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세상읽기] 정치 없는 시민 없다 /황선준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20-03-03 19:43:35
  •  |   본지 22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4월 총선을 앞두고 서울시교육청이 민주시민교육의 일환으로 학교에서 모의선거를 실시하기로 했다. 이에 대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는 모의선거가 총선에 영향을 미치고, 공무원의 정당 및 후보자 지지도 조사나 발표 행위를 금지한 공직선거법에 위배된다며 모의선거를 금지시켰다. 모의선거 결과를 총선 후에 발표하는데도, 심지어 선거권이 없는 초중학생의 모의선거 교육까지도 금지시켰다. 과도한 법해석이며 그릇된 결정이다.

선거법의 이 규정은 구시대적인 헌법의 공무원과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 (7:2, 31:4) 요구를 하위 법률에서 구체화한 것이다. 공무원의 정당가입, 집단행위 및 선거운동을 금지한 국가공무원법도 헌법의 이 중립성 요구를 구체화한 것이다. 결국 헌법이 규정한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 조항이 존속하는 한 선관위는 계속해서 모의선거와 같은 교육을 금지시킬 수 있다. 정치적 중립이 우리나라에서는 정치적 활동이나 정치에 대한 관심 표명까지 금지하는 것으로 악용된다. 공무원의 정치적 기본권을 박탈하고 민주시민교육을 저해하는 심각한 독소조항이다.

세계 많은 나라가 모델로 삼는 스웨덴 경우, 위에서 언급한 어느 기본권도 금지하지 않고 있다. 공무원이란 개념도 없고 모든 사람은 법 앞에 평등하다. 심지어 군인 경찰 공무원에게도 단체행동권이 보장돼 있다. 그렇다고 군인과 경찰이 무분별하게 파업을 하거나 교사가 수업시간에 특정 정당의 선전이나 선거운동, 즉 학생에게 ‘×당에 투표하라’ ‘×당의 정책이 훨씬 좋다’ 등의 주입 교육은 하지 않는다. 정치활동은 업무시간 외에 한다.

인간은 정치를 떠나 살 수 없다. 교육, 의료, 주택, 노후, 안전 등 현대 국가의 많은 정책이 시민 일상에 직접 영향을 미친다. 그래서 정치의 중요성과 내용을 어릴 때부터 학교에서 가르쳐야 한다. 스웨덴의 기초학교(1~9학년)도 선거가 있는 해에는 모의선거를 한다. 학생들이 정당의 정책을 토론하고 투표하는 정도인 서울시교육청 모의선거 교육과는 차원이 다르다. 스웨덴 학생들은 의회에 진출해 있는 정당과 같은 정당을 학교에서 만들고 당 대표를 선출한다. 의회 정당들의 정책에 기초해 자신들의 정책을 만들고 유세하고 투표한다. 학생의 모의선거 결과는 각 학교가 발표하고 언론은 이러한 학생들의 모의선거 결과를 총선 전에 종합적으로 분석해 보도한다. ‘교실의 정치화’를 우려하는 것과는 정반대이며 모의선거 교육을 통해 학생의 정치 관심을 높이고 참정권을 극대화하려 한다. 유럽에서 30, 40대 수상과 10대 후반의 의회 의원이 나오는 것이 바로 이런 교육의 힘이다.

우리도 하루빨리 전근대적 정치 시각에서 벗어나 학생의 소리부터 들어야 한다. ‘자유롭고 민주적인 정치토론이 왜 문제인가?’ ‘어릴 때의 민주주의 교육이 평생 민주주의자로 만든다’ ‘교실의 정치판은 어른들의 터무니없는 주장이다’고 학생들은 강변한다. 학생들이 각 정당의 정책을 객관적으로 분석하고 자유, 평등, 정의, 복지, 연대성 등 우리 사회의 주요 가치가 정책에 어떻게 녹아 있는지를 토론하며 정치에 대한 자신의 신념을 세워나가도록 해야 한다. 이런 민주시민교육을 통해 인기 위주 정책, 현실성 없는 정책, 세계사적 흐름과 시대에 동떨어진 구태의연한 정책을 정치에서 퇴출시킬 수 있다. 또한 각 정당 정책의 우선순위와 한계에 대한 이해도 높아져 진영 간 갈등도 줄일 수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정당들이 자신의 이념과 추구하는 가치에 따른 정책을 개발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이렇게 하지 않으니 우리 정치가 검증되지 않은 정책, 인신공격성 정쟁, 이합집산, 소영웅주의로 범벅돼 시민 생활과 복지와는 거리가 먼 후진적 행태를 면치 못하고 있다.

