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깜이’. 선거 때만 되면 어김없이 등장하는 수식어다. 오는 4월 15일 치러지는 제21대 국회의원선거는 역대 최악의 ‘깜깜이’ 선거가 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 코로나19 확산이라는 초대형 변수를 만난 탓이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총선 일정을 연기해야 한다는 얘기도 나온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비단 코로나19만이 깜깜이 선거를 부추기는 게 아니란 걸 알 수 있다.
총선을 40일 앞둔 시점에서 정치권은 아직 선거구 획정조차 하지 못했다. 선거구 획정 문제는 선거 때마다 반복되는 문제로, 정치권은 늘 “다음 선거 때는 조속하게 선거구 획정을 마무리짓겠다”고 약속하지만 공염불에 그친다. 선거구 조정 대상 지역 후보들은 속이 타들어 가고 유권자는 혼란스럽지만, 정치권은 느긋하기만 하다.
각 당은 이른바 ‘본선’에 출전할 후보를 아직도 확정하지 못했다. 특히 야당인 미래통합당의 경우 현재까지도 부산 울산 경남(PK) 선거구 상당수에 후보를 정하지 못한 상황이다. 민주당은 일부 지역의 공천 방식을 여러 차례 변경하면서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 더 심각한 문제는 코로나19에 묻혀 각 당 또는 후보의 정책 또는 공약이 완전히 사라졌다는 점이다. 후보들은 방역 장비를 둘러메고 동네 곳곳을 찾아 방역활동을 펼치는 사진을 SNS에 올리거나 코로나19 예방 수칙 등을 전파하는 데 그친다. 자신이 왜 국회의원이 되어야 하는지, 국회의원이 되면 어떻게 지역을 바꿀 건지에 대해 언급하는 후보를 찾기 어렵다. 일부 유력 후보는 이번 선거가 코로나19에 묻혀 별다른 이슈 없이 ‘조용히’ 치러지기를 바란다는 속내를 털어놓기도 했다. ‘부자 몸 사리기’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4·15총선의 후보자 등록은 오는 27일까지 마감되고, 다음 달 1일부터 6일까지는 재외국민 대상 투표가 시행된다. 지금과 같은 상황이라면 재외국민은 제대로 된 한 표를 행사하기 어렵다. 아예 선거를 포기하는 이도 많을 것으로 보인다.
‘민주주의의 꽃’이자 유권자의 축제가 돼야 할 선거가 더는 ‘깜깜이’로 진행되어서는 안 된다. 지금이라도 각 정당과 후보는 지역과 국가를 발전시킬 로드맵을 제시하고 치열한 경쟁을 통해 국민의 선택을 받아야 한다. 코로나19가 모든 것을 덮어주는 ‘면피용’ 카드가 될 수 없음을 명심했으면 한다.
정치부 junny97@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