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부산메디클럽

[감성터치] 땀 냄새가 사라졌다 /임규찬

  • 국제신문
  • 디지털뉴스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20-03-08 19:12:30
  •  |  본지 22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사람은 사람이 그리워 외로운 것이 아니라 인정 욕망이 채워지지 않기에 외로운 것이다. 인해는 땀으로 만들어진 사람이었다. 그는 지금 등산을 하고 있다. 산은 텅 비었다. 빈 산은 그에게 만족감을 준다. 타인을 의식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은 홀가분함의 행복을 준다. 나는 오래전부터 인해를 생각해 왔다. 그의 육체성은 너무도 간단히 그를 결정지었기 때문이다.

인해에게는 많은 도전자가 있었다. 저마다 특정 구역을 책임진 땀쟁이들이 한 판 붙어보자는 식으로 도전해왔다. 그러나 어느 누구도 인해를 넘어서지는 못했다. 인해는 대중교통 편에서, 공부를 하면서, 말을 하면서, 운전을 하면서 심지어 생각을 하면서도 땀을 흘렸다. 그 땀들 때문에 인해는 사람들과 분리되었다. 그것은 자부심의 근원이라 할 수 있는 고독의 감정이 아니라 어리석음의 근원인 외로움의 감정이라고 해야 옳을 것이다.

인해는 전체적으로 근사한 사람 축에 속한다. 182㎝, 70㎏, 작은 얼굴, 균형 잡힌 몸매, 세련된 패션 감각 그리고 좋은 매너. 그러나 인해의 이런 장점은 땀이 나기 전까지만 유효했다. 땀이 활동을 시작하는 순간부터 근사한 그는 찌질한 그로 바뀌었다. 여유, 유머, 자신감, 자연스러움, 용기, 좋은 향기의 사람이 당황, 긴장, 창피, 겁쟁이, 나쁜 향기의 사람이 되는 것이었다.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타인에게 불쾌의 대상이 된다는 것, 그것이 어찌 외로움이 아닐 수 있는가. 사람은 한 단어로 규정되어서는 안 되지만, 실상은 저마다 한 단어로 규정되고 있다. 가령 어느 교수가 칠판에 정직, 성실, 배려, 양보, 용기, 친절, 신뢰, 헌신, 겸손과 같은 사람의 좋은 품성과 야비함, 기회주의, 비겁, 비굴, 오만, 몰염치와 같은 나쁜 품성을 나타내는 단어를 적은 후 학생들에게 한 사람을 생각하라고 한다면 학생은 그 한 사람과 칠판의 특정 한 단어를 일치시킬 것이다. 비슷한 방식으로 인해를 규정한다면 그는 땀과 땀 냄새였다. 인해는 세심해야 했고, 거리를 둬야 했다.

등산은 가파른 구간에 이르렀다. 땀의 분출은 시작된 지 이미 오래다. 모자챙에서는 욕망이 내리꽂히듯 땀이 두두둑 떨어진다. 빈 산이었으므로 인해는 땀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다. 대신 여러 생각을 살짝씩 두드리고 있었다. 가령 사람은 상황과 환경에 따라 다른 자아를 끄집어내는데 그것이 중용(中庸)에서 이야기하는 시중(時中)이 아닐까, 시중이기에 노자가 이야기하는 도를 도라 말할 수 있으면 상도(常道)가 아닌 것이 아닐까, 인(仁)이 두 사람 사이의 그 무엇인 한 그것은 ‘좋은 관계’ 또는 ‘좋은 매너’가 아닐까, 인간은 외로워서 권력에 목을 매고, 갑질하고, 질투하고, 싸우고, 몰염치하고, 오만한 것이 아닐까 등이 그것이다.

몰입이 느슨해진 순간 ‘이상하다, 이럴 리가 없는데, 뭔가 잘못됐다’는 느낌을 인해는 감지했다. 땀 냄새가 사라진 것이다. 확인하고 또 확인했지만 땀 냄새는 아끼는 마음이 사라지듯, 기억이 사라지듯, 돈이 사라지듯 감쪽같이 자취를 감추었다. 인해는 놀란 눈으로 멈춰 섰다. 그리고 자신을 훑어보았다.

