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서운 바이러스가 스멀스멀 기어 다니다가 접촉자가 있으면 곧바로 달라붙는 느낌이다. 환자 옆에서 치료하는 의사 간호사도 감염되니 말이다. 공포영화를 보는 듯하다. 이런 때 바이러스를 볼 수 있는 나노형 안경이라도 있으면 좋겠다. 아니면 스캔 장비가 있으면 내 주위에 그런 바이러스가 있는지 탐색해 플라스마로 쏴서 죽일 수 있을 듯하다.
코로나19는 한 나라의 국정시스템, 즉 정치 행정 경제 사회 문화 기술의 모든 면을 테스트하는 듯하다. 코로나19는 치명적인 것 같지는 않은데 감염성이 강하다 보니 공포감을 주고 있다. 사람이 모이는 곳을 피하려 드니 시장, 극장, 음식점, 술집 등 하여간 거의 모든 접객 지점을 강타한다.
환자가 퇴원하는 것을 보니 치료는 되는데, 일시에 감염되면 이를 치료할 병원이 없어 집에서 죽을 수 있다는 소식에 사람들은 더 두려워한다.
종교 집단 신천지에서 비롯된 코로나19의 새 국면에 대한 우리나라의 대체능력이 얼마나 있을지, 잘 대응할지 걱정된다. 일시에 500명 넘는 감염환자가 발생했을 때 이를 치료할 병원이 확보될 것인지, 동선 추적 관리가 될 것인지, 2차와 3차 감염까지 고려한 조치가 나올 것인지, 중국처럼 한 도시를 폐쇄해야 할 것인지, 전국으로 이미 확산됐을 경우 어떻게 할 것인지, 방역대책을 어떻게 수립하고 집행할 것인지, 언론에서 얼마나 실태를 보도할 것인지, 이러한 중차대한 시기에 대통령의 리더십은 얼마나 발휘될 것인지 등에 대한 테스트가 진행되고 있다.
그 이면에는 조금 다른 성격의 현장도 있다. 지금 국내에는 코로나19 대처에 필요한 물품이 초특수를 누린다. 마스크는 물론이고 손소독제, 체온계, 방역복, 방역 라텍스, 알코올 티슈 등이 대상이다. 병원에서도 이 물품을 구하고 동남아 등지에서도 수입해가려고 바이어들이 한국으로 속속 들어온다. 지인이 경영하는 한 제조업체는 이번 사태에 필요한 물품을 생산하며 매출이 지난 2개월 사이에 크게 늘었다. 특히 한국산에 대한 수요는 폭증한다. 가격도 시시각각 오른다. 의료와 위생 관련 아이템의 재고는 소진됐다.
그 다음은 농산물일 것이다. 중국에서 농산물 수출이 금지됐고 국내에서는 채소 가격이 오른다. 국내에서 생산되는 농산물에 대해서는 우리나라뿐 아니라 중국이나 홍콩 등에서도 수요가 있을 것이다. 중국산 농산물에 대한 불신이 형성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베트남 등 아시아에서 생산되는 먹거리에 대해서도 비슷한 현상이 생기지 않을까.
동남아시아 한 국가의 모 그룹 회장이 고급 빵을 내게 선물로 준 적이 있다. 포장이 잘 되어 있어 고급스러웠다. 포장을 뜯지 않고 한국으로 가져와 어쩌다 상온에 두었다. 6개월이 지나도 곰팡이가 없었다. 나는 그 빵의 방부제 상태와 품질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렇듯 산업이 덜 발전한 나라에서는 품질 자체보다 포장과 마케팅만 잘하는 것으로 판매가 가능할 것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아주 오래 전 내 고향 경남 하동에서도 밤 수출이 잘 되어 밤의 공급이 부족해지자 고품질을 유지하지 못하고 임기응변으로만 대응했다가 수출선이 끊기고 크게 고생했던 기억이 난다.
코로나19 사태를 보면서, 이 국면을 잘 극복한 뒤 우리나라에 새로운 기회가 올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즉, 보건위생산업, 바이오메디컬 산업, 농산물 수출산업 등을 잘 육성해 아시아로 수출하는 시대를 열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에서 만든 보건위생용품이 아시아에 어필할 수 있다. ‘메이드 인 코리아’ 제품의 지평을 넓힐 수 있다.
부산지역도 마찬가지다. 부산이 가진 기술로 의료, 바이오, 보건위생상품, 농산품 등에 대한 수출진흥책을 마련해 기회를 살렸으면 좋겠다. 생명과 안전에 관한 제품은 검증되어야 하고, 검증된 제품은 가격이 높아도 수출이 될 것이다.
경제 부문에서 일하는 필자는 코로나19 사태로 모두가 어려운 지금, 이렇게 미리 희망을 품어 본다. 이번 사태도 틀림없이 극복된다. 어려운 상황이지만, 극복될 것이라 보기에 그 너머에 있을 기회를 생각해보았다. 힘든 가운데서도 통찰이 필요한 시기다.
아시아비즈니스동맹 의장·한국공정거래평가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