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경기의 구성 요소 중 하나가 관중이다. 보는 사람들이 없고 선수와 심판만 있는 스포츠 이벤트는 존재하기 어렵다. 관중의 열띤 응원을 비롯해 플레이어의 크고 작은 동작에 탄성을 울려대는 분위기가 선수와 경기를 신나게 만드는 것이다. 이른바 ‘홈 어드밴티지’에는 원정팀의 이동거리, 풍토, 음식, 심판 판정 외에도 이런 관중 요인이 포함된다. 영국 프리미어리그의 명문 ‘맨유’가 퍼거스 감독 시절 홈경기에서 승률이 80%를 훨씬 넘었던 것도 그와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5년 전 미국 메이저리그의 볼티모어 오리올스는 홈구장에서 시카고 화이트삭스와 경기를 벌였다. 1회부터 소속팀 선수의 홈런포가 터졌지만 관중석에서 함성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9회 마지막 아웃카운트로 승리가 확정되는 순간에도 마찬가지였다. 그도 그럴 것이 이날 경기는 무관중으로 치러졌다. 당시 볼티모어지역의 대규모 폭동 사태에 따라 내려진 조처였다. 이는 메이저리그 150년 역사상 최초의 무관중 경기라는 기록을 남겼다.
보통 무관중 경기는 관중 난동과 같이 중대한 문제를 일으킨 당사자 측에 가해지는 징계 성격을 띤다. 유럽 프로축구리그 등에서 간혹 일어난다. 안전이 보장되지 않거나 국제분쟁을 야기할 수 있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북한은 그 점에서 악명이 높다. 2005년 이란과의 월드컵 예선 홈경기에서 심판 판정 항의와 오물 투척, 상대 선수단 위협 등으로 제3국 내 무관중 경기에다 벌금을 부과받았다. 지난해 9월에는 대한민국 대표팀과의 월드컵 예선전을 자발적(?) 무관중 경기로 치러 국제적인 비난을 샀다.
요즘 코로나19 사태로 국내 스포츠계가 직격탄을 맞았다. 프로축구 K리그 개막이 사상 최초로 무기 연기됐고, 올 4월 끝날 핸드볼 코리안리그는 사흘 전에 정규시즌을 접은 상태다. 지금 추세로는 다음 달 부산 세계탁구선수권대회와 프로야구 시범경기 일정 등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이런 가운데 무관중 경기도 확산되고 있다. 여자 프로농구가 지난 21일 처음 시행한데 이어 남녀 프로배구 등도 오늘부터 그 대열에 합류했다. 감염 확산 방지와 관중의 건강 안전 면에서 불가피한 조처로 읽힌다.
이 판국에 그나마 무관중 경기를 한다고 해도, 양팀 선수와 감독은 다소 맥이 빠지고 마음도 그리 편하지 않을 터다. 온통 난리인 데다 관중도 없으니 말이다. 아무쪼록 이번 사태가 조기 수습돼 스포츠 경기와 우리의 모든 일상이 정상으로 돌아가기를 바란다.
구시영 논설위원 ksyoung@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