그래서 필자는 다음과 같이 주장한다. 최대한 빨리 헌법에서의 ‘정치적 중립성’ 조항과 하위 법률에서의 정치적 기본권을 제한하는 조항을 폐지해 공무원을 민주시민으로 존중하라. 학생의 민주시민교육을 철저히 해 학생을 건전한 민주시민으로 성장하게 하고 나아가 정치 및 정당 정책 발전에 기여하고 사회적 갈등을 줄이도록 하라. 선관위는 서울시교육청의 모의선거 교육 금지를 당장 철회하고 오히려 선거에 관한 축적된 경험과 지식을 학생의 민주시민교육을 지원하는 데 사용하라.

정치학 박사·전 경남교육연구정보원장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부산·울산·경남 대체로 맑음…낮 최고 19∼21도
  2. 2기초연금 받으면 부자?…수급 상위 1% 근로소득 월 220만원
  3. 3기표소서 투표지 촬영해 단톡방 공개한 50대…벌금 50만원
  4. 4트럼프 “이란과 대화 중…전쟁에 쓴 돈 베네수서 만회”
  5. 5무면허 음주 뺑소니에 제지하던 사람 다치게 한 40대 항소심도 실형
  6. 6한미일 외교장관 “北 완전한 비핵화 위한 의지 재확인”
  7. 7“나 감방서 나왔다”…출소 나흘 만에 또 스토킹한 60대 징역형
  8. 8전조등 얼굴에 비췄다고 운전자 폭행한 50대 징역 6개월
  9. 9부산 주유소 휘발유 평균가 ℓ당 1838.3원… 전주보다 0.5원 ↑
  10. 10프로야구 입장권 부정구매 후 웃돈 붙여 되판 10대 검거
  1. 1한미일 외교장관 “北 완전한 비핵화 위한 의지 재확인”
  2. 2“영도 절영초 통폐합 추진 중단하라”
  3. 3“능인, 경영능력에 의문” 부산국힘 내주 지원안 머리 맞댄다
  4. 4국힘 부정선거론 다시 띄우기…민주 “선동에 열중” 비난
  5. 5[속보]한동훈, "李 정권 막는 명분 같이라면 '훈훈연대' 힘을 모을 것"
  6. 6[속보] 장동혁 “투표지 육안으로도 많은 문제…특검, 진실 밝혀야”
  7. 7李 비판 유시민에 김민석 “대응 불필요”
  8. 8李 대통령 지지율 1%p 하락 39%…민주 국힘 경합
  9. 9靑 “DMZ 지뢰폭발 사건 북한의 사과와 조치 요구”
  10. 10특검, '이의제기 없는 투표지'도 현 상태 보전 요청.. "추후 검증에 대비"
  1. 1기초연금 받으면 부자?…수급 상위 1% 근로소득 월 220만원
  2. 2부산 주유소 휘발유 평균가 ℓ당 1838.3원… 전주보다 0.5원 ↑
  3. 3신세계, 센텀 롯데百 인수…쇼핑·문화·관광 복합타운 만든다(종합)
  4. 4한화오션까지 동참… '조선사 빅3' 공동납품 체계 완성
  5. 5미분양·빈집 누적…부산 안서도 주택 위기 제각각
  6. 6신세계 야외주차장도 복합개발 속도…센텀 유통지형 요동
  7. 7‘덕후 천국’ 부산에 떴다…롯데百 전국 첫 IP 전문관
  8. 8행사 한창인데 벡스코 정전…전력관리체계 도마(종합)
  9. 9삼성전자 분기 영업익 107조 역대 최대…반도체로만 106조(종합)
  10. 10부산시, 쿠팡 등 3곳 1630억 투자 유치
  1. 1부산·울산·경남 대체로 맑음…낮 최고 19∼21도
  2. 2기표소서 투표지 촬영해 단톡방 공개한 50대…벌금 50만원
  3. 3무면허 음주 뺑소니에 제지하던 사람 다치게 한 40대 항소심도 실형
  4. 4“나 감방서 나왔다”…출소 나흘 만에 또 스토킹한 60대 징역형
  5. 5전조등 얼굴에 비췄다고 운전자 폭행한 50대 징역 6개월
  6. 6프로야구 입장권 부정구매 후 웃돈 붙여 되판 10대 검거
  7. 7문 前 대통령 거제 생가 복원키로
  8. 8“국제신문 살리는 게 지역 민주주의 지키는 일”
  9. 9고리원전에 가짜 베어링 납품 업체들, 1년째 수사 표류
  10. 10팔만대장경 다시 판각…해인사 50년 대장정
  1. 1“AG 환희 잊고…리그 첫 경기부터 승수쌓기 총력”
  2. 2마침내…밀워키, 월드시리즈 첫 우승(종합)
  3. 3괜찮을까…모레노호, ‘96라인’·손흥민 모두 품었다
  4. 4여자프로농구 절반이 女감독
  5. 5롯데 수석코치 허문회, 2군 감독 박승민
  6. 6부산시대 2년차 읏맨 “홈팬 응원에 성적으로 보답”
  7. 7모레노, 은퇴소동 ‘96라인’ 달랜다…대표팀 내홍 풀까
  8. 8밀워키, 창단 58년 만에 WS 우승…5차전서 4-1로 탬파베이 제압
