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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행복해지기 /조성범

  • 국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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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입력 : 2020-03-05 18:42:27
  •  |  본지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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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이란 어떤 과정의 결과이기도 하지만, 시작만으로 행복해지기도 한다. 자신이 추구하는 일을 할 때다. 그런 일 가운데 문학으로 행복해지는 이야기를 해보자. 문학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문학의 열병을 앓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나도 문학을 하며 현실과 가상의 세계를 비판하고 동정하고 수긍하고 반문하다 열병을 앓은 때가 있었다. 아팠을 텐데 행복했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그런지 지금도 좋은 작품을 읽거나 글을 쓸 때는 먼저 약간의 긴장감과 함께 가슴이 설렌다. 새로운 발견이나 나를 피력할 시간이어서 그렇기도 하겠지만 내가 하고 싶어 하는 일의 시작이어서 더 그렇다.

시 한 편을 쓰면서 사람과 사람, 자연과 인위, 사물과 생명의 관계를 관조하고 유추하다 보면 이것이 아닌 저것을 알게 되고 저것 또한 이것과 무관하지 않음을 깨닫게 된다. 바로 문학의 가르침이다. 문학이 인성을 바로 세우고 나아가 바른 가정, 바른 사회의 근간이 된다는 사실은 누구나 인지하는 사실이다. 문학은 그런 이유만으로도 어떤 행복의 시초가 된다.

사람은 하고 싶은 일을 할 때 가장 행복해진다고 한다. 그래서 설사 그 일이 어떤 정신적 고통이나 육체적 고통을 주고 여기에 더해 물질적 가난까지 주더라도 얼마든지 감내하며 평생을 바치게 된다. 우리 주변에는 자기가 좋아서 하는 일을 하며 특별한 결과가 없더라도 행복해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 이를 살펴보면 자본주의의 근본인 물질 축적이나 이해타산을 염두에 두지 않고 전혀 본질적 가치가 다른 삶을 놀이처럼 즐긴다. 주로 예술을 하는 사람이 그렇다. 그 가운데 문학을 하는 작가들의 삶을 들여다보면 대부분 돈이 되지 않는 글을 쓰면서도 자기 의식과 가치를 독자와 공유하기를 바란다. 그런 일련의 과정이 제대로 이루어졌을 때 책을 읽는 독자는 독자대로 글을 쓰는 작가는 작가대로 행복을 느끼게 된다.

또한 독자는 한 줄 글 속에서 새로운 경험을 얻고 싶어 하는 반면 글을 쓰는 작가는 문장을 통해 독자를 자극하고 싶어 한다. “한 권의 책을 읽음으로써 자신의 삶에서 새 시대를 본 사람은 너무나 많다.”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말이다. 이러한 취지의 말을 살펴보면 책 속에는 반드시 기억할 만한 새로운 요소가 들어 있다. 바로 인지적 충격이다. 이런 요소는 작가의 통찰적 체험과 예지에서 온다. 즉, 작가의 새로운 경험과 앞선 생각만이 독자로 하여금 신선한 충격을 받게 한다. 문학은 그런 인지적 충격을 독자에게 전하는 매개체이다.

그렇다면 문학은 어떤 의미이며, 우리는 왜 읽거나 써야 하나? 여기에 대한 물음에 나는 단호하다. “문학은 행복해지고 싶은 인간의 본질 때문에 생겼고, 그래서 읽거나 쓰거나 하는 것”이라고. 문학 속에는 상징이 있고 모순과 패턴이 있고 비유가 있다. 또한 문학지를 읽으면 그냥 이야기만으로의 재미도 있겠지만 우리가 어릴 때부터 읽은 동화나 학창시절 접한 신화와 성경, 일리아드와 오디세이, 고대의 우화들, 이런 경험이 바탕이 되어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말처럼 새 시대 즉 새로운 것을 알게 되는 것이다.

어쩌면 나도 새로운 것을 알고 싶어 지금까지 시 쓰기를 하고 있는지 모른다. 시가 생계의 수단이 되지 못한다는 사실은 잘 알지만, 한 편의 시를 통해 얻는 깨달음은 문학을 통해 누릴 수 있는 나만의 행복이라고 여기기 때문이다. 이 시대에 문학을 하는 사람의 수는 예전과 비교될 수 없을 정도로 많다. 이로 인해 수많은 문학지도 쏟아져 나온다. 읽을거리의 다양성을 위해서는 정말 고무적인 일이다.

하지만 문학이 우리에게 끼치는 영향을 생각해 본다면 대충이어서는 안 된다. 내가 쓴 글이 모든 사람의 행복에 영향을 미치는 첫 번째 일이라는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문학은 특정인의 전유물이 아니다. 행복해지고 싶어 하는 모든 사람과 함께 나누어야 하는 영혼의 양식이다. 한 끼 밥으로는 반나절만 지나도 허기가 돌지만 한 번의 글쓰기나 한 번의 읽기만으로도 우리가 느끼는 정서적 포만감은 길다. 난 지금 늦은 나이에도 대학 문예창작학과에서 문학을 전공하고 있다. 왜 이 만추의 나이에 다시 문학공부를 하느냐고 묻는다면 대답은 간단하다. 더 행복해지고 싶기 때문이다.

시인·부산문인협회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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