땀 냄새는 인해로부터 멀리 떠났다. 그는 타인의 불쾌를 감당하지 않아도 된다는 안도감에서부터 홀가분과 자랑스러움까지를 향유하고 있었지만, 동시에 ‘도대체 왜’라는 고민의 웅덩이에 빠졌다. 드디어 땀 냄새가 사라진 것은 변화된 여러 감정, 태도와 같은 뿌리, 즉 호르몬의 감소와 관련이 있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인해는 어릴 적 지긋지긋한 욕망의 고통에서 벗어나길, 빨리 나이 들기를 소망했던 자신이 옳았다며 자신을 대견해했다. 그리하여 동래 어딘가에서 몽상적인 행복감에 빠져 있는 그를 목격했다는, 복수의 증인은 증언하고 있다.

그러나 나는 그가 그릴 리가 없다고 생각한다. 틈만 나면 빈둥거리고, 오만으로 재단하고, 게다가 꺼칠한 수염은 행복한 사람이라고 도저히 봐줄 수 없기 때문이다. 아무튼 환대의 도시에 인해라는 이름을 가진 위와 같은 습성을 가진 자를 보신 분은 즉시 가까운 국제신문 지국에 신고해 주시길. 그리하여 행복에 대한 진실이 돋보기에 모아진 빛처럼 밝아지기를. 코로나19가 땀 냄새처럼 사라지기를 기원합니다. 주의하고, 배려하고, 협력합시다.

작가·도서출판 함향 대표


[국제신문 공식 페이스북] [국제신문 인스타그램]

