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인상에 이어 코로나19 사태로 경제가 꽁꽁 얼어 매출이 반 토막 이상 났다. 중소상공인의 마음은 속상하고 아리다 못해 갈라진 논바닥처럼 바짝 메말라간다. 이런 위기상황에서도 4·15총선을 앞둔 정치권은 비례의석 하나 더 확보하려는 일에 매달려 국민에게 희망을 주기는커녕 이맛살을 찌푸리게 한다.
정치인은 선거철만 되면 전통시장을 찾아 악수를 하고 떡볶이를 먹으며 사진을 찍어댔다. 20대 국회도 그렇게 출발했다. 국민의 기대를 저버리고 정쟁에 매몰돼 민생을 외면했으니 법안처리율 29%라는 역대 최악의 국회로 오명을 남길 만하다.
지난 2월 중순, 정세균 국무총리마저 장기 불황에 이어 코로나19 여파로 어려움을 겪는 소상공인을 방문한 자리에서 민심을 헤아리지 못한 황당한 발언을 해 구설에 올랐다. “그간에 돈 많이 벌어 놓은 것으로 버티셔야죠. 손님이 적어 편하겠시네요”라는 정 총리의 발언에 일부 소상공인은 염장 지르는 소리라는 표현마저 서슴지 않았다. 겨우 버티며 발을 동동 구르고 있는 현실과는 동떨어진 표현이라 좌절감만 안겨줄 뿐이었다.
필자는 설 직전, 부산 강서구에 입점한 스타필드 시티 명지점을 찾아 나섰다. 지난해 10월 말에 들어선 이 복합쇼핑몰 내의 이마트 트레이더스와 맺은 상생안이 제대로 이행되는지 궁금해서였다. 그 상생안은 두부, 우유 등 가정용 냉장 소형제품 일부를 판매하지 않음으로써 골목상권의 피해를 줄이고자 한 내용이었다. 그러나 1층 SSM(기업형 슈퍼마켓)인 이마트 에브리데이 매장에 들어섰을 때 그 마음은 산산조각 나버렸다. 이마트 트레이더스 매장과 상생안을 맺었으니 건물 내 다른 매장에서 판매하는 것과는 별개라는 듯했다. 상인을 우롱하는 처사였다. 진정한 상생 의지 없는 대기업과의 사업조정제도는 꼼수 출점에 불과한 공염불이었다.
수많은 쇼핑객에 제대로 다닐 수 없었던 매장을 돌아본 뒤 부산진구 등 각기 다른 지역 대형마트 매장과 전통시장 각각 세 곳 그리고 골목상권 소매점 아홉 점포를 둘러보았다. 가는 대형마트마다 쇼핑카트가 부딪히며 제대로 이동할 수 없을 정도였고, 전통시장도 막바지 제수품을 준비하는 사람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골목상권은 어땠을까? 이따금 손님을 맞이할 뿐, 텅 빈 가게 입구의 선물 세트 판매대 앞에 선 점주 얼굴이 측은해 보일 정도다. 때마침 납품 온 유제품 업자와 나눈 대화 소리에 발걸음을 멈췄다. “나라에서 명절을 없앴으면 좋겠다”는 말에는 명절 장사의 고단함이 고스란히 묻어났다. 골목상권 활성화 정책이 절실해 보였다.
중소상공인살리기협회는 지난 2월, 골목상권을 회복하기 위한 ‘진짜 정치, 생업의 현장에 있다’ 프로젝트를 기획했다. 정치인이 중소상인 현장체험을 통해 현장에서 원하는 정책이 무엇인지 직접 느끼도록 한 행사였다. 여기에 일찍 참여한 김영춘 국회의원은 책상에서 앉아서 듣는 것과는 달리 체험을 통해 느낀 현장의 소리는 울림이 달랐다고 고백할 정도였다.
4·15총선이 한 달 정도 남았다. 중소상인들은 임시휴업과 폐업 직전에 놓인 장사로 정부와 집권여당의 오락가락 정책에 실망하고, 민생경제 정책과 관련해 무조건 발목 잡는 일부 야당에 진저리가 났으니 어느 정당에도 마음을 줄 수 없어 표심은 표류한다. 코로나19로 대중연설은 고사하고 후보자 이력을 파악하는 것조차 여의치 않으니 ‘깜깜이 총선’이다. 우후죽순으로 늘어난 정당으로 인해 투표용지는 꼬마의 키만 해졌다. 자칫하면 ‘닥치고 정당’이란 프레임에 빠져 지역민 실정이나 자신들이 원하는 정책과는 무관한 정치인을 뽑을지도 모른다.
철학자인 칼릴 지브란은 “씨앗이라고는 하나도 심지 않고, 벽돌 한 장 쌓지 않고 옷 하나 짓지를 않고, 정치만 천직으로 삼는 사람이라면 그는 민족에게 재앙을 가져다준다”고 했다. 그간의 언행과 행적 그리고 이력을 꼼꼼하게 살펴보면 어느 후보가 우리 지역과 중소상공인을 위해 적합한 인물인지 가늠할 수 있다. 정치인들이 언제까지 동상이몽(同床異夢)을 하도록 내버려 둘 수 없는 노릇 아닌가?
중소상공인살리기협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