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수대표제나 소수대표제의 단점을 보완하는 비례대표제는 국회에서 소수 의견을 대변하는 등 긍정적인 요인이 많다. 선거에서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자가 당선되지 않았더라도 자기 이익이나 지역을 대변하는 후보자가 국회에 진출할 수 있게 하는 등 한 표의 가치를 극대화하는 효과가 크다.
비례대표제는 제6대 국회 때 처음 도입됐다. 5·16 쿠데타로 집권한 군부 세력이 선거법을 개정해 전체 의석의 4분의 1(44명)을 비례대표제로 선출하도록 했다. 이는 제1당이 국회권력을 장악하는 데 유리한 구도로 활용됐다. 제7대 국회까지 전국구 의원 수가 51명까지 늘었다가 1구 2인 선출의 중선거구제와 통일주체국민회의가 뽑는 ‘유신정우회’가 도입된 제9대 국회부터 사라졌다. 제11대 국회 때 다시 등장한 비례대표제는 20대 국회까지 부침을 거듭했다.
제13대 때 소선거구제로 전환된 이후 14대 국회부터 지역구 5석 이상과 유효투표를 일정 비율(14대 3%, 15·16대 5%) 이상 획득한 정당을 대상으로 득표비율에 따라 전국구를 배분하면서 각 정당은 4년마다 비례대표 공천 수 싸움을 벌였다. 그러다 2001년 헌법재판소가 “1인 1투표 제도를 통한 비례대표 국회의원 의석 배분 방식이 위헌”이라고 결정해 2004년 총선에서 1인 2표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가 시행됐다. 유효투표 총수의 3% 이상을 득표했거나 지역구 5석 이상의 의석을 차지한 정당에게 득표비율에 따라 비례대표 국회의원 의석이 배분되도록 했다. 주요 정당의 비례대표 공천 싸움은 더욱 치열해졌다.
그런데 21대 총선에 배분된 47석 비례대표의 확보를 놓고 주요 정당은 물론 수많은 소수 정당까지 합류해 전쟁을 벌이고 있다. 지난해 12월 27일 여당이 군소정당과 함께 ‘4+1 협의체’를 만들어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핵심인 선거법을 통과시킨 결과다. 선거법 개정 과정에서 완전 소외된 제 1야당이 ‘비례정당’을 창당해 범여권 세력에 맞섰고, 안철수의 국민의당은 비례대표만 공천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리고 온갖 세력의 ‘떴다방’ 형태의 정당이 표심 전쟁을 벌이겠다는 입장이다. 급기야 비례 정당을 놓고 ‘위성 정당’ ‘꼼수’라고 비아냥거리던 여권은 ‘의병 정당’ ‘연합 정당’ 등으로 포장한 비례 정당을 창당할 모양이다. 진흙탕 싸움이 따로 없다.
선거에서 국민의 귀중한 주권 행사에 따른 사표 방지 역할을 하는 이 제도의 본래 취지를 살리기에는 정치권의 역량과 수준이 여전히 미흡해 보이는 느낌이다. 씁쓸하다.
강춘진 논설위원 choonjin@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