 많이 본 뉴스RSS

  1. 1부산 동래구에 붙은 선거벽보
  2. 2‘진격의 개미’ 주식계좌 한 달새 86만 개 늘었다
  3. 3[서상균 그림창] 바쁘고…기쁘고…나쁜
  4. 4민주당 ‘수영강 벨트’ 집안싸움에 원팀 흔들
  5. 5미국 확진자 20만명 넘어서…13일 만에 20배 급증
  6. 6화상통화로 면접시험 치뤄요
  7. 7김해갑 TV토론…후보별 ‘신공항’ 찬반 난타전
  8. 8144년 전통 윔블던 대회도 취소
  9. 9[도청도설] 슬기로운 ‘집콕’ 생활
  10. 10낙동강 하구를 국가도시공원으로 <8> 앞으로의 20년
  1. 14·13 총선 D-13, 여·야 공식 선거운동 시작
  2. 2코로나19 우려에도 한 표 행사하는 재외국민들…"무섭지만 투표는 꼭 해야"
  3. 3네이버, 오늘(2일)부터 급상승 검색어 중단…댓글 작성 시 실명 인증
  4. 4부산·경남 국회의원인데 … 40%가 강남에 아파트 보유
  5. 5부산 선거 벽보 3639곳 부착 시작…훼손하면 처벌
  6. 6코로나19 사태로 울산 기업경기전망지수(BIS) 세계금융위기 수준 하락
  7. 7재외투표 첫날 …해외 유권자들 소중한 ‘한 표’ 행사
  8. 8선관위, 전국 8만 6000여 곳에 후보자 선거벽보 게시
  9. 9 ‘결혼정보 무료제공, 2천만 원 결혼장려금 지원 등 공약에 대해 물었습니다
  10. 10문 대통령 "후반기 국가균형발전 정책 등 더 열심히 해달라"
  1. 1‘진격의 개미’ 주식계좌 한 달새 86만 개 늘었다
  2. 2한국은행, 양적완화 돌입…RP 5조2500억 첫 매입
  3. 3삼성전자 해외공장 25% ‘셧다운’…항공사 대량실직 현실화
  4. 4종부세 납부 대상자 긴급재난지원금 못 받을 듯
  5. 55대 은행 원화 대출 지난달 20조 원 증가
  6. 6주가지수- 2020년 4월 2일
  7. 7석 달간 물가 1%대 상승…코로나19로 식재료 가격↑
  8. 8금융·증시 동향
  9. 9부산항 입항 요청 크루즈 2척 중 1척 조건부 허용
  10. 10
  1. 1부산시, 인도네시아서 온 119번째 확진자 동선 공개
  2. 2정부 “사회적 거리두기 향후 방향,주말 이전 밝힐것” (종합)
  3. 3경남 김해, 영국서 귀국한 20대 코로나19 신규 확진
  4. 4마스크 공급량 안정권 들어서나…사라져가는 '마스크 줄'
  5. 5창원시, 코로나19 실직 청년 희망지원금 신청 접수
  6. 6이탈리아 신규 확진자 4000명대 유지…전문가 "확산세 정점 도달"
  7. 7부산경찰, 아동성착취물 및 불법촬영물 텔레그램 판매자 검거
  8. 8부산 지역사회 감염 10일째 '0'…자가격리자는 1247명
  9. 9국내 코로나19 누적 확진자 9976명…89명 늘어
  10. 10거제시, 정부 지원 제외된 소득상위 30% 에 최고 50만 원 지원
  1. 1코로나19 여파로 윔블던 취소…2차대전 이후 처음
  2. 2방구석 1열서, 함성 대신 댓글…랜선 스포츠 시대
  3. 3추신수, 마이너리거에 1000불씩 ‘특급 선행’
  4. 4144년 전통 윔블던 대회도 취소
  5. 5‘병역 특례’ 손흥민 해병대서 기초군사훈련
  6. 6
  7. 7
  8. 8
  9. 9
  10. 10
한국전쟁 70년…분단인 통일인
독일 통일과정 7대 과오
한국전쟁 70년…분단인 통일인
다시 읽어보는 한 ‘분단인’의 삶
강동진 칼럼 [전체보기]
그럼에도 봄은 오고 있다
제1부두, 이왕 보존하는 김에 제대로
기고 [전체보기]
더 힘들고 연약한 우리 아이를 위하여 /여승수
‘코로나19와 공존’하는 일상을 찾기 위해 /손현진
기자수첩 [전체보기]
억측과 갈등만 낳는 낙동강청 /임동우
양산 도로 침하 사고의 교훈 /김성룡
김용석 칼럼 [전체보기]
히포크라테스의 거울
개혁을 위한 아카데미상은 없지만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귀하디귀한 악기 ‘편경’
강강술래와 농악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인내의 시간, 염치를 갖자 /송진영
부산시의 뒷북 /하송이
도청도설 [전체보기]
슬기로운 ‘집콕’ 생활
재외국민 투표권
문태준 칼럼 [전체보기]
우리는 서로의 환경이다
여든 살 어머니의 만학
박상현의 끼니 [전체보기]
도다리쑥국
아시정구지의 추억
사설 [전체보기]
코로나 쇼크 골목상권 신속 지원으로 고사 막아야
느슨해지는 사회적 거리두기…긴장 끈 놓기엔 이르다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국민건강보험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려면
인구 절벽 시대, 복지 대타협 급하다
이수훈 칼럼 [전체보기]
허황된 중국경사론
“한미동맹, 이상없다”
이은화의 미술여행 [전체보기]
전쟁의 얼굴
호의가 낳은 명작
이홍 칼럼 [전체보기]
코로나의 도전과 한국인의 응전
한국 경제 회복탄력성이 관건이다
장재건 칼럼 [전체보기]
코로나가 지구촌에 던진 경고
코로나 최전선 지방정부엔 여야가 없다
조영석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바흐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
‘사계’ 연주의 전설, 이 무지치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와인의 르네상스
영화 ‘사이드웨이’가 말하는 것
특별기고 [전체보기]
‘도시국가’시대 市長의 역할 /정해문
‘코로나 19’ 반드시 이겨낼 것이다 /곽붕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소치 허련이 그린 도깨비 그림
우봉 조희룡의 매화서옥도
  • 낙동강수필공모전
  • 2020하프마라톤대회
  • 2020 어린이 극지해양 아카데미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
스토리 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