렇기에 선진화라는 변화가 필요하다.
이번 검경수사권 조정안과 관련해, 주로 ‘검찰개혁’이라고 표현되면서 검찰만 개혁의 대상이라고 오해할 수도 있다. 하지만 사실은 권력기관 개혁에 더 가깝다고 보는 게 맞다. 이번 수사권 조정안의 핵심을 살펴보면 검찰은 집중되어 있는 권한을 분산하는 방향이며, 경찰은 수사절차에서 권한 남용을 방지하기 위한 민주적 통제장치를 마련하는 방향이다.
수사권 조정안 내용을 보면. 검사의 수사지휘권을 폐지하고 경찰과 검찰을 협력관계로 설정해 경찰에 1차적 수사종결권을 부여하고, 검사 작성 피의자신문조서의 증거 능력 요건을 강화했으며, 검찰의 직접수사 범위를 제한해 검찰 권한을 분산했다.
일부에서는 이러한 변화에 따른 경찰권력 비대화를 우려하지만, 경찰에 대한 보완수사요구권, 재수사요청권, 직무배제 및 징계요구권 등 10여 가지 통제장치가 마련돼 있어 통제와 견제가 가능할 것으로 생각한다. 개혁, 즉 변화는 구체제가 신체제로 이행하는 과정이 아무리 급진적이어도 과도기적 구간이 존재하지 않을 수는 없다. 이 과도기적 구간에서는 구체제 질서는 이미 깨졌으므로 그 이점을 누릴 수 없고, 그렇다고 신체제 질서가 충분히 확보되지도 못했기에 그에 따른 이점을 누릴 수 있는 것도 아닌 문제가 발생한다. 일종의 터널 구간 같은 것이다.
그럼에도 이러한 개혁이 필요한 이유는 국민에게 모든 편익이 돌아가야 하기 때문이다. 경찰에 1차 수사종결권이 주어지면 연간 약 56만 명의 사건관계인이 불안정한 지위에서 조기에 벗어나며, 검사가 작성한 피의자신문조서의 증거능력 요건이 강화되면 불필요한 이중조사 폐지로 연간 1500억 원의 사회적 비용이 절감된다. 공판중심주의도 강화된다.
그리고 경찰에 1차 수사종결권만 부여했기에, 경찰의 불기소에 대해 사건관계인이 검찰에 이의신청하는 경우 검찰이 수사한다. 또한 수사 개시부터 1차 수사종결권이 경찰에 있어 수사상 문제는 경찰이 책임지므로 책임소재가 명확해져 경찰과 검찰의 책임 떠넘기기가 없어진다. 궁극적으로 국민 기본권이 보장될 것이다.
65년 만에 형사소송법이 개정됐고 많은 변화가 예상된다. 국민이 수사권 조정에 찬성하고 지지해준 것은 어느 한 권력기관의 이익을 위해서가 아니라 견제와 균형을 통해 반칙과 특권이 없는 공정한 형사사법 시스템을 만들어 기본권이 보호되기 바랐기 때문일 것이다. 앞으로 있을 많은 변화에서 가장 먼저 생각해야 할 것은 국민의 기본권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부산 중부경찰서 수사지원팀장·경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