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과 마음이 모두 지쳤을 때 어떻게 쉬는 게 진정한 휴식일까? 사람에 따라 다소 차이는 있겠지만 누군가는 음악이나 영화감상을, 좀 더 적극적인 이들은 여행을 떠올릴 것이다. 그런데 하던 일을 멈추고 잠깐 쉬는 것을 뜻하는 휴식(休息)의 뜻을 풀어보면 ‘休(휴)’는 사람(人)이 나무(木)에 기대어 있는 모양새고, 息(식)은 마음(心) 위에 자신(自)을 올려놓은 모습이다. 그러므로 휴식이란 복잡한 일상에서 벗어나 자연으로 들어가 나무에 기대어 자신을 돌아본다는 의미가 된다.
몸과 마음을 치유할 수 있는 자연과 만남은 그리 어렵지 않다. 지천으로 널린 풀과 나무의 이름을 알지 못해도 그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그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다. 아무런 생각 없이 대자연의 품에 안겨 아름다운 경치에 감동하며 여유로움을 누리는 것이 진정한 휴식이 아닐까?
그렇지만 한 걸음 더 나아가 숲을 지나 산을 오르면 어떨까? 등산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시간만 나면 마치 무언가에 홀린 듯 산을 찾는다. 거기에는 자연 그대로의 산이, 그리고 우리 마음을 편안하게 감싸주는 대자연의 여유가 있기 때문이다.
산은 자유로운 공간이다. 그 누구를, 그 무엇을 위한 것도 아닌 오직 자기 자신만을 위한 곳이다. 마음 한구석에 자리한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훌훌 털어버리고 내뱉을 수 있는 공간이다. 산은 그 모든 것을 들어주고 받아주고 안아주는 여유로움이 있기 때문이다.
산은 아름답다. 자연의 무궁한 변화 속에서 봄 여름 가을 겨울 사시사철 철 따라 각양각색의 모습으로 아름다운 자태를 보여준다. 때로는 화려하게, 때로는 무성하게, 때로는 풍요롭게, 때로는 적막하게, 때로는 근엄하게 우리를 맞이한다.
산은 모든 사람에게 평등하다. 사회적 지위, 직업, 배움의 정도, 가난함과 부유함, 남녀노소, 나이 등을 따지지 않는다. 산을 찾는 모든 이를 마다치 않고 따스한 품으로 안아준다.
산은 마음의 평온함과 강인한 건강을 준다. 산에 들어서면 마음이 편안해지고 우울한 마음이 없어진다. 산을 오르다 보면 스스로 마음을 조절할 수 있는 힘이, 어려움을 헤쳐나갈 지혜가 생긴다. 오르는 데 집중하다 보면 어느새 몰입하게 되고 이런 과정을 통해 성취감도 얻게 된다. 마침내 정상에 서면 더 큰 감동이 몰려온다. 대자연의 경이로움과 함께 정상에 오른 자신에 대한 감동이다. 이러한 감동은 지친 일상에 생기를 불어넣고 삶의 보람을 찾아준다.
산은 몸과 마음의 병을 고쳐주는 위대한 치료사다. 산에는 영혼의 허기를 채워줄 것이 널려 있다. 신선한 산소와 기온. 스트레스 완화와 면역력 증강 등에 효과가 있는 피톤치드. ‘공기 비타민’이라 불리는 음이온. 신경 안정 효과가 있는 바람·물·새·벌레 울음 등 온갖 자연의 소리. 심신을 안정시켜 주는 푸른 녹음. 이처럼 생명의 활기가 넘쳐나는 숲길을 걸으면 ‘건강 샤워’를 하는 셈이다.
산은 철학할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을 제공한다. 누구의 간섭이나 관여 없이 오직 자기 자신과 대면하면서 잊히고, 미처 생각하지 못한, 앞으로 해야 할 일 등에 대한 내면의 대화를 나눌 수 있다.
이처럼 혼자만의 사색은 자기 수양과 발전에 큰 도움이 된다. 일찍이 독일의 철학자 니체는 ‘네 마음이 가난하거든 산에 가라’는 명언을 남겼다. 괴테, 베토벤 같은 많은 예술가 시인이 산에서 영감을 얻었고 인생에 대한 진리를 깨우쳤다.
산에는 주인이 따로 없다. 하지만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다. 산에 가는 사람, 산을 좋아하는 사람, 산을 보고 느끼면서 즐길 줄 아는 사람이 주인이다. 산의 자연을 누리는 자가 주인인 셈이다. 여러분도 긍정과 희망의 에너지를 안겨주는 산에 올라 산을 보며 산을 만지고, 산을 느끼고, 산의 향기에 취하고, 산을 배우면서 대자연이 주는 혜택을 한껏 누려보길 바란다.
산악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