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집에는 사람이 많이 몰린다. 길게 줄을 서서 자기 차례를 기다리는 것에도 즐거움을 주는 곳이 맛집이다. 일단 음식 맛이 좋으니까. 음식점이 자리한 지역 특성과 음식 탄생 배경 등 이색 스토리까지 가미된다면 그야말로 대박이 난다.
수많은 음식점이 스스로 맛집을 자처하고 생겼다 곧 사라지는 게 현실이다. 지금도 방송 곳곳에서 ‘먹방 프로그램’이 난무하는 까닭에 유명 관광지에는 ‘TV에 안 나온 맛집’이라는 역발상의 플래카드를 달아 손님을 끌어들이기도 한다. 부산 돼지국밥을 비롯해 해산물 가득한 미역국 등을 잘하는 집에는 서울 등에서 이른 새벽 차를 몰고 와 아침을 먹는 손님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그 아침은 한 끼 식사를 해결하는 밥상이 아닐 테다.
맛집에는 특유의 손맛과 묵은 이야기가 묻어 있다. 주변에는 유사 음식점이 생겨난다. 할매 손맛이 뜨면 그 근처에는 ‘소문난 할매’들이 ‘원조 간판’을 달고, 이모 손맛이 알려지면 온 동네 ‘이모’들이 나선다. 아버지 여자 형제인 고모의 손맛을 좀처럼 볼 수 없다는 게 이상할 지경이다. 그렇게 음식점들은 흥망성쇠를 달리한다.
부산 해운대에는 2대째 생갈비와 양념갈비의 색다른 맛을 이어가는 해운대암소갈비집이 있다. ‘해운대’와 ‘암소갈비’가 무슨 연관이 있는가 싶은데, 1964년 문을 연 이 집은 현재도 성업 중이다. 특유의 맛과 품질에 비결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1956년 인근에 우리나라 두 번째 골프장으로 문을 연 부산CC(1971년 금정구 노포동으로 이전 개장)를 찾은 라운딩 고객들을 중심으로 입소문이 전국적으로 퍼졌다. 단골 중에는 고 박정희 전 대통령과 고 김종필 전 국무총리도 있었다고 하니 꽤 유명한 곳이다.
서울 용산구 한남동에 ‘해운대암소갈비집’이라는 음식점이 생겨 법적 소송까지 가는 등 논란이 벌어져 주목된다. 지난해 3월부터 영업 중인 이 업소는 부산의 ‘해운대암소갈비집’과 상호가 같은 데다 간판과 불판, 서비스 형태까지 비슷하다고 한다. 맛은 다르지만, 손님들은 해운대 본점의 서울 분점으로 오인할 만하다. 재판부는 1심 판결에서 “해운대암소갈비는 지리적 명칭인 해운대와 상품의 성질을 표시하는 암소갈비로만 이뤄져 상표로서 식별력이 미약하다”며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다. 원고는 “60년 가까이 운영한 부산의 향토 맛집이 1년도 채 안 되는 다른 지역 업체에 이름을 빼앗긴 것”이라며 항소했다. 상고심 결과에 따라 맛집을 놓고 다투는 유사 사례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여 관심이 쏠린다.
강춘진 논설위원 choonjin@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