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국회도 오는 5월 29일 막을 내린다. 박근혜 정부(2017년 3월 10일까지)와 문재인 정부(2017년 5월 10일 이후)를 함께 겪은 이번 국회는 곧 박제된 역사가 될 테다. 폐장을 앞두고 나라 전체를 혼란으로 빠뜨린 ‘코로나19 방어 전쟁’에서도 이렇다 할 활약상을 보이지 못하니 20대 국회는 역대 최악이라는 꼬리표를 달 만하다. 바이러스가 모든 이슈를 집어삼키고 있지만, 총선시계는 어김없이 흘러가고 있다. 4년 전 4·13총선이 엊그제 같다.
20대 국회를 이끌 의원들의 면면이 드러난 2016년 4월 14일 부산의 아침 분위기는 예전과 달랐다. 하루아침에 세상이 확 바뀐 느낌이었다. 전날 치러진 총선의 개표 결과가 부산의 특정 정당 독식구조를 허문 탓이다. 부산에서도 여야의 건설적인 경쟁구도가 형성돼 성숙된 지역 정치발전을 기대하는 등 긍정적인 시선이 쏟아졌다. 4·13총선의 부산 표심 향배가 15대 국회 이후 16년 만에 여소야대의 3개 교섭단체가 활동하는 다당제 국회를 만들었다.
지난 총선을 돌이켜보자. 당시 야당이었던 더불어민주당이 123석(비례대표 13석)을 차지하고, 여당인 새누리당은 122석(비례대표 17석)에 그쳐 불과 1석 차로 제 1당의 지위를 놓쳤다. ‘안철수’로 대표되는 국민의당 38석(비례대표 13석), 정의당 6석(비례대표 4석), 무소속 11석 등으로 300석이 배분됐다. 정당 지지도를 나타내는 비례대표 의석은 민주당과 국민의당이 동률을 이뤘다는 점에서 제3의 세력 등장을 바라는 국민적 바람이 거셌다.
그동안 선거공학적으로 통했던 지역과 특정 정당의 일방적인 지지 연결고리에 균열이 생기게 한 것도 눈여겨볼 대목이었다. 민주당은 최대 아성이었던 광주에서 1석도 얻지 못하고 8석 전체를 국민의당에 통째로 넘겼다. 전남·북에서는 20석의 의석 중 15석을 국민의당이 휩쓸었다. 민주당은 대신 새누리당의 가장 확실한 텃밭인 대구에서 1석을 건진 데 이어 경남에서도 3명의 국회의원을 배출해 남다른 의미를 줄 수 있었다. 새누리당도 지역구 의원 당선은 생각도 못했던 전남과 전북에서 각각 1석, 호남 국회의원 2명을 탄생시켜 4·13총선은 한국 정치사에 변곡점이 됐다는 평가를 받았다. 전통적으로 한쪽 쏠림을 거부하는 충청권(대전 충남·북 세종)에서는 27석 중 민주당 13석, 새누리당 14석으로 나눠졌다. 제주에서는 3석을 민주당이 쓸어 담았고, 강원도는 민주당 1석 새누리당 6석 무소속 1석으로 집계됐다.
결국 민주당은 서울(민주당 35석, 새누리당 12석, 국민의당 2석)과 경기도(민주당 40석, 새누리당 19석, 정의당 1석), 인천(민주당 7석, 새누리당 4석, 무소속 2석) 등 수도권 유권자 지지를 바탕으로 제1당의 권력을 거머쥐었다. 그래서 4·13총선의 부산 선거 결과가 더 흥미로웠다. 여느 지역과 비교되는 정치사적인 가치를 부여받았다.
부산에서는 본선보다 어렵다는 새누리당 공천을 받고 나선 후보 대다수가 고전했다. 선거 결과는 민주당 5석, 새누리당 12석, 무소속 1석(당선 뒤 새누리당 입당)으로 결판 났다. 숫자상 새누리당이 배 이상 앞선 모양새였지만, 민주당의 부산 지역구 5석의 무게는 묵직했다. 후보의 자질과 능력에 관계없이 정당 깃발만 앞세우면 바이러스처럼 지지세가 확산했던 부산에서 구태의 정치문화를 배척하기 시작했다.
2016년 4월 14일 부산 민주당 후보들은 모두 환호했다. 반면 그날 오전 부산시의회 브리핑룸에 모여 통렬한 반성의 자세를 보인 새누리당 후보들은 침울했다. 개표 막판까지 가슴 졸이며 힘겹게 4선 고지에 올랐던 김정훈(남구갑) 후보는 기자단을 향해 “이 자리에 못 올 뻔 했다”는 소감을 밝히기도 했다. 부산 유일의 여성 의원으로서 3선 문턱에서 미끄러진 김희정(연제구) 후보는 “훗날을 기약하겠다”고 했지만, 그만 눈물을 쏟아냈다. 그들은 ‘정당만 보는 지지 거품’이 빠지고 있다는 것을 체감했다. 민주당도 2년 뒤 6·13지방선거에서 바이러스처럼 퍼진 거품 덕에 부산의 지방권력을 쥐게 됐다는 점을 모르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
전 세계를 공포에 떨게 하는 ‘코로나19 광풍’으로 총선 연기론이 불거지고 있지만, 5월 30일부터 새 국회가 출범해야 하니 선거는 치러야 한다. 이번에는 4년 전 호남권을 중심으로 돌풍을 일으켰던 제3 세력이 퇴조한 터라 각 정당의 총선 경쟁 구도가 과거로 돌아가는 분위기다. 여기서 선거 때만 되면 막 퍼졌던 ‘정당만 보는 지지 바이러스’가존재감을 잃어가는 부산에서의 선택이 주목된다. 새 국회도 정당 구도로 흐르겠지만, 적어도 정치공학적으로 정당 간판에만 의존하는 함량미달의 후보는 부산에서는 걸러질 게 분명하다. 부산 총선을 한물간 바이러스에 의존하는 등 시대에 뒤떨어진 형태로 대처한다면 입법권력 밖에서 ‘격리’될 게다.
논설위원 choonjin@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