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는 경제에 강력한 타격을 주고 있다.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이 0%대까지 떨어질 수 있다는 충격적 전망이 나온다. 중국 경제성장률 전망도 계속 하향 조정되고 있다. 잘나가던 미국 증시에도 제동이 걸렸다. 세계 경제의 수요 감소와 공급망 왜곡으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해양수산 분야도 예외는 아니다. 해운업은 직격탄을 맞았다. 가뜩이나 어려운 해운업은 수요가 마비되며 운임이 추락하고 있다. 컨테이너선, 벌크선, 유조선 할 것 없이 동반 하락한다. 한국과 중국을 오가는 카페리의 여객 이용은 중단됐고, 화물 물동량도 급격히 감소한다.
바다에서는 목적지를 잃은 선박들이 표류하는 일까지 발생하고 있다. 중국으로 향하던 외국 화물선이 코로나19 영향으로 화물을 내릴 항구가 정해지지 않아 우리나라 항만으로 들어오는 일도 일어났다. 부산항에 입항한 컨테이너선에 탄 선원이 발열 증세를 보여 화물 하역작업이 장시간 중단되기도 했다. 일본에서 출발하는 크루즈선의 입항도 한시적으로 중단됐다.
해양수산부도 대책을 발표했다. 코로나19 확산에 직격탄을 맞은 한중 항로 해운업계에 600억 원을 긴급 투입하고, 장기적으로 항만 경쟁력 강화도 꾸준히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이들 대책에 대해 실효성 논란이 나오지만, 정부가 긴박하게 움직이는 것만은 틀림없다.
주목하고 싶은 것은 정부 입장이 가해자는 코로나바이러스이고, 피해자는 해운업이라는 전제에서 나왔다는 점이다. 피해자인 해운업계를 경제적으로 지원하고, 가해자인 코로나바이러스의 국내 전파 가능성을 차단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그러나 코로나바이러스 등 전염병 확산에 대한 원인을 찾아보자면 얘기가 달라진다. 바이러스가 ‘세계일주’ 하도록 한 주요 원인은 대체로 무역을 통한 세계화에 있다고 한다. 특히 해운업으로 대표되는 국제물류가 큰 역할을 했다.
앤드류 니키포룩이 ‘바이러스 대습격’에서 언급한 선박평형수 얘기는 대표적 사례다. 1980년대 옛 소련은 밀을 수입하려고 빈 배를 여러 척 보내 북미 오대호 연안 집하장에 보관된 캐나다산 밀을 실어 날랐다. 이들 곡물 운반선은 로테르담을 비롯한 유럽 항구에서 선박평형수를 배에 담았다. 이때 ‘얼룩홍합’이 무더기로 선박에 무임 승선했고, 온갖 유충과 바이러스도 함께 탔다. 오대호는 이후 외래종의 ‘침입에 의한 몰락’ 과정을 걷게 된다.
바다표범의 떼죽음에 코로나바이러스가 영향을 주었다는 추정도 나온다. 코로나바이러스가 바다표범, 돌고래 등 다양한 해양포유류에서 발견되기 때문이다. 앞으로 해운과 상업적 어업에 쓰러져 가는 해양생물이 인간에게 바이러스로 역공할 수 있다는 예측도 나온다.
바이러스 전파 속도가 빨라진 것은 선박과 항해술의 비약적인 발전에 기인한다. 선박 대형화와 항해기술 발전은 세계 경제를 크게 발전시켰고, 공장과 가정에 대량생산과 대량소비를 가져왔다. 한편으로는 해양환경을 악화시키고, 바이러스와 박테리아의 성장과 전파를 도왔다. 해양산업과 기술 발전이 가진 두 가지 얼굴이다. 특히 1876년 우리나라 첫 번째 무역항으로 개항한 부산항은 과연 물류 기능만 수행했을까. 부산항은 원자재와 상품의 교차점 역할도 했지만, 콜레라 같은 전염병의 이동 장소로도 기능했을 가능성이 있다. 선박평형수에서 콜레라균이 나오기 때문이다. 항만도시에 콜레라 등이 창궐한 사례는 많다.
해양은 결국 가해자와 피해자가 그때그때 서로 역할을 바꿔가며 치열하게 싸우는 곳이다. 한쪽을 일방적으로 가해자라고 부를 수 없다. 따라서 해양에 대한 우리 태도는 통합적·균형적이어야 한다. ‘하나의 해양정책(one ocean policy)’이 필요한 이유다. 의학계에서는 환경, 동물, 사람 등의 감염병 관련 정보를 통합적으로 연구·관리하는 ‘원헬스 시스템’ 도입이 추진되고 있다. 또한 해양산업과 해양환경 위기는 전 세계의 문제다. 해양에 관한 관리·협력에는 어느 정도 주권의 양보가 필요하다. 그래야 승자와 패자가 없는, 성장과 환경이 조화되는 해양이 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해양관리에 대한 국제 협력은 필수다.
지금 숨이 넘어가는 해운업 등 해양산업에 대한 긴급한 지원은 꼭 필요하다. 동시에 ‘원오션’ 시스템을 만드는 연구·개발(R&D)과 국제협력이 근본적으로 중요하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올해 국가 R&D 예산이 20%쯤 늘었음에도 해양수산 분야는 거의 변화가 없고, 국가 ODA(공적개발원조) 사업 중 해양과학기술 비중이 0.5%에도 못 미치는 현실이 그래서 더 안타깝다.
평택대 국제물류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