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에 입바른 소리를 해 온 더불어민주당 금태섭 의원에 대한 저격 공천 논란, 임미리 고려대 연구교수의 ‘민주당만 빼고’ 칼럼에 대한 민주당의 고발과 취하 과정을 보면 ‘집권당이 이런 식이면 나라가 어떻게 돌아가겠나’는 생각이 든다.
‘조국 사태’ 당시 소신 발언으로 민주당 핵심 지지자들로부터 미운털이 단단히 박힌 금 의원의 지역구인 서울 강서갑에 민주당 공천심사위원회가 공천 신청자 추가 공모를 했는데 하필이면 ‘조국백서’를 쓴 김남국 변호사가 금 의원에게 도전장을 던진 것이다.
금 의원은 즉각 ‘조국 수호’ 선거를 치를 수 없다는 입장을 냈고, 김 변호사는 금 의원이 조국 수호 프레임을 이용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금 의원이 자신만 경선을 하지 않고 지역구 후보로 선출되기를 바라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도 있다. 그러나 ‘빨간 점퍼 입은 민주당’이라는 인신공격성 모욕까지 받았던 금 의원으로서는 김 변호사의 공천 도전이 ‘저격’으로 받아들여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번 논란이 불거진 후 금 의원의 페이스북에 들어가 봤다. 정치인이라면 감내해야 할 ‘양념’이라고 하기에는 ‘닥치고 나가라’는 식의 노골적인 비난을 담은 댓글이 줄을 이었다.
조국 사태가 논란이 됐을 때 당내에도 분명히 일부 비판 의견이 있었고, 금 의원은 청문회에서 민주당 의원으로서는 이례적으로 조 전 장관에게 비판적인 질문을 했다. 당시 금 의원과 김해영 의원 등 몇몇 의원의 소신 발언은 민주당 내에도 건전한 비판을 하는 의원이 있다는 것을 보여준 긍정적인 측면이 있었다. 금 의원의 지적은 보수 야당의 ‘묻지 마 반대’와는 분명히 결이 다르다. 그럼에도 금 의원은 민주당 골수 지지자들로부터 뭇매를 맞고 있다.
임미리 교수의 칼럼에 대해 민주당이 득달같이 고발한 것은 또 어떤가. 칼럼을 고발한 것 자체가 논란이 되면서 민주당은 고발을 취하했지만 여당 지지자들은 임 교수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신고하고 무차별적으로 신상을 캤다. 고발 취하 후에도 비판 여론이 잦아들지 않고 총선 민심도 악화되면서 이인영 원내대표가 지난 18일에서야 느지막이 공개석상에서 사과 입장을 밝히면서 수습에 나섰다.
그 어느 정권보다 민주적이고 소통을 잘할 것만 같았던 문재인 정부이지만, 집권 4년 차에 접어들면서 정부·여당 모두 소통과는 담을 쌓고 있다. 정부 출범 초기, 보수 언론과 보수 야당의 비판에 과하다 싶을 정도로 민감하게 대응한 것이 참여정부의 트라우마 때문일 것이라고 이해한다 쳐도, 같은 당내에서 제기되는 비판 여론에 귀를 닫고 핵심 지지층만 등에 업고 가서야 자정 기능이 제대로 작동할 수 없다.
문재인 대통령이 경제가 살아나고 있다는 등 현실과는 동떨어진 얘기를 하는 것도 문 대통령의 곁에 직언해주는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한때 청와대는 정책에 대해 반대의견을 내어 교차 점검을 가능하게 하는 ‘레드팀’의 도입을 검토하기도 했지만, 그것도 유야무야됐다. 약간의 반대 의견도 수용하지 못하는 집권 여당과 그 핵심 지지층의 분위기를 봐서는 애초에 도입 불가능한 시스템이 아니었나 싶다.
이 같은 일련의 사건을 보면 청와대 출신 4·15총선 출마자들이 출마의 변으로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과제 마무리를 돕기 위해서”라고 말한 것이 떠오르면서 오싹해진다. 국회까지 민주당이 장악한다면 비판과 견제 기능이 제대로 작동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간 정부·여당이 ‘야당 복’에 기대어 정책을 이어올 수 있었다면, 4·15총선은 정부·여당 독선의 질주에 급제동을 걸 수 있는 제대로 된 견제 세력을 뽑을 수 있는 기회다.
물론 여기에는 유권자들이 차악을 선택할 여지가 마련돼야 한다는 맹점도 있다. 두 달이 채 안 남은 4·15총선에서 ‘누가 누가 잘하나’가 아닌, ‘누가 누가 못하나’라며 표를 행사해야 하는 유권자들도 답답하다. 민주당에 실망했다고 해서 미래통합당을 지지할 것인가의 문제가 놓여있기 때문이다. 통합당이 공천 과정에서 진정한 혁신을 단행하지 않고서는 딜레마에 빠질 수밖에 없다.
서울본부 정치부 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