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총선을 앞두고 서울시교육청이 민주시민교육의 일환으로 학교에서 모의선거를 실시하기로 했다. 이에 대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는 모의선거가 총선에 영향을 미치고, 공무원의 정당 및 후보자 지지도 조사나 발표 행위를 금지한 공직선거법에 위배된다며 모의선거를 금지시켰다. 모의선거 결과를 총선 후에 발표하는데도, 심지어 선거권이 없는 초중학생의 모의선거 교육까지도 금지시켰다. 과도한 법해석이며 그릇된 결정이다.
선거법의 이 규정은 구시대적인 헌법의 공무원과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 (7:2, 31:4) 요구를 하위 법률에서 구체화한 것이다. 공무원의 정당가입, 집단행위 및 선거운동을 금지한 국가공무원법도 헌법의 이 중립성 요구를 구체화한 것이다. 결국 헌법이 규정한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 조항이 존속하는 한 선관위는 계속해서 모의선거와 같은 교육을 금지시킬 수 있다. 정치적 중립이 우리나라에서는 정치적 활동이나 정치에 대한 관심 표명까지 금지하는 것으로 악용된다. 공무원의 정치적 기본권을 박탈하고 민주시민교육을 저해하는 심각한 독소조항이다.
세계 많은 나라가 모델로 삼는 스웨덴 경우, 위에서 언급한 어느 기본권도 금지하지 않고 있다. 공무원이란 개념도 없고 모든 사람은 법 앞에 평등하다. 심지어 군인 경찰 공무원에게도 단체행동권이 보장돼 있다. 그렇다고 군인과 경찰이 무분별하게 파업을 하거나 교사가 수업시간에 특정 정당의 선전이나 선거운동, 즉 학생에게 ‘×당에 투표하라’ ‘×당의 정책이 훨씬 좋다’ 등의 주입 교육은 하지 않는다. 정치활동은 업무시간 외에 한다.
인간은 정치를 떠나 살 수 없다. 교육, 의료, 주택, 노후, 안전 등 현대 국가의 많은 정책이 시민 일상에 직접 영향을 미친다. 그래서 정치의 중요성과 내용을 어릴 때부터 학교에서 가르쳐야 한다. 스웨덴의 기초학교(1~9학년)도 선거가 있는 해에는 모의선거를 한다. 학생들이 정당의 정책을 토론하고 투표하는 정도인 서울시교육청 모의선거 교육과는 차원이 다르다. 스웨덴 학생들은 의회에 진출해 있는 정당과 같은 정당을 학교에서 만들고 당 대표를 선출한다. 의회 정당들의 정책에 기초해 자신들의 정책을 만들고 유세하고 투표한다. 학생의 모의선거 결과는 각 학교가 발표하고 언론은 이러한 학생들의 모의선거 결과를 총선 전에 종합적으로 분석해 보도한다. ‘교실의 정치화’를 우려하는 것과는 정반대이며 모의선거 교육을 통해 학생의 정치 관심을 높이고 참정권을 극대화하려 한다. 유럽에서 30, 40대 수상과 10대 후반의 의회 의원이 나오는 것이 바로 이런 교육의 힘이다.
우리도 하루빨리 전근대적 정치 시각에서 벗어나 학생의 소리부터 들어야 한다. ‘자유롭고 민주적인 정치토론이 왜 문제인가?’ ‘어릴 때의 민주주의 교육이 평생 민주주의자로 만든다’ ‘교실의 정치판은 어른들의 터무니없는 주장이다’고 학생들은 강변한다. 학생들이 각 정당의 정책을 객관적으로 분석하고 자유, 평등, 정의, 복지, 연대성 등 우리 사회의 주요 가치가 정책에 어떻게 녹아 있는지를 토론하며 정치에 대한 자신의 신념을 세워나가도록 해야 한다. 이런 민주시민교육을 통해 인기 위주 정책, 현실성 없는 정책, 세계사적 흐름과 시대에 동떨어진 구태의연한 정책을 정치에서 퇴출시킬 수 있다. 또한 각 정당 정책의 우선순위와 한계에 대한 이해도 높아져 진영 간 갈등도 줄일 수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정당들이 자신의 이념과 추구하는 가치에 따른 정책을 개발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이렇게 하지 않으니 우리 정치가 검증되지 않은 정책, 인신공격성 정쟁, 이합집산, 소영웅주의로 범벅돼 시민 생활과 복지와는 거리가 먼 후진적 행태를 면치 못하고 있다.
그래서 필자는 다음과 같이 주장한다. 최대한 빨리 헌법에서의 ‘정치적 중립성’ 조항과 하위 법률에서의 정치적 기본권을 제한하는 조항을 폐지해 공무원을 민주시민으로 존중하라. 학생의 민주시민교육을 철저히 해 학생을 건전한 민주시민으로 성장하게 하고 나아가 정치 및 정당 정책 발전에 기여하고 사회적 갈등을 줄이도록 하라. 선관위는 서울시교육청의 모의선거 교육 금지를 당장 철회하고 오히려 선거에 관한 축적된 경험과 지식을 학생의 민주시민교육을 지원하는 데 사용하라.
정치학 박사·전 경남교육연구정보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