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3년 스필버그 감독의 영화 ‘쥬라기공원’에서 수학자 말콤은 “베이징의 나비 한 마리가 날갯짓을 하면 화창했던 뉴욕 센트럴파크에 비가 내릴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이는 세계가 하나의 세상으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가능한 주장이기도 하다. 1963년 발표된 기상학자 로렌츠의 카오스이론인데 ‘쥬라기공원’의 대사가 ‘나비효과(butterfly effect)’의 원전처럼 되어 있다. 모든 것이 연결되는 ‘초연결(hyper-connected)’의 4차 산업혁명시대에선 이러한 나비효과가 일상적으로 나타날 수도 있다. 가장 극단적인 ‘초연결’의 사례를 우리는 ‘코로나 19’사태에서 보고 있다.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의 CES(소비자 기술전시회)에서 나는 ‘초연결’시대의 도래를 실감했다. 전 세계 161개국 4500개사, 18만 명이 찾는 CES 2020에서 한국 기업들의 위상은 대단했다. 삼성전자는 전체 4500여 참가업체 가운데 가장 넓은 부스를 확보해 새로운 기술을 선보였다. 물결치는 모니터 월을 선보인 LG 부스는 가장 많은 사람이 몰리는 포토존이었다. 현대자동차 부스에는 아예 차가 없었다. 대신 현대자동차는 우버와 함께 ‘Flying Car’를 내놓았다. 최고 비행속도 290㎞, 5명까지 탑승이 가능하며 자율비행까지 가능하도록 개발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러나 내가 2020 CES 판타지 쇼에서 가장 주의깊게 느꼈던 것은 ‘초연결’이었다. 엄청난 규모의 한국기업관과는 달리 아마존과 구글의 부스는 아주 심플했다. 아마존의 부스는 ‘알렉사’라는 인공지능 플랫폼이 장착된 아마존 에코라는 스피커를 몇 대 갖다 놓은 것이 자사 제품의 거의 전부였다. 에코라는 AI스피커를 통해 냉장고와 TV, 에어컨 등 가전제품들이 어떻게 연결되어 스마트홈을 구현하는지 보여주었다. TV 모니터와 에어컨은 LG전자, 냉장고는 삼성전자제품이라고 표기되어 있었다. 인공지능이 연결하고 통제하는 것은 집안만이 아니다. 자율주행차와도 연결해 차에서도 AI비서 알렉사를 이용해 집안의 가전기기를 제어하고 결제나 업무처리 등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다.
구글 부스도 대동소이했다. ‘구글 어시트턴트’가 탑재된 볼보와 BMW 시제품을 공개했다. 기술은 아마존과 구글에 미흡했지만 LG전자의 슬로건은 초연결시대를 상징적으로 표현해주었다. “Anywhere is Home(어디에 있어도 집에 있는 것처럼).”
‘초연결’은 기기와 기기 간의 연결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초연결’이라기보다는 이제는 ‘초관련’이라는 말이 더 어울릴지도 모른다. 산업과 산업 간에도 연결되어 융합되거나 기존 산업을 무너뜨린다. 포스코는 지난해 ‘AI’용광로’를 이용한 스마트제철로 세계경제포럼에 의해 전 세계 26곳의 등대 공장 중 하나로 선정되었다.
그러나 3D 프린터의 발달은 세계의 등대공장 포스코를 위협한다. 이미 3D 프린터는 강철보다 견고하고 알루미늄보다 가벼운 강한 자동차용 소재를 만들 수 있다. 또 자율주행차가 실용화되어 교통사고가 현저하게 줄면 차량용 철강의 수요는 지금보다 크게 줄어든다. 이처럼 기술과 기술, 산업과 산업, 프로젝트와 프로젝트의 연결은 이제 일상적이다. 2016년 3월 이세돌9단은 알파고와 바둑대결을 벌였다. 그때 알파고는 미국 중서부 아이오와주에 있었다. 4G에 비해 속도가 20배 빠른 5G의 기술적 특성은 초고속·초연결·초저지연이다. 초고속이기 때문에 초연결이 가능하다. 5G에서는 어디든 ICT의 중심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블록체인특구의 경우 부산이 허브가 되는 것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다른 지역의 블록체인 사업과 연계·네트워크화해 지역 간 블록체인 플랫폼을 구축하면 된다. 부산대 김호원 교수 팀은 블록체인특구에서만 2028년까지 4만 명의 일자리 창출이 가능할 것으로 추산했다. 지난해 11월 문재인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착공한 부산 강서구 스마트시티도 블록체인과 연계돼 데이터시티가 될 수 있다. 재개발되는 북항과 부산항의 스마트화도 블록체인 기술을 통해 가치를 훨씬 높일 수 있다.
초연결시대는 부산에 주어진 다시 없을 기회다.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지난해 연말 ‘배달의 민족’은 4조8000억 원에 매각되었다. 2010년 자본금 3000만 원으로 시작해 2018년 영업이익은 596억 원, 그럼에도 아시아나항공의 2조5000억 원보다 2배 가까이 비싸게 팔린 것이다. 사옥도 없고 부동산도 없고 겨우 중국집 오토바이 배달업 서비스 같은 회사인데도 그랬다. 이유는 단 하나, 그들이 갖고 있는 ‘위치정보’라는 데이터의 가치를 평가받은 것이다.
모든 경제적 사업은 정치적 결정이다. 블록체인 사업을 적극적으로 지원해 부산을 허브로 만들 것인가의 문제는 부산시민의 선택에 달려 있다.
한국인터넷진흥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