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언하기 어려울 정도로 아름다운 바다와 비경을 품은 부산에서 근무한 지 8개월이 지났다. 공직 35년을 넘기는 지금 부산에서 근무할 줄 예상하기 어려웠는데 이렇게 소중한 자리에 있다는 점으로도 영광이다. 그러기에 주말을 이용해 ‘부산 공부’에 심취해 있다. ‘아는 만큼 사랑한다’란 말이 있듯 부산 곳곳을 아는 재미에 푹 빠져 있다.
최대 항구도시인 부산이 해안가 주변은 평지지만, 경사지가 많다는 정도는 알았는데 막상 와서 보니 이렇게 크고 작은 산이 많다는 점에 놀랐다. 터널이 많고 해안을 따라 국내를 넘어 세계에 자랑할 광안대교 등 명품 교량이 많다. 교량은 해안뿐 아니라 부산의 젖줄인 낙동강을 따라서도 있으며 앞으로도 지역 발전과 더불어 더 많이 세워질 것이다. 아마 국내에서 도시 기준으로 터널은 부산만큼 많은 곳이 없을 것이며, 교량은 서울 다음이 아닐까 싶다.
나는 평소 공간적 개념인 지리와 시간적 가치인 역사에 관심이 깊어 자연스럽게 장소와 시설의 명칭에도 관심을 둔다. 대체로 터널 명칭엔 이의가 없지만, 공식 명칭인 ‘부산터널’에는 갸우뚱하다. 부산보훈청이 있는 중구 중앙동에서 가까운 ‘부산터널’은 영주동과 서구 동대신동을 잇는다. 아마 최초 터널이란 상징성을 강조한 듯하다. 그렇지만 내 머릿속에 떠오르는 터널만도 20여 개 되는 점을 고려해 보아도 ‘부산터널’ 명칭은 과분하다. 다른 터널에 비해 몇 백 년 차이가 있다면 몰라도 불과 몇 년 차이이며 길이로 봐도 중급 정도인데 너무 과한 명칭이 아닌가 싶다. 원래 명칭이며 현재도 흔히 불리는 ‘영주터널’이 적합할 듯하다.
교량 명칭 문제점도 제기해 본다. 첫째 부산 영도와 연결된 다리가 네 개이다. 그중 도개교로 유명한 영도대교는 개량을 거쳤지만, 우리 민족의 애환을 같이한 곳이다. 그런데 바로 그 옆에 ‘부산대교’가 있다. 정확히 40년 된 다리인데 모르는 사람이 보면 부산 대표 다리로 인식하기 십상이다. 또한 부산 교량 가운데 최대, 최장, 최고 등 상징성이라도 있는 듯 오해하기 딱 좋다. 실상 시민도 ‘부산대교’ 란 명칭에 익숙지 않은 것 같고 부산시 홍보물에서도 찾아보기 어렵다. 개명이 필요하다.
둘째로는 거의 전면적으로 교량 이름을 확실하게 부여할 곳이 부산의 젖줄인 낙동강을 걸치는 여러 교량이다. 네이버 지도에 명기된 교량 명칭을 상류부터 보면, ‘낙동강대교’ ‘대동화명대교’ ‘구포낙동강교’ ‘구포대교’ ‘강서낙동강교’ ‘감전철교’ ‘서부산낙동강교’ ‘낙동강하굿둑’ ‘을숙도대교’ 로 나타난다. 나열된 명칭을 보면 ‘낙동강’이란 이름밖에 남는 것이 없을 정도다. 그중 이해되는 명칭을 꼽자면 ‘을숙도대교’와 부산김해경전철의 ‘감전철교’ 그리고 구포 지역 명칭을 반영한 ‘구포대교’ 정도다. 참고로 부산 지도책과 벽걸이용 부산 지도상 낙동강 교량 명칭이 조금씩 상이한 경우를 보면, 교량 명칭이 아직 통일성이 결여된 것을 보여준다.
부산과 달리 서울은 한강을 가로지르는 ‘제1, 2, 3 한강교’와 ‘서울대교’ 원래 명칭을 교량이 계속 증설되면서 각각 ‘한강대교’ ‘양화대교’ ‘한남대교’ 그리고 ‘마포대교’로 바꾸고 그 뒤 건립된 교량들도 한강을 중심으로 강북·강남 지역 명칭을 반영해 30여 개가 고유 명칭을 갖는다.
낙동강의 여러 교량에 굳이 ‘낙동강’을 붙일 필요성이 있나 싶다. 명칭은 가급적 짧게 해야 기억하기 쉽다. ‘대동화명대교’도 양쪽 지역 명칭을 반영한 것이지만, 두 글자로 줄여야 한다. 서울 한강처럼 낙동강 교량 명칭도 서쪽 강서와 동쪽 북구 사상구 사하구 내 지역 명칭을 반영하면 된다. 멋진 인프라 교량에 명칭을 제대로 부여하지 않는다면 이 얼마나 안타까운 일인가.
부산지방보훈청장으로 부임한 초기인 지난해 7월 경남동부보훈지청을 가기 위해 아마도 ‘서부산낙동강교’를 지나면서 동행한 상당히 의식 있는 직원에게 이 다리 이름이 무엇이냐고 물으니 “청장님! 부산 낙동강 다리 이름은 서울 한강 다리들처럼 딱히 각인된 것이 없어 무어라 답이 어렵습니다”고 답한 말이 아직 와 닿는다.
부산지방보훈청장