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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칼럼] 코로나19가 발겨낸 한국 경제 민낯 /염창현

발생·확산 두 달여 만에 우리나라 산업계 전 분야 근래 보기 드문 타격 입어

中 의존도 벗어나기 위한 대책 마련 더욱 절실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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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당에서 점심을 먹으면서 한 숟갈 삼켰던 국물이 매웠던가 보다. 사레가 들렸던지 네댓 번 기침이 나왔다. 처음에는 아무 생각이 없었는데 순간 움찔했다. 그러고는 슬그머니 주변 사람들을 둘러봤다. 다행히 아무도 신경을 쓰지 않는 듯해 한숨을 돌렸다.

모두가 싫다는 데도 저 혼자 아랑곳하지 않고 기승을 부리는 코로나19 탓에 요즘은 이래저래 조심해야 할 일이 많다. 갑자기 목이 따끔해 마른기침을 할 때는 괜히 눈치가 보인다. 처음 만나는 사람은 물론이고 지인과 맞부딪쳐도 이전처럼 악수하기가 꺼려진다. 상대를 경계해서가 아니라 행여나 자신이 나쁜 일의 빌미가 되지는 않을까 하는 우려 때문이다.

전 세계를 위협하는 코로나19 사태는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우선 한 국가 방역 체계가 얼마나 중요한지가 새삼 피부로 느껴진다. 무방비로 당하는 이웃 나라를 보노라니 더욱 그렇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초기 대응이 늦었다거나 과정이 매끄럽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오기는 한다. 하지만 나름 적절한 대처를 하고 있다는 것이 국민 대다수 판단일 터다. 추가 확진자가 발생하는 등 여전히 안심할 수는 없는 단계이나 빠른 시일 내 마무리됐으면 하는 게 모두의 바람임은 더 말할 나위가 없겠다.

코로나19 사태는 국민 보호라는 가장 큰 과제와 맞물려 우리에게 또 다른 고민거리를 던졌다. 특정 국가에 대한 지나친 의존은 유사시 큰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중국에서 시작된 코로나19를 막기 위해 해당 국가와 접촉이 제한되자 그 피해는 고스란히 우리나라로 돌아왔다. 연결배선 부품을 생산하는 중국 현지 공장이 가동을 멈추면서 현대자동차 등 국내 완성차 업체의 국내 조업이 한때 중단된 것이 대표적 사례다.

더 큰 문제는 코로나19 사태가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나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처럼 장기화될 때다. 이는 중국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 산업 특성상 치명타가 될 수밖에 없다. 일선 경영자들이 느끼는 공포는 상상 이상이다. 최근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매출액 기준 1000대 기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61.8%가 경영 악영향을 우려했다. 사태가 6개월 이상 지속되면 올해 매출액과 수출액이 지난해보다 각각 8.0%, 9.1%씩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니 예삿일이 아니다.

발등에 불이 떨어지기는 부산도 매한가지다. 주력 산업인 철강과 수산업 등의 중국 수입 의존도가 다른 지역에 비해 지나치게 높은 까닭이다. 부산상공회의소 집계 자료를 보면 지역 기업 전체 수입품목 1189종 가운데 중국에서 들여오는 것은 1055개(88.7%)에 이르렀다. 이 가운데 중국 수입 의존도가 50% 이상인 품목은 390종, 90% 이상은 128종이나 됐다. 게다가 52종은 100%를 중국에서 들여왔다.

여행업 등 부산지역 비제조업체의 피해도 가시화되고 있다. 이달 초 부산상의 긴급 점검 결과, 중국 여행 예약은 거의 취소됐다. 동남아지역 항공편도 취소 사례가 급격하게 늘었다. 마찬가지로 부산을 찾는 중국 및 동남아 관광객도 줄었다. 더 나아가 신규 예약마저 들어오지 않는다니 “코로나19로 지역 관광업계가 줄줄이 도산할 지경”이라는 업계의 하소연이 허투루 들리지 않는다.

우리나라의 중국 의존도 심화는 어쩔 수 없는 측면도 있다. 세계 경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나날이 높아지고 있어서다. 전 세계 국민총생산 가운데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16.9%였다. 이는 사스가 발생했던 2003년(4.3%)보다 3.9배가 늘어난 수치다. 시장이 커지니 자연히 외국과의 교역 규모도 확산된다. 지난해 한중 교역액은 2434억 달러(수출 1362억 달러, 수입 1072억 달러)다. 우리나라 전체 교역액(1조456억 달러)의 23.3% 수준이다. 미국(1353억 달러)과 일본(760억 달러)의 대중국 교역량을 모두 합쳐도 한국에 모자란다. 대중국 무역 흑자는 지난해 290억 달러였지만 2018년에는 556억 달러였다. 말 그대로 두 나라는 애증의 관계가 아닐 수 없다.

그렇다고 마냥 손을 놓을 수는 없는 일이다. 국제관계라는 것은 언제, 어떤 이유로 악화될지 모르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예기치 않은 일로 이 같은 어려움이 닥쳤지만 향후 정치적 문제로 중국과의 관계가 틀어진다면 그 피해 규모는 예측조차 힘들다. 수출·수입선 다변화 등 어떤 식으로라도 중국 의존도를 낮출 수 있는 해법을 찾아야 하는 이유다. 정부와 산업계는 진지하게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야 한다. 우리는 2017년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도입 때 이미 중국의 보복을 경험한 바도 있다. 계속 눈 뜨고 당할 수는 없지 않은가. 코로나19가 준 교훈은 우리에게 ‘피가 되고 살이 돼야’ 한다.

세종본부장 haorem@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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