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요코하마항에 입항한 호화 여객선이 연일 언론에 오르내린다. 선박 운영사 카니발재팬은 이 배의 향후 5개 노선 운항을 취소한다고 밝혔다. 대만 지룽항 앞바다에는 크루즈선 ‘슈퍼스타 아쿠아리우스’가 붙들려 있었다. 이 배는 일본 오키나와로 가려다 입항을 거부당해 회항했다. 홍콩에서도 카이탁 터미널에 정박한 크루즈선 ‘월드드림’의 승무원들이 홍콩 당국으로부터 검사를 받았다. 이탈리아와 미국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졌다.

호화 여객선을 타고 바다를 오가는 크루즈 관광은 장삼이사의 ‘로망’이다. 특히 노후의 안락한 여행을 즐기려는 은퇴자들에게 인기가 많다. 하지만 코로나19 탓에 크루즈 여행의 꿈은 악몽으로 변했다.

크루즈 관광 붐이 일기 시작한 것은 1980년대다. 2000년대 들어 급성장하면서 관광업계 인기 상품으로 떠올랐다. 다양한 노선이 개발되었고, 불과 지난달만 해도 크루즈 업계의 올해 경기 전망은 좋았다. 시장 규모가 2010년 157억 달러에서 올해 315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세계 55개 크루즈사가 278개 대양 노선을 운영하고 있고, 고용 인원이 117만 명에 이른다. 탑승객 수로 보면 카리브해역의 비중이 가장 높지만, 근래 중국인이 늘면서 아시아 노선을 운항하는 크루즈선도 늘어나는 추세였다.

그러나 코로나19 사태로 타격이 불가피해졌다. 다른 여행상품에 비해 노년층 비중이 높은 데다, 격리된 공간에서 집단생활을 하는 것이라 감염증에 매우 취약할 수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입항 거부 사태를 어떻게 해결할지, 검역은 누가 책임질지 국제법이 정비되지 않은 모양새다. 

기껏 행한 대응이라는 것도, 정도 차이는 있지만 ‘입항과 하선을 금지’하는 것 외에는 뚜렷한 대책이 없었다. ‘소개 작전’이라도 펼치듯 전세기까지 동원해 자국민을 본국으로 데리고 오고 있는 상황에서 ‘신종 선상 난민’을 탄생시킨 지금 상황은 무대책의 전형을 보여준다.

남미 아즈텍 문명 멸망에는 배를 타고 옮겨간 유럽산 병원균이 한몫했으리라는 것이 역사적 정설이다. 현재의 대응은 경험을 통해 배운 대응법을 충실히 지키는 것이니 과하다 할 수는 없다. 다만, 해양생태계 교란까지도 열심히 예방하는 유람선과 크루즈 산업의 입장에서는, 바이러스 전파의 온상이라는 ‘주홍글씨’의 덤터기까지 쓰는 것은 억울할 수 있다. 다음을 보자.

선박이 대양을 항해할 때는 일정한 부력을 유지하기 위해 별도의 탱크(‘밸러스트 탱크’)를 만들어 거기에 바닷물을 채웠다 뺐다 한다. 이 바닷물을 ‘선박평형수’라고 하는데, 이 평형수를 배출하는 과정에서 서로 다른 해역의 해양미생물이 무차별적으로 섞이게 된다. 결국 이것이 ‘해양 생태 교란’을 일으킨다는 지적으로부터 ‘여과장치 없는 선박평형수 배출’이 해양환경오염의 위험인자로 분류됐다.

의심받는 자가 문제를 해결해야 했을까. 국제해사기구(IMO)는 이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선박평형수관리협약’을 만들었고, 이 제도로 말미암아 평형수의 선외 배출 과정은 현재 매우 엄격하게 관리된다. 

생물학적 교란에 대응하는 제도가 마련됐고, 선박 자체도 기술적 대응 시스템을 갖추어야만 했다.

사망자가 속출하는 희대의 감염사례를 앞에 두고 산업을 논하는 것은 분명 무리가 있고, 일견 무례하기까지 하다. 하지만 우리 인류는 항상 문제로부터 해답을 찾는 과정을 통해 발전해 왔다. 개개의 문제가 인류 생존에 관계될 때도 있었고, 지적 호기심에 대한 탐구일 때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구체적 기술이나 제도 형태로 문제에 대한 해답이 만들어져 왔다.

선박평형수 관리와 마찬가지로, 머지않아 모든 유람선의 객실 공조 장치에는 바이러스 감지 기능을 가진 전천후 살균 장치가 의무적으로 탑재될지도 모르고, 항만 입출항을 위해서는 이런 것을 강제하는 국제규정이 발효될지도 모를 일이다. 그리고 이것은 당연히 산업에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미친다.

‘악화가 양화를 몰아낸다’는 그레샴의 법칙은 경제학 법칙으로 시작되었지만, ‘손쉬운 정책이나 방법의 무원칙적 사용은, 더 나은 방법의 개발이나 활용을 원천적으로 막는 악수가 된다’는 경고로도 사용된다. 선박 발(發) 감염의 문제에서, 유일한 방법인 듯 철저한 격리만이 대응책으로 동원되고 있다. 

선박과 항만의 보건위생 관점에서 차원 높은 관리기술이 요구되는 이 시점, 우리에게 악화는 그리고 양화는 무엇일까. 

본질을 더욱 정확히 볼 필요가 있다. 무엇을 탓해야 할지 여전히 오리무중이지만 어쨌든 유람선에 죄를 묻기는 애매하다.

부산대 조선해양공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