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바로크 음악의 대표적인 작곡가인 비발디( Vivaldi)는 바흐나 헨델에게 많은 영향을 주었다. 그가 작곡한 수많은 선율은 후세의 많은 작곡가가 인용했다. 비발디는 평생 600곡이 넘는 협주곡을 남겨 ‘협주곡의 왕’이라고 부른다. 이 협주곡 중 450곡 정도가 각종 독주 악기를 위한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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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무지치의 비발디 ‘사계’ 음반들. |
그의 대표작으로 알려진 ‘사계(四季)’도 바이올린을 독주 악기로 하는 일종의 바이올린 협주곡으로, 협주곡집 8 ‘화성과 창의에의 시도’ 총 12곡 중 ‘1번에서 4번까지’를 지칭하는 말이다. 비발디 하면‘사계’를 연상하지 않을 수 없고 ‘사계’하면 ‘이 무지치(I Musici) 합주단’을 빼놓을 수 없다.
이탈리아의 대표적 실내악단 이 무지치 합주단이 ‘사계’를 처음 녹음한 것은 1959년. 이때 바이올린 독주를 맡은 사람은 이 무지치 합주단 초창기 리더인 스페인 출신의 바이올리니스트 펠릭스 아요(Felix Ayo)다. 이 무지치의 데뷔 음반이기도 했던 ‘사계’는 하루아침에 베스트셀러가 됐다. 세계에 이 무지치와 바로크 선풍을 일으켰다. 그 뒤 이 무지치는 리더가 바뀔 때마다 ‘사계’를 녹음했다.
이 무지치의 두 번째 ‘사계’ 녹음은 로베르토 미켈루치가 바이올린 독주를 맡았고, 세 번째는 살바토레 아카르도, 네 번째는 피나 카르미렐리다. 다섯 번째는 페데리코 아고스티니라는 젊은 리더가 독주를 맡았는데, 펠리스 아요와 로베르토 미켈루치, 살바토레 아카르도가 솔로를 맡았던 아날로그 시대와 피나 카르미렐리와 페데리코 아고스티니의 디지털시대로 구분 할 수 있다.
당시 창단 멤버는 대부분 이 무지치를 떠났지만, 비발디 ‘사계’야말로 이 무지치 합주단 역사를 대변할 만큼 절대절명의 동반자이며 바로크 음악의 꽃이라 아니할 수 없다.
‘사계’는 오늘날에도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듣고 가장 많이 팔리는 음반으로 손꼽히기에 많은 연주단체가 앞을 다투어 녹음하고 있지만, 이 무지치 합주단을 빼놓고는 비발디 ‘사계’를 거론하지 못할 만큼 ‘사계’와 이 무지치는 확고부동한 관계다. 그러나 이 무지치 합주단 ‘사계’가 횟수를 거듭할수록 윤기가 없고, 독주자 기량도 떨어진다는 평을 받는다. 이는 바이올린 음색이 초창기보다 훨씬 가늘어졌고 녹음이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바뀌면서 금속성이 강하게 느껴져 초창기 아요나 미켈루치가 연주했던 포근함을 느낄 수 없다고 평이 늘기 때문이다.
오늘날까지도 많은 애호가의 사랑을 받는 연주는 초기에 녹음한 아요 또는 미켈루치 연주인데, 고도의 녹음기술로 미세한 잔향까지 남김없이 포착해 들려주는 현대 음향에 관한 평은 듣는 사람 취향에 맡길 수밖에 없다.
필하모니 대표·음악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