  9. 9경남 생활체육 대축전 30일 개막…3일간 31개 종목 열전
  10. 10롯데, 공격서 수비로 중심 이동…주전 새판짜기 예고
우리은행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학교 통폐합 지역 맞춤형으로 접근”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해운기업 유치, 해사법원 신설 “해양수도 부산 경쟁력 키울 것”
강동진의 도시이야기 [전체보기]
바흐를 찾아간 나, 한국을 꿈꾸는 그녀
세계유산위원회, 부산의 시간을 세계와 나누다
경제프리즘 [전체보기]
소비 아닌 문화 생산 주체 오페라하우스
한국 갯벌의 2단계 확대 등재 의미
과학에세이 [전체보기]
지역이 기획, 국가가 지원하는 R&D 시대 열자
진짜 질문의 시작
국제칼럼 [전체보기]
부캉이에게 부끄러운 북항 재개발 민낯
부산 관광, 마냥 좋기만 할까
기고 [전체보기]
‘성범죄 취업제한’의 사각지대
‘2028 세계디자인수도 부산’의 과제
기자수첩 [전체보기]
금고 이사장 전횡, 지금도 진행중
엘리트 자평해온 市 공무원…생중계 회의서 능력 입증을
김준희의 클래식 인사이트 [전체보기]
여름의 끝자락, 브람스
여름날의 애상, 왈츠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다대포에서 만난 퇴계 이황
세종시대 음악이 전해진 이유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탈서울’ 안 된다던 원안위, 세종행에 왜 침묵하나
AX·반도체 전시회 5개 동시에 열렸는데…
도청도설 [전체보기]
클릭으로 여는 독도
지긋지긋한 론스타
독자 투고 [전체보기]
새로운 시작 ‘황혼 이혼’
무료 화장실 깨끗하게 쓰자
메디칼럼 [전체보기]
개정 응급의료법이 ‘미수용 방지법’?
25년을 간직한 리플렛 세 장
목지수의 도시브랜드 산책 [전체보기]
랜드마크 시스템의 시대
북항 돔구장에서 야구 보며 사우나를
박지욱의 뇌력이 매력 [전체보기]
건망증, 이렇게 잡자
운동으로 해마를 키우자
박진희의 컬처 픽 [전체보기]
‘부캉이’ 스펙터클에서 공존으로
부산 문화정책, 지금 필요한 선택
사설 [전체보기]
국회 출석 거부하며 장외 사실호도 일삼는 지광
AI 해킹 범죄 고도화…수사 공백 해소 시급하다
세상읽기 [전체보기]
반복된 일상에서 마음의 여유를 찾는 법
한국 경제 떠받치는 중장년, 이제 다시 봐야
안재철의 연결하는 공간 [전체보기]
지구와 도시의 연결을 묻다
해양수도 부산, ‘제3의 경계 공간’
엄길청의 문전성시 [전체보기]
말과 현실이 너무 다른 부산
반도체와 부산
이보성의 미술 현장 산책 [전체보기]
두 미술관, 각자의 역할을 묻다
시장이 강해진 것일까, 비엔날레가 약해진 것일까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복지의 ‘필요 원칙’과 포퓰리즘
보건의료에서 지방정부 역할과 ‘정책 의료’
이정구의 맛과 건강 [전체보기]
미식과 오래 씹기
이제명의 오션 드림 [전체보기]
기다림에도 비용이 든다
광복 81년, 다음은 바다의 산업 주권
이홍의 세상현미경 [전체보기]
대규모 대미 투자, 기회인가 위협인가
국제질서의 지각변동과 한국의 성장경로
정쾌호의 부동산 탐구생활 [전체보기]
부산 아파트 10년, 이중 양극화와 위상 추락
미분양의 경고, 지방 맞춤 ‘출구전략’ 서둘러야
주재민의 명당을 찾아서 [전체보기]
사람은 갔어도 명당은 남아 있다
조선 8대 명당 중 하나인 정문도 묘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와인은 어떻게 마음에 남는가
추석의 식탁, 가족을 잇는 와인
특별기고 [전체보기]
‘해양수도 부산’ 토대부터 바로 놓아야
당론 따를지 역사 따를지 양심의 선택을
하순봉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박자와 기보
국민악파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이대원의 ‘온정리 풍경’
유영국의 1957년 작 ‘사람’
CEO 칼럼 [전체보기]
시민 주거안정에서 지역경제 활성화까지
청년 떠나는 지방, 수도권 인구 분산해야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