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유엔총회는 유엔 창설 70주년을 맞아 인류 공동의 개발 목표인 ‘지속가능발전목표(Sustainable Development Goals: SDGs)’에 합의하였다. 이 SDGs는 종래 새천년개발목표(MDGs)를 보완해 개발도상국뿐 아니라 선진국도 공동으로 추진해야 하는 17개 목표와 169개 세부목표(targets)를 제시한다.
SDGs의 개별목표들은 사람(People) 지구환경(Planet) 번영(Prosperity) 평화(Peace) 파트너십(Partnership) 모두 5P 원칙으로 제시됐는데, 빈곤, 기아, 보건, 교육, 젠더, 불평등, 물, 도시, 경제성장과 일자리, 인프라, 기후, 해양, 육상 생태계, 에너지, 평화, 글로벌 파트너십 등의 목표를 포괄한다. 이에 따라 유엔경제사회이사회는 해마다 고위급 정치포럼(HLPF)을 열어 국가별로 SDGs 이행과 후속조치를 검토하여 회원국의 자발적 참여를 독려한다. 유엔의 개별 회원국들은 4년에 한 차례 SDGs 국내 이행방안을 고위급 정치포럼에 ‘자발적 국가리뷰(Voluntary National Review: VNR)로 보고해야 한다.
한국 정부도 민간 전문가와 협력을 통해 한국의 국가지속가능발전목표(K-SDGs)를 설정하고 세부 목표와 지표 체계를 작성했다. 현재 K-SDGs의 수립·이행을 책임지는 역할은 환경부에 귀속돼 있으나 국무총리실이나 청와대로 격상해 국가 차원 어젠다로 관리해야 한다. 아울러 K-SDGs와는 별도로 ‘한반도 SDGs’ 만들기를 제안한다. 유엔의 SDGs 개발 목표는 보편적 가치로서 인류의 발전목표를 담기에 서로 상이한 특징과 발전단계를 나타내는 남북한 체제를 모두 아우를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필자가 접한 유엔기구의 SDGs 관계자들 견해에 따르면 북한 역시 SDGs 개발목표에 적극적으로 임하고 있다고 한다.
따라서 남북관계 개선과 발전을 위해 유엔이 정한 보편적 개발 목표에 입각해 ‘한반도 SDGs’ 청사진을 만들고 구현하기를 제안한다. 예를 들어 SDGs 9의 목표는 인프라 관련 분야인데, 남북관계가 발전한다면 철도 도로 등 교통망 확충은 남북한 공히 한반도 차원의 SDGs 틀 안에서 공동의 목표로 설정할 수 있다. 유엔이 제시한 개발목표인 SDGs를 남북한 통합 차원의 SDGs로 선택적으로 재정의할 수 있는 것이다. 이를 통해 비핵화 문제로 교착상태인 남북관계 현실에서 SDGs를 통해 남북관계 발전의 거시적 로드맵을 제시할 수 있다.
북한은 이미 유엔의 SDGs를 이행하기 위한 준비에 착수했으며, 그 준비작업을 2017년 10월 유엔 아시아태평양 경제사회이사회에서 발표했다. 북한 외무성과 13개 유엔기구로 구성된 유엔북한팀은 2016년 ‘유엔 북한협력 전략 2017-2021’을 채택해 유엔과의 협력을 매개로 자국의 개발목표 실현을 도모하고 있다. 세부 내용은 우선 순위에 따라 식량과 영양 안보, 사회개발 서비스, 복원력과 지속 가능성, 데이터와 개발 관리 등으로 이뤄졌다. 1995년 이래 유엔 차원의 대북 지원은 FAO, UNDP, UNFPA, UNICEF, WFP, WHO 등과의 사업을 통해 이뤄졌는데, 북한의 새로운 유엔 접근 전략이 전세계적 차원에서 유엔이 추진하는 SDGs의 개발 목표들과 상응하게 하려는 조치가 이뤄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또한 북한은 올 4월 유엔 고위급정치포럼에서 자국 SDGs 관련 VNR을 발표할 예정이다. 현재 북한이 SDGs의 17개 개발 목표와 169개 세부 목표를 어떤 통계지표를 활용해 자국의 개발 목표로 제안할지 미지수이나, 유엔은 상당히 기대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평화는 개발을 촉진한다. 역으로 개발은 평화를 가져올 수 있다. 개발협력은 남·북·미가 대치하며 북한의 비핵화 해법이 합의되지 않은 상황에서 하나의 방안이 될 수 있다.
어떻게 평화구축을 더욱 공고히하고 가속할지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이런 의미에서 유엔이 제시하는 보편적 기준인 SDGs의 다양한 개발 목표를 남북협력 맥락에서 ‘한반도 SDGs’로 설계하고 실현해가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북미 간 비핵화 협상이 교착된 현재 상황에서 한반도 SDGs의 개발 목표들을 세우고 실현해갈 수 있다면, 우리에게 평화는 한 발 더 다가오는 것이다.
부산대 정치외교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