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진단비가 400만 원이라면? 미국에선 실화다. 마이애미 헤럴드에 따르면 최근 중국 출장을 다녀온 한 남성이 고열·기침 증세를 보였다. 대형 병원에서 간단한 혈액 채취와 비강(코) 검사를 받은 그는 무려 2주가 지나서야 ‘음성’ 판정을 받았다. 그에게 배달된 또 다른 우편물은 약 397만 원의 청구서였다. 민간보험이 보장하는 비용을 빼도 자부담이 170만 원대인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나라는 의료진이 검사를 권유하거나 중국 방문 이력 또는 의심환자는 정부가 검사비용을 지원한다. 자비로 원해서 검사를 받을 때는 16만 원 정도만 내면 된다.
왜 이런 차이가 발생하는 걸까. 공적 의료보험 때문이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오바마케어’로 불리는 건강보험개혁법을 2018년 폐지해버렸다. 아파도 국가에 기대지 말라는 의미다. 국민건강보험이 백혈병·췌장암 같은 난치병의 치료비를 81.2%까지 보장(2018년 기준)하는 우리나라와는 딴판이다.
국가가 돌봐주지 않으니 미국인은 값비싼 민간보험에 의존해야 한다. 마이애미 남성 역시 월 180달러(약 21만 원)짜리 보험에 가입했는데도 보장 범위가 좁아 자신의 주머니를 털어야 했다. 이런 보험조차 없는 미국인이 3000만 명이나 된다. 이런 와중에 미국에서 1일 코로나19 사망자가 발생했다. 외신들은 “바이러스가 창궐하면 미국의 의료 체계가 치명적 약점을 드러낼 수밖에 없다”고 우려한다.
우리나라는 진단 능력도 세계 최강이다. 하루 7000건 이상의 검사는 미국·일본조차 부러워한다. 진단 결과는 늦어도 24시간이면 나온다. 스콧 고틀립 전 미국 식품의약국(FDA) 국장은 자신의 트위터에 “한국의 진단 역량은 상당하다”고 인정했다. 불과 며칠 만에 20만 명이 넘는 신천지 교인의 증세를 확인하고 유증상자 수천 명에 대한 검사를 한 것도 의료시스템이 살아 있다는 증거다.
민간의 대응도 놀랍다. 확진자가 가장 많은 대구를 도우려 달려간 의료진이 400명을 넘는다. 부산 의사들은 손이 부족한 선별진료소를 찾아 봉사활동을 자청한다. 정명희 부산 북구청장은 “보건소에 도시락과 쿠키와 커피와 호두과자를 들고 오는 많은 분. 당신들이 사회적 백신입니다”고 자신의 페이스북에 적었다. 공동체는 이미 바이러스를 이겨내는 중이다.
‘신종’ 바이러스와 싸우는 과정에서 왜 실수가 없겠는가. 1일 현재까지 병실이 부족해 자가격리 상태이던 환자 3명이 숨진 사건은 뼈아프다. 지난달 27일 집에서 입원 치료를 기다리던 대구의 74세 확진 환자가 목숨을 잃은 데 이어 이튿날에도 자가격리 중이던 69세 여성이 사망했다.
대구만의 문제가 아니다. 부산도 이미 음압병상보다 많은 확진자가 발생했다. 부산의료원이 일반 병실을 모두 비우고 코로나 환자를 수용하고 있으나 언제 포화가 될지 알 수 없다. 경남은 2013년 폐업한 진주의료원의 부재가 아쉽다. 현재 마산의료원만이 공공병원 역할을 수행 중이다.
사스(2003년) 신종플루(2009년)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2015년)에 이어 올해 코로나19까지 5~6년마다 발생하는 신종 감염병에 대처하려면 공공병원은 더 확대해야 한다. 영리가 목적인 민간에 재난 대응을 맡길 수는 없지 않은가. 다행히 정부는 지난해 11월 서부산권(강서 사하 사상 북구) 진주권(산청 하동 남해군 사천 진주시) 거창권(합천 함양 거창군) 통영권(거제 통영시 고성군)에 공공병원 건립을 약속했다. 기획재정부가 예비타당성 조사 중인 서부산의료원 건립 사업에 속도가 붙게 된 것이다.
여기에 부산 침례병원까지 공공병원화가 된다면 부산은 서부·중부·동부산권에 골고루 공공병원을 갖추게 된다. 2017년 7월 파산한 침례병원은 현재 경매가 진행 중이다. 지난달 13일 열린 제4차 경매에서도 아무도 입찰의향서를 내지 않아 유찰됐다. 침례병원의 최초 매각가는 859억6500만 원이었지만 유찰 될 때마다 20% 떨어져 4차 경매의 최저 매각가는 440억1400만 원이었다. 부산시는 현재 침례병원 공공병원화 타당성 검토 용역을 진행 중이다. 경매가가 낮아진 만큼 공공병원화를 위해 필요한 예산은 더 줄어들 가능성이 커졌다.
인류가 생존하는 한, 우리가 모르는 전염병은 더 창궐할 것이다. 그때마다 음압병실 부족과, 병실을 못 구한 환자가 사망하는 일을 반복해서는 안 된다. 코로나19가 역설적으로, 침례병원의 공공병원화 당위성을 증명한 셈이다. 요즘 SNS에 유행하는 말. “코리아엔 지구 최강 공무원이 있습니다. 지구 최강 의료진이 있습니다. 모두가 그들을 믿고 그들의 조언을 따르고 그들을 뜨겁게 응원한다면 바이러스는 곧 무릎을 꿇을 것입니다(중략).” 부산에 제2, 제3의 공공병원이 생긴다면 5년, 10년 뒤 신종 바이러스가 찾아와도 우리는 절반쯤 이긴 전투를 하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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