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대통령은 임기가 4년이고 대통령 취임 2년 후에 상원의원과 하원의원 선거를 하는데 이것을 ‘중간선거’라고 한다. 이 중간선거를 통하여 대통령이 재선될 것인지, 재선 대통령의 경우라면 다음 정권이 어느 당에 갈 것인지 가늠할 수 있다고 한다. 대통령 취임 2년 뒤 중간선거를 하는 미국의 제도는 절묘하다.
미국의 선거제도 중 또 하나의 절묘한 것은 대통령을 단순 최다 득표자로 뽑지 않고 각 주의 선거인단을 통하여 뽑는 제도이다. 이 제도 때문에 전체 표수에서 다수를 받은 인물이 아니라, 선거인단 선출에서 다수를 차지한 인물이 당선되는 경우도 생긴다. 이것이 민주주의에 어긋난다고 주장하는 한국의 논객도 있으나, 이 제도는 미국인의 절묘한 정치적 지혜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200년간 내려온 제도에는 이유가 있는 것이다.
미국 인구는 대부분 동부와 서부의 해안지대에 몰려 있다. 서부에는 멕시코계나 동양인 등 소수민족이 많으며 동부에는 백인이 주류이다. 이들이 특정 후보에게 80% 이상 몰표를 보내면 51개 주로 구성된 연방제 미국에서 동부와 서부 이외 다른 지역의 민의는 어떻게 되겠는가. 또한 동부와 서부 간에도 사생결단의 지역감정과 몰표로 미국의 연방제는 유지될 수 없을 것이다.
대한민국은 1987년 개헌 때 대통령은 5년 단임제, 국회의원은 4년제로 되었다. 그러다 보니 대통령과 국회의원의 선거가 같은 해에 있는 것이 20년마다 돌아온다. 대통령 선거 직후나 1년 후에 국회의원 선거가 있기도 하고, 대통령 임기 중간에 국회의원 선거가 있기도 하다. 대통령 취임 직후나 1년 이내에 국회의원 선거가 있다면 대통령이 일을 할 수 있도록 힘을 실어주는 분위기로 가게 된다. 그러나 대통령 임기 중반에 국회의원 선거를 하게 되면 중간평가가 될 수밖에 없다.
지도자의 능력이 뛰어나고 좋은 정책으로 국가를 번영시키면 주마가편(走馬加鞭)으로 힘을 실어주겠지만, 잘못된 정책으로 국가와 국민의 미래를 암담하게 한다면 중간평가로 견제해야 하는 것이다. 이것이 중간선거의 의미인 것이다.
미국의 중간선거는 명백히 중간평가이다. 가장 중요한 쟁점은 외교와 경제이다. 외교와 경제 모두 실패한 대통령은 중간선거에 실패할 수밖에 없고 재선을 생각지도 못한다. 카터 전 대통령이 그 예이다. 미국인은 외교적으로 국가와 국민의 자존심을 상하게 하는 행동은 결코 용서하지 않는다. 카터 전 대통령이 재선에 실패한 것은 이란 사태 때 미국인의 자존심을 손상시켰기 때문이다. 로마 제국의 후예임을 자부하는 미국인들은 일단 대결이 시작되면 타협이 없다. 이긴 후 관용을 베풀기도 한다.
외교는 성공했지만 경제는 실패한 대통령은 부시 1세 대통령이었다. 당시 그와 경쟁한 클린턴 후보가 “문제는 경제야, 바보야(It’s the economy, Stupid)”라고 한 구호는 돌풍을 일으켰다. 왜 경제가 중간선거 쟁점이 될 수밖에 없는가. 경제는 모든 국민이 직접 느끼는 것이고 궤변이나 헛된 약속이 통하지 않기 때문이다. 외교는 상대방 지도자의 ‘외교적 위선’ ‘외교적 수식’이 있기에 국민은 정부 발표를 믿을 수밖에 없다. 다만 발표 후 1년쯤 지나도 특별한 결과가 안 나오면 그 발표는 문제가 있는 것이다. 제2차 세계대전 직전 뮌헨회담에서 영국 체임벌린 수상은 히틀러의 요구조건을 모두 들어준 뒤 평화를 가져왔다고 발표했고 영국 국민도 환호했다. 그러나 히틀러는 1년 후 전쟁으로 ‘보답’했다. 외교 문제는 시간을 두고 보면서 신중히 판단해야 하는 문제인 것이다. 판단 기준은 그 국가가 지향하는 근본적 가치일 수밖에 없다.
반면 경제는 통치철학이나 정책의 총체적 결과물이며 시장이나 숫자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경제가 좋고 나쁘고를 가장 정확히 아는 사람은 시장의 상인들이다. 고용상태를 가장 정확히 아는 사람은 취업을 앞에 둔 젊은이들이다. 이들이 느끼는 경제 상태와 고용 상태가 경제에 대한 가장 정확한 기준이 된다. 만약 좋지 않다면 정책이 잘못되어 있는 것이라고 보아야 하는 것이다.
또한 현대 정당 민주주의에서는 후보자 개인이 중요한 것이 아니고 정당의 정책이 중요한 것임을 유념해야 할 것이다.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