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해사기구(IMO)의 해양오염방지조약 개정으로 올해부터 유황성분 규제가 강화됐다. 선박에 의한 환경오염의 주범으로 불리는 황 성분을 3.5% 이하에서 0.5% 이하로 낮추도록 하는 강력한 규제로 국가 간을 운항하는 외항선뿐 아니라 국내 항만 간을 운항하는 내항선에도 적용된다. 이에 대한 대응책으로 스크러버 설치, 규제 적합 저유황유 사용, LNG(액화천연가스)연료 엔진 설치의 3가지 방법이 있다.
최근 규제 적합 저유황유의 공급 부족으로 저유황유 가격이 폭등하는 등 해운업계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상대적으로 대형 선박이 많고 자금력이 있는 외항선은 스크러버를 설치해 대응해왔지만, 국내 물류에서 중추적 역할을 하는 영세업자가 대부분인 연안해운업계는 대응책조차 마련하지 못한 상태다.
연안해운은 2018년 현재 780개 업체가 화물선(업체당 평균 2.6척) 2013척을, 68개사가 여객선 166척(업체당 평균 2.4척)을 운항하고 있다. 연안해운업체는 100% 가 자금력이 부족한 영세기업이다. 트럭 1대로 생계를 영위하는 트럭사업자와 마찬가지로 1개사가 1척을 운항하는 영세 선주가 대부분이다. 여기에 더해 화물선은 선령 20년 이상 선박이 1367척으로 전체 68%, 25년 이상 선박도 880척(44%)에 달한다.
우리나라 화주들은 연안해운업계를 대상으로 줄곧 운임 인하를 압박해왔고, 선원 인건비는 해마다 오른다. 여기에 연료유 가격 인상과 안전규제 강화 등으로 고충이 매우 크다. 연안해운업계는 뼈를 깎는 비용 삭감 노력을 계속해왔지만 규제 적합 저유황연료유 가격 급등과 같은, IMO의 환경규제 강화에 따른 외부 요인 변화는 감당할 수 있는 범위를 넘고 있다.
일본의 경우, 정부 주도로 규제적합유 사용에 따른 유가 인상분을 화주가 부담하도록 하는 정부 지침을 실시 중이다. 하지만 저유황유를 공급하고 추가운임을 받는다 해도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 IMO가 2030년 시행할 예정인 온실가스 규제가 있기 때문이다. 이는 오로지 LNG추진선박이나 암모니아 연료와 같은 대체연료 추진선박으로만 해결할 수 있다. 우리나라 연안해운업계는 특단의 대책이 마련되지 않을 경우, 고사될 위기에 처했다.
이 난제를 극복할 대안으로 ‘연안해운의 계획조선과 선복조정사업’을 제안한다. 핵심은 연안해운업체가 부담할 수 없는 현재 상황을 고려해, 재정을 들여 적합 선형의 친환경선박을 국내 중소 조선소를 통해 공급하고, 선사는 노후 선박을 대체하면서 과잉 선복을 정리하는 것이다. 이 사업으로, 선사는 건조 뒤 일정 기간 운항한 적정 선령의 선박을 해외로 적정 가격에 매각해 신조선을 위한 재투자 자금을 확보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다.
일본은 과잉 노후 선박으로 어려움을 겪던 연안해운업계를 위해 1964년 내항2법을 마련하고, 선복량을 정책적으로 조정하기 위해 1998년까지 연간 최고 574억 엔(6000억 원)에 달하는 재정을 투입했다. 이는 ‘스크랩 앤드 빌드 정책’으로, 노후 선박을 폐선해 폐선보조금을 수령하고, 정부가 정한 연안해운 적정선복량 범위 내에서 자금을 융자받아, 최신형 선박을 만들거나 시장에서 안정적으로 철수하도록 한 조치다. 일본 연안선사들은 이를 활용해 노후화된 과잉 선복량을 적정량의 최신 선박으로 교체하고, 비교적 낮은 선령에 한국 등에 고가에 매각해 상당한 매각차익을 얻었다.
우리도 지금이야말로 연안해운 선박을, LNG추진선박을 비롯한 대체연료선박으로 전면적으로 교체하기 위해, 연안해운과 중소 조선업이 연계된 연도별 ‘연안해운 계획조선과 선복조정정책’을 수립할 때이다. 재정 상황이 어려운 연안해운업체에는 환경규제 적합 선박을 공급하고, 중소 조선업체에 일감을 제공해야 한다. 재원은 연안해운 선박 평균 선가를 척당 40억 원으로 할 경우, 약 5000억 원으로 10개년 계획을 실시한다면 연간 500억 원 정도로 충분하다. 대기오염 개선, 일자리 창출, 중고선 가격 상승, 연안해운 업계 경영개선 등 효과를 고려하면 국민경제에 미치는 효과가 그 10배는 넘을 것이다. 그 성과는 국내 선사 경쟁력 강화로 이어지고, 미세먼지와 같은 다른 국가에서 기인하는 해양대기오염문제에도 선제적 대책 요구가 가능해질 것이다.
친환경 수송 수단이며 육상교통의 과도한 혼잡을 완화해주고, 상대적으로 고용이 많은 조선업계의 일자리 창출을 위해 연안해운은 반드시 필요하다. ‘연안해운 계획조선 및 선복조정사업’ 수립을 적극적으로 제안한다.
성결대 동아시아물류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