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 전, 부산에서 처음 정치부 기자로 취재원들을 만나기 시작할 때 가장 생소한 호칭이 ‘위원장님’이었다. 위원장이란 지역구 조직을 책임지는 지역위원장을 일컫는 호칭인데, 현직은 물론 오래전 출마했던 분도 통칭해 ‘위원장님’이라 불렸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은 그들 대부분이 딱히 달리 불릴 호칭이 없었다는 점이다. 열린우리당 시절, 부산은 지역구 현역이 조경태 의원밖에 없을 때였다.
당시 정치부 기자가 만나는 한나라당 인사는 국회의원, 시·구의원이었고, 원외위원장이라 해도 변호사님, 대표님, (새마을금고 또는 신협)이사장님으로 부르면 됐는데 열린우리당은 그렇지 못했다. 그들은 몇 번이고 출마했다가 낙선하는 게 일인 사람들이었고, 상당수가 변변한 직업이 없었다. 위원장이라는 호칭에 켜켜이 쌓인 세월만큼의 눈물과 애환이 담겨 있다는 걸 한참 후에 알게됐다. 시간은 흘러, 민주당 의원이 6명이나 되는 천지개벽 같은 일이 벌어졌다. 최인호, 전재수, 박재호 위원장 등은 어느덧 ‘의원님’으로 호칭이 바뀌었지만 여전히 위원장님으로 불리는 인사가 PK에는 많다. 정진우 전 위원장은 15년 전 처음 만났을 때나 지금이나 위원장님이다. 4번의 출마와 낙선은 그에게 ‘훈장’아닌 ‘족쇄’가 됐다.
사실상 마지막 도전으로 생각하고 나선 이번 총선에서 민주당은 북강서을을 전략지역으로 지정했다. 정 위원장 등 기존 세 후보가 경쟁력이 없으니 다른 후보를 투입하겠다는 것이다. 사실 북강서을은 선거때마다 전략공천설이 나오던 곳이다. 그러나 실제로 전략공천이 성사된 건 2012년 문성근 씨가 유일했고 결과는 성공적이지 못했다. 그외엔 전략공천설이 한참 돌다가 결국 마땅한 후보를 찾지 못해 다시 정 위원장이 출마하는 수순을 밟은 적이 많다. 그는 ‘별 볼일 없는 기존 후보’라는 상처를 안고 그렇게 본선으로 내몰렸다.
정당 입장에선 매번 지는 후보를 다시 내놓을 수는 없다. 그러나 당이 어려울 때 패할 줄 알면서도 출마를 마다않은 후보를 이제와서 내치는 것도 도리가 아니다. 외부 인재로 전략공천을 한다면 적어도 그 지역 유권자들이 수긍할 만한 인물, 기존 후보보다 경쟁력이 확실한 후보를 내야 한다. 이길 수 있는 전략공천이어야 한다. 정 위원장은 끝내 위원장 꼬리를 떼지 못하겠지만 ‘전략적인 전략공천’이라면 수긍할 수 있지 않을까.
서울정치부 freesun@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