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사람이 그리워 외로운 것이 아니라 인정 욕망이 채워지지 않기에 외로운 것이다. 인해는 땀으로 만들어진 사람이었다. 그는 지금 등산을 하고 있다. 산은 텅 비었다. 빈 산은 그에게 만족감을 준다. 타인을 의식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은 홀가분함의 행복을 준다. 나는 오래전부터 인해를 생각해 왔다. 그의 육체성은 너무도 간단히 그를 결정지었기 때문이다.
인해에게는 많은 도전자가 있었다. 저마다 특정 구역을 책임진 땀쟁이들이 한 판 붙어보자는 식으로 도전해왔다. 그러나 어느 누구도 인해를 넘어서지는 못했다. 인해는 대중교통 편에서, 공부를 하면서, 말을 하면서, 운전을 하면서 심지어 생각을 하면서도 땀을 흘렸다. 그 땀들 때문에 인해는 사람들과 분리되었다. 그것은 자부심의 근원이라 할 수 있는 고독의 감정이 아니라 어리석음의 근원인 외로움의 감정이라고 해야 옳을 것이다.
인해는 전체적으로 근사한 사람 축에 속한다. 182㎝, 70㎏, 작은 얼굴, 균형 잡힌 몸매, 세련된 패션 감각 그리고 좋은 매너. 그러나 인해의 이런 장점은 땀이 나기 전까지만 유효했다. 땀이 활동을 시작하는 순간부터 근사한 그는 찌질한 그로 바뀌었다. 여유, 유머, 자신감, 자연스러움, 용기, 좋은 향기의 사람이 당황, 긴장, 창피, 겁쟁이, 나쁜 향기의 사람이 되는 것이었다.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타인에게 불쾌의 대상이 된다는 것, 그것이 어찌 외로움이 아닐 수 있는가. 사람은 한 단어로 규정되어서는 안 되지만, 실상은 저마다 한 단어로 규정되고 있다. 가령 어느 교수가 칠판에 정직, 성실, 배려, 양보, 용기, 친절, 신뢰, 헌신, 겸손과 같은 사람의 좋은 품성과 야비함, 기회주의, 비겁, 비굴, 오만, 몰염치와 같은 나쁜 품성을 나타내는 단어를 적은 후 학생들에게 한 사람을 생각하라고 한다면 학생은 그 한 사람과 칠판의 특정 한 단어를 일치시킬 것이다. 비슷한 방식으로 인해를 규정한다면 그는 땀과 땀 냄새였다. 인해는 세심해야 했고, 거리를 둬야 했다.
등산은 가파른 구간에 이르렀다. 땀의 분출은 시작된 지 이미 오래다. 모자챙에서는 욕망이 내리꽂히듯 땀이 두두둑 떨어진다. 빈 산이었으므로 인해는 땀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다. 대신 여러 생각을 살짝씩 두드리고 있었다. 가령 사람은 상황과 환경에 따라 다른 자아를 끄집어내는데 그것이 중용(中庸)에서 이야기하는 시중(時中)이 아닐까, 시중이기에 노자가 이야기하는 도를 도라 말할 수 있으면 상도(常道)가 아닌 것이 아닐까, 인(仁)이 두 사람 사이의 그 무엇인 한 그것은 ‘좋은 관계’ 또는 ‘좋은 매너’가 아닐까, 인간은 외로워서 권력에 목을 매고, 갑질하고, 질투하고, 싸우고, 몰염치하고, 오만한 것이 아닐까 등이 그것이다.
몰입이 느슨해진 순간 ‘이상하다, 이럴 리가 없는데, 뭔가 잘못됐다’는 느낌을 인해는 감지했다. 땀 냄새가 사라진 것이다. 확인하고 또 확인했지만 땀 냄새는 아끼는 마음이 사라지듯, 기억이 사라지듯, 돈이 사라지듯 감쪽같이 자취를 감추었다. 인해는 놀란 눈으로 멈춰 섰다. 그리고 자신을 훑어보았다.
땀 냄새는 인해로부터 멀리 떠났다. 그는 타인의 불쾌를 감당하지 않아도 된다는 안도감에서부터 홀가분과 자랑스러움까지를 향유하고 있었지만, 동시에 ‘도대체 왜’라는 고민의 웅덩이에 빠졌다. 드디어 땀 냄새가 사라진 것은 변화된 여러 감정, 태도와 같은 뿌리, 즉 호르몬의 감소와 관련이 있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인해는 어릴 적 지긋지긋한 욕망의 고통에서 벗어나길, 빨리 나이 들기를 소망했던 자신이 옳았다며 자신을 대견해했다. 그리하여 동래 어딘가에서 몽상적인 행복감에 빠져 있는 그를 목격했다는, 복수의 증인은 증언하고 있다.
그러나 나는 그가 그릴 리가 없다고 생각한다. 틈만 나면 빈둥거리고, 오만으로 재단하고, 게다가 꺼칠한 수염은 행복한 사람이라고 도저히 봐줄 수 없기 때문이다. 아무튼 환대의 도시에 인해라는 이름을 가진 위와 같은 습성을 가진 자를 보신 분은 즉시 가까운 국제신문 지국에 신고해 주시길. 그리하여 행복에 대한 진실이 돋보기에 모아진 빛처럼 밝아지기를. 코로나19가 땀 냄새처럼 사라지기를 기원합니다. 주의하고, 배려하고, 협력합시다.
작가·도서출판 함향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