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1월 초, 우크라이나 정부는 이듬해 1월 17일로 예정된 대통령 선거를 같은 해 5월 30일로 연기해 지방선거와 함께 치를 수 있다고 밝혔다. 신종플루 유행에 따른 국가비상사태 선포로 대중집회가 금지되면서 선거운동을 하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당시 우크라이나의 상황은 신종플루가 발병한 지 한 달도 안 돼 감염자와 사망자가 각각 25만여 명, 100여 명에 달할 정도였다. 하지만 여론조사에서 야당 후보에 크게 뒤졌던 여당 후보가 선거 연기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려 한다는 논란이 일면서 선거는 예정대로 실시됐고, 결국 야당 후보가 당선됐다.
그해 한국에서도 신종플루가 창궐했다. 70만여 명의 감염자가 발생해 그중 263명이 숨졌다. 그러나 당시 10·28 재보선은 연기 주장 없이 계획대로 치러졌다. 선거 연기 얘기가 나온 건 2014년 6·4 지방선거 전이었다. 4·16 세월호 참사가 터져 전 국민의 관심이 거기로 집중되면서다. 선거운동은커녕 각 당의 모든 일정이 경선 단계에서 멈추자, 지방선거를 미뤄 7·30 재보선과 같이 실시하는 방안이 거론됐으나 말에 그쳤을 뿐이다. 현행 선거법에 대선과 총선은 대통령이, 지방선거는 선관위원장이 지자체장과 협의해 선거를 연기할 수 있도록 규정돼 있으나, 워낙 정치적 이해관계가 복잡해 아직 이뤄진 적은 없다.
그랬던 선거 연기론이 코로나19의 지역사회 유행으로 또다시 불거졌다. 시민의 대인 기피 탓에 선거운동이 어렵다는 까닭에서다. 선거사무소 개소식을 연기하거나 지역행사를 취소한 예비후보들은 유권자와의 ‘2m 밖’ 눈인사로 선거운동을 대신하고 있다. 대안신당 유성엽 통합추진위원장과 바른미래당 손학규 전 대표는 “총선 연기를 진지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미래통합당 심재철 원내대표는 이에 “6·25전쟁 때도 대통령 선거를 치렀다”며 제동을 걸었다. 1952년 ‘발췌 개헌’ 후 치른 선거에서 이승만 대통령이 재선된 것을 말한다. 하지만 그해 실시한 도의원 선거 때는 전쟁 중이라는 이유로 경기·강원도와 서울시를 제외한 바 있어, 선거 연기 사례가 아예 없는 건 아니다.
총선 연기 여부를 떠나, 분명한 건 작금의 사태가 그런 주장이 나올 만큼 심각하고 엄중하다는 사실이다. 그런데 정치권이 진정 사태를 그리 여기는지는 의문이다. 총선 연기론에 정치적 이해타산이 깔려 있는 듯해서다. 그 권력욕이 코로나19보다 더 무섭게 다가온다.
이경식 논설위원 yisg@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