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전 20대 총선을 앞두고 ‘자객 공천’ 바람이 유난히 거셌다. 당시 여당이던 새누리당의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은 “국정의 발목을 잡고 민생을 외면한 야당 의원들의 지역구에 킬러를 투입하겠다”며 대놓고 이를 공론화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여당 지역구보다 국민의당에 합류하며 탈당한 자당 출신 의원들의 지역구에 더 많은 공을 들였다. 응징 차원이었다. 자객공천 대상지로 지목된 곳은 대부분 여야가 경합을 벌이는 수도권이나 당적을 바꾼 의원들의 지역구였다. 나름 판 뒤집기 승부를 걸어볼 만하다고 본 것이다.
자객 공천은 상대당 거물의 지역구에 패기 있는 신인이나 중량급 인사를 투입하는 걸 말한다. ‘배신자’로 지목된 인사를 공천 과정에서 떨어뜨리기 위해 이 방법을 쓰기도 한다. 사실 자객 공천의 단맛은 일본이 많이 봤다. 2005년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가 자신의 우정 민영화 방침에 반발해 탈당한 의원들의 자리에 여성 관료와 여배우 등을 대거 공천해 성공했다. 이를 두고 일본 언론은 ‘미녀 자객’이라고 불렀다. 4년 뒤엔 같은 전략을 만년 야당이던 민주당이 사용했다. 이 공천 역시 대성공을 거둬 마침내 자민당의 장기집권을 무너뜨렸다.
21대 총선이 다가오자 자객 공천이라는 말이 또 정가에 등장했다. 민주당 금태섭 의원의 지역구인 서울 강서갑에 김남국 변호사가 공천을 신청하면서다. 금 의원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인사청문회에서 따끔한 질문을 던져 친문 세력의 공격 대상이 된 반면, 김 변호사는 ‘조국 백서’ 필진으로 참여할 만큼 친조국 성향이다. 김 변호사는 오히려 금 의원 측이 만든 프레임이라며 맞서고 있다. 자객 공천은 때론 성공하고 때론 실패한다. 19대 때 경기 광명을에서 내리 3선을 한 한나라당 전재희 의원을 변호사 출신 신인이었던 민주통합당 이언주 후보가 무너뜨린 건 대표적인 성공 케이스다. 그러나 20대 총선에서 민주당은 국민의당 공동대표인 천정배를 겨냥해 고졸 출신으로 삼성전자 상무까지 오른 양향자를 내세웠으나 실패했다.
여든 야든 자객 투입이 잘 먹히지 않는 데가 소위 텃밭이란 곳이다. 사람보다 당을 보고 투표하는 경향이 짙어 특정인을 겨냥한 선거 전략 자체가 별 위력을 발휘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양지에서 선수를 쌓은 정치인들은 자객은 피하는 대신 때가 되면 몰아치는 ‘물갈이’의 단골 대상이 된다. 온실이 아닌 박토에 뿌리 내린 묘목이 굳건하게 성장하는 이치는 정치도 마찬가지이다.
강필희 논설위원 flut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